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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선 아무도 안쓰는데…아프리카 No.2 폰이라고?

중앙일보

입력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는 매 분기마다 전 세계에서 스마트폰이 얼마나 출시되고 판매됐는지 집계하는데요. 올해 1월에는 지난해 3분기 기준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 집계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출하량이 가장 많은 Top 10 브랜드는 삼성전자(한국), 화웨이(중국), 애플(미국), 샤오미(중국), 오포(중국), 비보(중국), 레노보(중국), LG전자(한국), HMD(핀란드), 테크노 모바일(중국) 입니다. 상위 10개 제조업체 가운데 6개가 중국 회사일 정도로 대륙의 강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났습니다.

삼성전자는 1년 전보다 부진한 성적으로 가까스로 1위를 지켰고 애플은 화웨이에 2위 자리를 내줬습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LG전자와 노키아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HMD는 각각 8위와 9위로 간신히 순위권에 진입했습니다.

그런데 10위에 이름을 올린 이 회사, 이름이 어째 낯섭니다. 중국 홍콩에 본사를 두고 있는 테크노 모바일입니다. 정작 중국인들도 테크노라는 브랜드를 잘 모르고 있는데요. 이 회사는 어떻게 글로벌 Top 10에 이름을 올렸을까요.

[출처 카운터포인트]

[출처 카운터포인트]

2006년 홍콩에서 문을 연 테크노는 처음엔 중국 시장을 겨냥해 만들어진 휴대전화 제조업체입니다. 2007년 선전에 첫 공장을 세우고 연간 300만대의 전화기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마련했지만 시장 상황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그 때 이 회사가 주목한 시장은 바로 아프리카였습니다. 아직 휴대전화 보급률이 낮은 아프리카 시장을 공략하기로 전략을 선회한거죠. 2008년 당시 아프리카 휴대전화 시장은 삼성전자와 노키아가 독점하다시피한 상황이었는데요. 테크노는 아프리카인에게 특화된 맞춤형 휴대전화 '카몬' 시리즈를 선보여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됩니다.

[출처 테크노]

[출처 테크노]

중국의 뉴스 웹사이트 이디안즈쉰에서 다룬 테크노의 성공 비결을 소개합니다.

테크노는 왜 아프리카 시장에 주목했을까

휴대전화 카메라는 보통 안면 인식 기능을 바탕으로 초점을 맞추고 조도를 조정하는데요. 피부색이 어두운 사람의 얼굴은 잘 알아채지 못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흑인이 어두운 곳에서 다른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으면…

[출처 이디안즈쉰]

[출처 이디안즈쉰]

위와 같은 상황이 발생하곤 합니다 ㅠㅠ 휴대전화 카메라가 어두운 피부색을 인식하지 못하고 배경처럼 처리한 탓입니다.

테크노는 아프리카인을 위한 사진 촬영 알고리즘을 개발하기 위해 많은 아프리카인의 사진을 수집했습니다. 흑색 윤곽을 분석하고 얼굴을 인식한 뒤 얼굴 부위 노출을 강화해 입체적인 얼굴의 모습을 찾아냅니다. 하얀 치아와 눈을 찾아낸 뒤 사람의 얼굴이란 것을 인식하고 나면 얼굴에 초점을 맞춰 사진을 촬영합니다.

결과물은 이렇습니다.

[출처 이디안즈쉰]

[출처 이디안즈쉰]

아프리카인 고유의 아름다움에 초점을 맞춰 피부색이 어두운 사람도 예쁘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휴대전화를 만든겁니다.

철저하게 현지화하라

아프리카 사람들은 가족과 통화할 때, 친구와 통화할 때, 업무상 전화할 때 상황에 따라 다른 휴대전화 번호를 사용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하지만 휴대전화를 여러대 구매하는 것은 금전적으로 부담스럽기 때문에 여러 개의 심카드를 가지고 다니며 바꿔 끼워 사용합니다. 아프리카인은 1인당 2.3개의 심카드를 보유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테크노는 시장 조사를 통해 이런 상황을 확인한 후 심카드를 바꿔끼울 필요 없이 여러 개의 심카드를 끼워놓고 필요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제품을 선보였습니다. 보통 두 개의 심카드를 끼우는 '듀얼폰'은 해외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요, 테크노는 아프리카 상황에 맞게 4장의 심카드를 끼울 수 있는 '쿼드폰'을 출시했습니다.

[출처 이디안즈쉰]

[출처 이디안즈쉰]

광고는 철저히 오프라인에 집중시켰습니다. 옥외광고, 벽면광고 등에 제품의 장점을 부각시키는 내용을 게시했습니다. 농촌지역부터 공략해 도시로 광고 규모를 키워나갔고요.

[출처 이디안즈쉰]

[출처 이디안즈쉰]

입소문에 의지한 일종의 '바이럴 마케팅' 전략이었는데요. 온라인보다는 오프라인 실물 광고를 선호하는 아프리카 상황에 맞췄던 것이 예상대로 주효했습니다.

기술에 가성비를 더하다

테크노가 아프리카에서 인기를 끌 수 있었던 또 다른 비결은 저렴한 가격입니다. 이 회사가 아프리카에 진출하던 2008년 당시 삼성전자와 노키아는 모두 비싼 가격대의 제품만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테크노는 저렴한 가격으로 기존 인기 제품들과 차별화에 성공했습니다.

아프리카 시장은 인구가 많지만 개발 속도가 느리고 휴대전화 보급률이 매우 낮습니다. 프리미엄 제품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약 5%에 불과합니다. 20년 전 중국의 상황과 매우 유사하죠.

테크노는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2G 피쳐폰, 3G폰 등 일반 휴대전화를 다양하게 생산해 제품 선택의 폭을 넓혔고 가격대를 500위안(약 8만원) 아래로 낮췄습니다.

[출처 테크노]

[출처 테크노]

스마트폰 역시 저렴합니다. 스마트폰의 95%는 출고가가 200달러(약 22만원) 이하이며 100달러(약 11만원) 미만인 제품이 대부분입니다.

아프리카 현지 상황에 맞춘 제품을 통해 테크노는 1억5000만 명에 이르는 거대한 시장을 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 테크노의 시장 점유율은 40%대로 삼성전자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워낙 시장 규모가 크다보니 아프리카 매출에 기반해 글로벌 10위 규모의 휴대전화 회사로 성장할 수 있었던거죠.

이제 테크노는 아프리카 시장을 넘어 인도와 같은 신흥 시장에 도전할 계획입니다. 기존처럼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토대로 인도인에게 맞는 맞춤형 제품을 선보이겠다는 전략인데요. 삼성전자와 샤오미가 양분하고 있는 인도 시장에서 이번엔 어떤 제품으로 승부를 볼 지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됩니다.

차이나랩 김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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