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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닮은듯 다른꼴…그때는 포장, 이번엔 결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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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월 만에 다시 마주한 북ㆍ미 정상은 최종 결단에서 끝내 공동합의문 대신 백지를 택했다. 날짜를 ‘톱다운’ 방식으로 못박은 뒤 뒤늦게 실무라인이 움직였던 지난해 싱가포르 1차 정상회담 때와 과정상으론 판박이였다. 그러나 큰 실효성 없는 합의문일지라도 결과물을 냈던 당시와 달리 이번엔 아예 ‘노딜’로 마무리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하노이 메리어트 호텔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2차 북ㆍ미 정상회담 결렬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하노이 메리어트 호텔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2차 북ㆍ미 정상회담 결렬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8일 베트남 하노이 JW메리어트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언론의 비판이 있어도 합의문에 서명할 수 있었다. 합의문도 마련됐었고, 내가 원하면 100% 합의문에 서명할 수 있었다”면서도 “오늘은 그 합의문에 서명하기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빈손 귀국에 대한 비판세례를 감수하면서까지 서둘러 합의문에 서명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앞서 1차 회담 당시에도 두 정상은 회담일정을 먼저 정한 뒤 회담준비를 시작했다. 막판까지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와 최선희 외무성 부상 간 실무협상에서 비핵화 구체 조처 등 세부사항들을 논의했지만, 이는 결국 공동성명에 반영되지 못했다.

결국 70년간 적대관계에 있던 북ㆍ미 정상이 처음 만나 합의했다는 데 의미가 있을 뿐, 알맹이었던 비핵화 관련 구체적인 검증방법과 시한이 빠져 과거보다 못한 합의문 수용이라는 비판이 미국 내부에서 나왔다. 쟁점은 해결하지 못했지만 ‘성공’으로 포장된 결과였던 셈이다.

2차 회담도 마찬가지 수순을 밟았다. 비핵화 문제에 대한 진전을 보지 못한 채 날짜부터 발표되면서다. 실제 지난해 말까지 교착 상태에 놓여있던 양국 관계는 트럼프 대통령이 연두교서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27~28일 베트남에서 다시 만날 것”이라며 북ㆍ미 정상회담의 날짜와 장소를 발표하면서 물꼬가 트였다. 양측 협상을 진두지휘하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최종조율을 진행해왔지만, 비핵화 대상 시설의 범주와 대북 제재 완화의 범위 등 수위는 결국 두 정상의 몫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2차 북ㆍ미 정상회담 첫날인 2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 도착해 미소를 짓고 있다. [백악관 트위터]

2차 북ㆍ미 정상회담 첫날인 2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 도착해 미소를 짓고 있다. [백악관 트위터]

트럼프가 강하게 추진했지만 시간상 사전조율이 충분치 않은 상태에서 회담이 진행됐기 때문에 결렬은 예정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조셉 윤 전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이날 CNN에 출연해 “준비가 부족했다”며 “대개 (회담은) 많은 실무작업을 수반하는데 이번에는 거의 준비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회담때와 달리 하노이 회담은 실패한 건 트럼프가 처한 복잡한 국내 정치 상황이 요인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2020년 미 대선을 앞둔 트럼프는 그간 러시아 스캔들과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논란 등으로 수세에 몰렸었다. 국면 타개용으로 외교적 성과를 낼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결국 애매모호한 비핵화 합의에 동의했을 경우 여론이 더 악화할 걸 의식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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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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