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가장 가성비 좋은 자살예방 방법은?…국회의원, 교육 받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국회자살예방포럼 1주년 기념식에서 백종우 중앙자살예방센터장이 국회의원 등을 대상으로 생명지킴이 교육을 하고 있다. [이승호 기자]

2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국회자살예방포럼 1주년 기념식에서 백종우 중앙자살예방센터장이 국회의원 등을 대상으로 생명지킴이 교육을 하고 있다. [이승호 기자]

“세계보건기구(WHO)에선 가장 효과적이면서 비용이 안 드는 자살 예방 정책을 ‘리더의 관심’이라고 했습니다.”
28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 국회자살예방포럼(공동대표 원혜영·주승용·김용태 의원) 출범 1주년을 맞아 열린 생명지킴이 교육에서 백종우 중앙자살예방센터장(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이 강사로 나섰다. 백 센터장은 “(오늘 자리엔) 국회의원, 보좌관, 관련 단체 전문가들이 앉아 계신다”며 “여러분 같은 리더들의 관심이 자살을 예방하는데, 정말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회자살예방포럼, 1주년 기념식 #국회의원 대상 최초 자살예방 교육 #“리더의 관심이 가장 효과적 예방책” #예방프로그램, 故 임세원 교수가 만들어

백 센터장의 말처럼 이날 교육엔 원혜영, 주승용 공동대표 및 국회자살예방포럼 가입 의원은 물론, 국회 사무처 직원 및 보좌진, 시민사회단체 및 민간단체 관계자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국회에서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생명지킴이(자살예방) 교육이 이뤄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실제 리더의 관심이 자살 예방률을 높이는 사례가 존재했다. 백 센터장은 “현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공군 참모총장 시절 자살예방 교관을 임명하고 자살예방교육을 의무화한 뒤 본인이 가장 앞장서서 교육을 들었다”며 “이를 통해 모든 공군이 교육에 참여했고, 공군 내 자살률은 현저하게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에선 한 지방자치단체장이 본인이 행사가 끝날때 까지 참여하는 자살예방 세미나를 매년 열고 있다”며 “이처럼 리더가 관심을 가지고 자살예방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자살 위험에 빠진 조직원은 내가 구조를 요청해도 되겠다는 생각을 가져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1주년 기념식에서 자살예방교육이 이뤄진 것은 국회부터 생명지킴이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취지 때문이다. 이날 오랜 기간 동안 교육에 참석한 원혜영 공동대표는 “오늘 국회에서 처음으로 ‘자살예방 생명지킴 교육’을 진행해 뜻깊었다”며 “국회에서 직접 교육이 이뤄짐으로써 사회 전반에 생명지킴이 교육의 중요성과 관심이 높아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2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국회자살예방포럼 1주년 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 안실련]

2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국회자살예방포럼 1주년 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 안실련]

이날 교육의 핵심 주제는 생명존중 자살예방교육의 기본인 ‘보고, 듣고, 말하기’였다. 자살의 징후가 있는지 잘 살피고(보고), 자살 위험자의 고민을 잘 들어주고(듣고), 이들의 어려움을 전문가에게 연결(말하기)는 세가지 요소를 말한다. 특히 일반인들이 이 세 요소를 바탕으로 ‘게이트키퍼’가 돼 자살위험이 있는 가족·동료를 어려움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백 센터장은 “자살 시도자의 25%가 한 번의 시도로 숨지지만, 나머지 75%는 평균 7~9번의 시도 끝에 사망한다”며 “이는 역설적으로 이들의 극단적 선택을 막을 7~9번의 기회가 있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故 임세원 교수의 추모 그림.[연합뉴스]

故 임세원 교수의 추모 그림.[연합뉴스]

교육 자료로 소개된 ‘보고 듣고 말하기’는 지난 2011년 개발된 한국형 표준자살예방프로그램이다. 오강섭 자살예방협회장은 “프로그램은 지난해 말 환자의 흉기에 숨진 고(故)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교수가 주축이 돼 개발했다”고 말했다. 임 교수의 친구인 백 센터장은 “임 교수는 지난해 국회 자살예방포럼이 발족하는 소식에 많이 기뻐했다”며 “아쉽지만, 이 친구가 전하지 못한 진심을 여러분들이 많이 알려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국회자살예방포럼은 지난해 2월 27일 여야 국회의원 39명이 자살로 인한 사회적 폐해를 예방하고, 누구도 자살로 내몰리지 않는 사회 실현을 목표로 출범된 국회 연구모임이다. 출범 후 정책세미나를 정기적으로 개최했으며 자살예방법 개정안도 마련했다. 지난해 9월 10일 자살예방의 날엔 국회의원 61명이 ‘자살 없는 대한민국을 위한 실천결의문’을 제출했다.

2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국회자살예방포럼 1주년 기념식에서 원혜영 자살예방포럼 공동대표가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 안실련]

2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국회자살예방포럼 1주년 기념식에서 원혜영 자살예방포럼 공동대표가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 안실련]

원혜영 대표는 “다음주에 여야 의원들이 자살예방법 개정안을 공동발의할 예정”이라며 “앞으로도 국회자살예방포럼을 중심으로 자살없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생명존중 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