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설

황교안 대표, 보수를 혁신해야 한국당에 미래 있다

중앙일보

입력 2019.02.28 00:34

업데이트 2019.02.28 01:12

지면보기

종합 30면

자유한국당이 어제 전당대회를 열어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새 대표로 선출했다. 황 대표와 함께 임기 2년을 함께 할 최고위원 5명(조경태·정미경·김순례·김광림·신보라)도 뽑았다. 이로써 지난 7개월간의 비상대책위 체제도 종료됐다. 황 대표는 대표 수락 연설에서 “국민의 행복이 나라의 동력이 되는 초일류 대한민국 건설에 앞장서겠다”며 “혁신의 깃발을 높이 올리고 자유 우파의 대통합을 이뤄내겠다”고 다짐했다.

한국당의 전당대회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뒤이은 대통령 선거 패배, 그리고 지난해 지방선거 완패라는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 치러졌다. 이대로 가다간 보수정당의 설 자리가 없어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은 변화와 쇄신을 통해 건전한 개혁적 보수를 재건하라는 국민적 요구와 기대로 이어졌다. 하지만 경선 과정에서 한국당은 이런 국민적 요구에 부응하지 못했다. 보수 혁신은커녕 철 지난 탄핵 불복 논란을 자초하고, 5·18 망언 등 막말 파문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면서 오히려 극우, 과거 회귀, 수구 세력의 이미지가 덧칠해졌다.

새로 출범한 ‘황교안 호(號)’는 등 보인 민심을 되돌려 국민의 신뢰를 구축하는 일부터 서둘러야 한다. 개혁적 보수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을 다시 세워야 한다. 한국당이 우경화 논란에 휩쓸리게 된 데는 황 대표의 책임도 적지 않다. 헌재의 탄핵 결정은 존중하나 절차에 하자가 있다거나 태블릿PC의 조작 가능성에 동조하는 등의 어정쩡한 태도로 혼선을 가중시켰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사과할 것은 분명히 사과하고 잘못은 과감하게 고쳐나가는 보수 혁신의 청사진을 펼쳐나가야 한다. 황 대표는 일반 국민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는 37.7%를 얻어 오히려 오세훈 후보(50.2%)에게 뒤졌다. 당의 과도한 우경화를 지켜보는 민심과 당심의 괴리가 시사하는 이 의미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국민들은 지금 경제·안보 등 각 분야에서의 잘못된 방향과 실정으로 고통받고 좌절하고 있다. 한국당은 113석의 의석을 가진 제1 야당이면서도 정부의 독주를 견제하지 못한 채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 왔다. 반사이익만 좇을 뿐 정책 대안을 내놓고 희망찬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는 데 소홀했다. 고질적인 웰빙 정당의 체질을 바꿔 적극적 대안 정당으로 환골탈태해야 하는 과제도 황 대표의 몫이다.

황 대표는 정치 입문 43일 만에 제1 야당의 당권을 거머쥐는 ‘기록’을 세웠다. 총선 승리와 정권 교체를 다짐하며 “대한민국을 맡겨 달라”고 했다. 이 꿈을 이루려면 ‘백척간두 진일보’의 심정으로 뼈를 깎는 보수 혁신에 나서는 길밖에 없다. 이런 과제들을 마무리하지 못한다면 황교안 대표의 개인적 미래나 야망도 결코 낙관할 수 없을 것이다.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