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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 해체 놓고 둘로 갈라진 공주···"정부가 갈등 조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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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정부의 4대강 보(洑) 처리 방안 발표에 따라 해체가 결정된 공주보를 놓고 찬반 격론이 확산하고 있다. 공주 시민들은 “정부가 주민을 둘로 갈라놓고 갈등을 부채질한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26일 충남 공주시 우성면 공주보 앞에서 공주지역 농민과 시민사회단체 등이 정부의 공주보 해체 결정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중앙포토]

26일 충남 공주시 우성면 공주보 앞에서 공주지역 농민과 시민사회단체 등이 정부의 공주보 해체 결정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중앙포토]

공주참여자치시민연대 등 15개 시민사회단체는 2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환경부 앞에서 ‘공주보 문제 환경부 발표에 대한 공주시민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정부의 공주보 처리 방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환영한다”고 밝혔다. 성명서에는 ‘공주시민들’이라는 단어가 다섯 번이나 사용됐다.

반대 주민 "지역의견 무시한 정부의 일방적 결정" #찬성 주민 "정부 결정은 면밀한 조사연구에 기반" #공주시의회, 26일 '공주보 철거 반대 결의안' 의결

이들은 “공주보 문제에 대한 공주의 여론을 가감 없이 알리기 위해 성명을 발표한 것”이라며 “정부의 4대강 문제와 관련한 이번 발표가 면밀한 연구조사에 기반을 둔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앞서 26일에는 공주지역 농민과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공주보 철거 반대 투쟁위원회’가 공주보에서 집회를 열고 “주민 의견을 반영하지 않는 정부(환경부)의 조사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집회에 참여한 500여 명의 농민은 공주보 해체로 농업용수가 부족해 농사를 망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보 해체로 수위가 낮아지면 매년 반복되는 봄·겨울 가뭄 때 지하수가 마르고 금강에서 물을 끌어오기도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26일 오전 금강보사무소에서 공주시 우성면 평목리 윤응진 이장(오른쪽)이 민관협희체 회의에 참석한 김승희 금강유역환경청장(왼쪽 둘째)에게 공주보 해체 결정의 부담함을 알리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26일 오전 금강보사무소에서 공주시 우성면 평목리 윤응진 이장(오른쪽)이 민관협희체 회의에 참석한 김승희 금강유역환경청장(왼쪽 둘째)에게 공주보 해체 결정의 부담함을 알리고 있다. [중앙포토]

농민들의 반발로 이날 금강보관리단 공주보사업소에서 열릴 예정이던 ‘제3차 공주보 민간협의체’는 시작한 지 10여 분만에 끝이 났다. 회의에 참석한 민간위원 10여 명이 “환경부 발표는 무효이며 이런 회의에는 절대 참석할 수 없다”고 자리를 박차고 나갔기 때문이다.

공주보 민간협의체 민간위원들은 정부가 공주보 철거 방침을 철회할 때까지 투쟁을 이어갈 방침이다. 정부가 주관하는 민관협의체 회의에도 참석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협의체 민간위원인 공주시 우성면 평목리 윤응진 이장은 “보 해체와 유지를 놓고 서로 다른 생각과 의견이 분명히 존재한다”며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정부가 대다수 공주 시민의 의견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공주시의회는 26일 ‘공주보 철거 반대 결의안’을 채택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하는 의회까지 정부 결정에 반기를 들고 나선 것이다. 공주시의회는 민주당 6석, 자유한국당 5석, 무소속 1석 등 시의원 12명으로 구성돼 있다.

공주시의회는 26일 열린 임시회에서 금강 공주보 철거에 반대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사진 공주시의회]

공주시의회는 26일 열린 임시회에서 금강 공주보 철거에 반대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사진 공주시의회]

시의회에 따르면 2081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2012년 가동한 공주보가 지난해 전면 개방된 뒤 상류에 있는 300여 개 농가가 지하수 고갈에 따른 피해를 받고 있다. 보를 해체하면 지천이 마르고 극심한 농업용수 부족으로 농민의 생존권도 위협받을 것이라고도 했다.

공주시의회 이창선 부의장(60·한국당)은 “민주당 의원들조차 정부의 결정에 반대하며 결의안 채택에 동참했다”며 “정부는 공주보 해체를 반대하는 절대다수 공주시민의 의견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의원들은 정부를 상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공주시를 상대로 “지역주민의 입장을 직접 청와대와 정부에 전달해야 할 여당 소속의 자치단체장이 눈치만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정섭 시장은 27일 열린 브리핑에서 “보 철거와 관련해 앞에서 충분히 밝힌 만큼 찬반에 대한 물음에는 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공주시는 지난 22일 정부 발표 직후 “공도교 유지 등 공주시의 건의를 반영한 결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농업용수 확보 대책 등 의견을 수렴해달라”는 의견문을 냈다.

김정섭 공주시장이 27일 오전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정부의 공주보 철거 결정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공주시]

김정섭 공주시장이 27일 오전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정부의 공주보 철거 결정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공주시]

금강유역환경청은 정부 지침에 따라 28일 오전 10시 금강보관리단 백제보사무소에서 민관협의체 회의를 개최한다. 부여와 청양·공주지역 농민 등 민간위원 12명과 전문가 3명 등을 불러 공주보 해체와 백제보 상시 개방 등 정부의 방침을 설명하는 자리다.

공주·부여=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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