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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주 하나은행장 3연임 포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함영주(左), 지성규(右)

함영주(左), 지성규(右)

함영주(63) KEB하나은행장이 3연임을 스스로 포기했다. 금융감독원의 우려 표명에 함 행장이 ‘백기’를 든 모양새다. 후임 행장에는 지성규(56) 하나은행 부행장이 단독 추천됐다. 함 행장은 28일 열린 하나금융그룹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에서 3연임에 도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금감원이 채용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는 ‘법률적 리스크’를 들며 압박하자 부담감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써 함 행장은 2015년 9월 초대 통합 은행장으로 취임한 지 3년 6개월 만에 물러나게 됐다.

금감원 ‘채용비리’ 제동에 부담 #후임에 지성규 부행장 단독추천

함 행장은 지난해 6월 업무방해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 돼 재판을 받고 있다. 1심 판결은 올해 말쯤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하나금융은 임추위에서 2∼3명의 복수 후보를 추리고, 이 중 한 명을 다음 달 주주총회에서 행장으로 선임할 계획이었다. 함 행장은 1차 후보에 포함되고, 결국 연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26일 하나금융 임추위에 속한 사외이사 3명을 따로 면담해 함 행장의 연임과 관련한 우려를 표명한 일이 알려지며 분위기가 급변했다. 금감원은 사외이사들에게 “하나은행 경영진의 법률 리스크가 은행의 경영 안정성 및 신인도를 훼손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윤석헌 금감원장도 지난달 27일 금융경영인 조찬 강연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함 행장의 재판에 따른 법률 리스크를 살펴봐야 한다”며 연임 움직임에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했다. ‘관치 논란’이 일자 금감원은 “민간은행의 인사에 개입하려는 것이 아니며 우려를 표명하는 것까지가 감독 당국의 역할”이라고 해명했다.

함 행장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면서 연임의 명분을 쌓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금융 당국의 압박과 노조의 반발 등으로 3연임에 실패하게 됐다. ‘재판 중인 행장의 연임 시도’와 ‘금감원의 인사 개입’이 동시에 논란이 되는 가운데 함 행장이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지난해 3월에도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세 번째 연임 시도에 대해 ‘셀프 연임’이라고 비판하며 제동을 걸었다. 김 회장은 연임에 성공했지만 금감원은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 당시 최흥식 원장이 하나금융 사장 시절 채용 비리 의혹이 불거지며 자리에서 물러났다.

신임 행장으로 내정된 지 부행장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91년 하나은행에 들어왔다. 하나은행 중국유한공사 은행장 등을 지내고 글로벌사업그룹 부행장과 하나금융 부사장을 맡아왔다. 다음 달 21일 주총에서 최종 선임되면 행장으로 임기를 시작한다. 전략과 재무·영업 전반에 풍부한 경험과 능력을 갖췄다는 게 은행 내부의 평가다.

한편 하나금융은 이날 임추위에서 관계사 최고경영자(CEO) 후보 추천을 마무리했다. 하나카드는 장경훈 하나은행 부행장,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는 김희석 전 농협금융지주 부사장, 하나에프앤아이는 곽철승 전 하나금융지주 전무가 신임 사장에 내정됐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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