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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언ㆍ막말이 이득, 한국당 전대에서 새삼 확인한 '노이즈 정치학’

중앙일보

입력

망언도 마케팅의 도구가 될 수 있을까. 27일 열린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결과를 보면 “그렇다”에 가깝다.

김순례·김준교, 예상 깨고 여론조사서 선전 

김순례 자유한국당 신임 최고위원 후보와 김준교 청년 최고위원 후보가 27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제3차 전당대회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뉴스1]

김순례 자유한국당 신임 최고위원 후보와 김준교 청년 최고위원 후보가 27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제3차 전당대회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뉴스1]

“5ㆍ18 유공자는 괴물집단”(8일)이라 했던 김순례 최고위원 사례가 대표적이다. 김 최고위원은 합산 3만1106표(12.7%)를 얻어 최고위원 후보 8명 가운데 3위를 차지했다.

득표 내용을 보면 망언 논란을 통한 노이즈마케팅 효과가 더 두드러진다. 당초 당 안팎에서는 이념적으로 강한 우파성향을 드러낸 5ㆍ18 폄훼 발언이 ‘집토끼(당심)’를 잡는 데는 유리하지만 ‘산토끼(민심)’에 어필하는 데는 불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정작 김 최고위원은 일반 국민 여론조사에서 더 많은 지지를 받았다. 김 최고위원은 당 선거인단에게서는 13.1%(2만4866표)를 얻었다. 낙선한 윤영석(13.5%·2만5633표), 윤재옥(13.4%·2만5380표) 후보에 밀렸다. 반면 여론조사에서 11.8%(9617표)를 얻어 윤영석(6.7%)ㆍ윤재옥(5.8%) 후보를 크게 앞서며 역전에 성공했다.

초선 비례대표로 잘 알려지지 않았던 김순례 최고위원으로서는 ‘5ㆍ18 폄훼' 논란을 겪으며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은 게 인지도 상승엔 유리하게 작용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저딴 게 대통령이냐”(18일)이라며 막말 논란을 일으켰던 김준교 청년 최고위원 후보도 비슷한 경우다. 존재감 자체가 거의 없었던 김 후보가 3만6115표(26.5%) 얻으며 현역 신보라 후보에 이어 청년 최고위원 투표에서 2위를 차지한 건 논란의 한복판에 서 있었던 게 도움이 됐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김준교 후보 역시 여론조사 덕을 봤다. 김 후보는 당원투표에서는 2만5476표(26.7%)를 얻어 2만5789표(27.0%)를 얻은 3위 박진호 후보에게 밀렸지만, 여론조사에서 ‘1만638표(26.0%) 대 7774표(19.0%)’로 박 후보를 크게 앞섰다.

"인지도가 깡패"라지만, 길게 보면 '독(毒)'

당 대표 후보와 비교하면 최고위원 후보들은 인지도가 낮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데 열성적이다. 정미경 최고위원은 이번 전당대회 합동연설회 줄곧 인사말처럼 “안녕하세요. ‘강적들’(TV 프로그램)의 정미경입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유명세를 타는 게 장기적으로 본인은 물론 당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일단 당선되고 보자고 마구 질러대는 사람들이 전당대회에 나오는 문화가 자리 잡게 되면, 당으로서도 '철학이 없다'란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특히 중도층 공략에 공을 들여야 하는 한국당엔 이들의 존재가 '계륵'이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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