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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약 부작용이었다” 젖먹이 아들 학대·살해한 엄마 징역 10년 확정

중앙일보

입력

[연합뉴스·중앙포토]

[연합뉴스·중앙포토]

생후 8개월 된 아이를 학대해 사망케 한 엄마에게 대법원이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8일 밝혔다. 피고인 측은 “다이어트약 부작용으로 우울증과 불면증을 심하게 앓고 있었다”며 심신미약 감형을 주장했으나 항소심과 상고심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판결문에 따르면 피고인 홍씨는 2017년 4월 아들 A군을 출산했다. 홍씨가 세 번째로 결혼한 정모씨와의 사이에서 생긴 아들이었지만, 정씨와도 피해자가 태어나기 전 이혼했다. 양육의사가 없었던 홍씨는 출산 한달 뒤인 2017년 5월 A군을 군포의 한 교회 베이비박스에 유기했다. 하지만 결국 발각됐고 A군을 2017년 10월부터 데려와 키우기 시작했다.

홍씨는 A군이 아기들의 성장발달과정에서 나타나는 ‘뒤집기’와 ‘배밀이’를 하느라 침대에서 떨어져 울면 폭행을 했다. 2018년 1월 1일 오전 11시에도 A군이 울음을 그치지 않자 홍씨는 또 아들을 때렸고, 결국 폭행으로 인한 두부손상으로 A군은 사망하게 됐다. 홍씨는 숨진 A군의 시신을 여행용 캐리어에 넣어 자신의 집 베란다에 은닉했으나, 결국 경찰에 적발됐다.

재판이 시작되고 홍씨 측은 ‘심신미약’을 주장했다. 홍씨 변호인 측은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무렵 복용하고 있던 다디어트 약의 부작용 등으로 우울증과 불면증을 앓고 있었다”며 “피해자를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할 당시에도 위와 같은 우울증 및 불면증으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심신미약을 인정하지 않았다. 사건 직후 보인 홍씨의 행적 때문이었다. 판결문에 따르면 홍씨는 A군을 폭행한 뒤 전 동거남과의 사이에서 낳은 딸(11살)에게 A군의 머리 부분을 만지게 해 상태를 확인했다. 병원을 수소문하기도 했으나, 아동 학대 사실이 발각될까봐 데려갈 수 없다는 ‘이성적 판단’을 했다.

이후 홍씨는 인터넷을 통해 ‘영아 및 유아사망 선택분류표’ ‘신생아 폭행사망 사건’ ‘신생아 개인입양’ 등을 검색했다. 사건이 은폐될 수 있도록 1년 미만의 남자아이 입양을 문의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양형 기준에 따르면 홍씨에게 선고될 수 있는 최고형은 징역 42년이었다. 하지만 재판부는 ‘불우했던’ 홍씨의 개인사 등을 참작해 징역 10년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어린시절 부모의 이혼으로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등 불우한 유년시절을 겪으며 어머니의 역할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또 홀로 두 아이를 키워오며 주변에서 정서적, 육체적으로 도와주는 사람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 상황에서 육아와 가사 등으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으며 우발적으로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르게 된 것으로 보여 그 경위에 다소 참작할 사정이 있다”며 “또 심신미약 정도까지는 이르지 못하지만 피고인이 만성 우울증으로 진단받기도 했다”고 양형 참작 사유를 설명했다.

1심 이후 홍씨 측은 ‘징역 10년형이 너무 과하다’며 항소와 상고를 제기했으나, 항소심과 상고심 모두 “양형이 부당하지 않다”며 기각했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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