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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값 1조,수익성 낮아…서울 마곡 MICE단지 입찰자 0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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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의 'MICE 복합단지' 민간사업자 입찰이 유찰됐다. 높은 땅값과 낮은 예상 수익률이 원인이다.

마곡 마이스복합단지, 민자 공모 최종 유찰 #토지값 9906억원, 컨벤션시설 운영 적자 우려 #서울시 "코엑스처럼 정부 지원 절실하다" #전문가 "지자체가 수익성 강화 방안 마련해야"

서울시와 SH공사는 28일 마곡 MICE 복합단지 특별계획구역 건설사업을 담당할 민간사업자를 공모한 결과, 낙찰자가 없었다고 밝혔다. 마이스란 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를 연계한 융복합 산업을 말하는데,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잠실종합운동장까지 이어지는 서울 국제교류복합지구 사업이 대표적이다.

서울시는 2012년 10월 마곡나루역 인근 8만2724㎡ 부지를 마이스 복합단지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하고 전시·컨벤션, 호텔, 판매시설, 업무시설, 문화·예술 공연장 등 다양한 복합시설 유치에 나섰다. 2018년 7,11월 두 차례 민간 사업자를 공모했으나 신청자가 아무도 없었다.

마곡지구에는 현재 1만7000여명이 근무하는 LG사이언스파크가 조성돼 있다. 코오롱·넥센타이어·에쓰오일·이랜드 등이 들어선다.

서울시는 이곳에 1000여개의 강소기업이 입주할 연구개발(R&D) 센터를 추가로 조성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마이스 복합 인프라를 공급하기 위해 민간 공모를 추진해왔다. 이번 유찰로 마곡지구를 마이스 거점지로 개발하려던 서울시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민간 사업자로 지정되면 전용면적 2만㎡ 이상 컨벤션 시설과 4성급 호텔(400실 이상), 연면적 1만5000㎡ 이상 문화·집회시설, 연면적 5000㎡ 이상의 원스톱 비즈니스센터 등을 필수적으로 지어야 한다.

 지난해 마곡지구에서 본격 가동에 들어간 국내 최대 융·복합 연구개발(R&D)단지 'LG사이언스파크' 전경. 계열사의 기술을 책임지는 연구소장들의 사무실도 마곡에 집결, 시너지 창출에 집중한다. [뉴스1]

지난해 마곡지구에서 본격 가동에 들어간 국내 최대 융·복합 연구개발(R&D)단지 'LG사이언스파크' 전경. 계열사의 기술을 책임지는 연구소장들의 사무실도 마곡에 집결, 시너지 창출에 집중한다. [뉴스1]

서울시는 유찰 원인으로 토지비용이 1조원에 육박하고, 오피스텔 같은 초기 분양시설이 부족해 투자금을 회수하기 쉽지 않으며 컨소시엄 참여자가 적어서 재정 부담이 큰 점을 꼽았다.

김윤규 서울시 서남권사업과장은 "민간 사업자들이 적자시설인 컨벤션 시설의 운영비를 특히 부담스러워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일대 마이스지구는 대한무역협회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시설 운영비를 정부가 지원한다"면서 "마곡지구도 국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자체가 유치한 개발 사업에 정부 지원을 요청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말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엑스는 국가 단위의 개발 사업이라고 볼 수 있지만, 마곡지구와 같이 서울시 안에서 특정 지역을 개발하면서 중앙 정부에 손을 벌리는 것은 과도하다"면서 "지자체가 직접 유치한 사업은 수익 창출 방안을 자체적으로 마련하고, 지방 재정 범위 안에서 해결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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