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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가면 2021년부터 인구 감소…예상보다 7~11년 빨라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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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태

조영태

지난해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자녀의 수) 0.98명, 출생아 32만7000명은 가히 충격적이다. 저출산이 하루 이틀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그냥 지나칠지 모르지만, 북미정상회담 못지않게 한국의 미래를 결정할 중요한 사안으로 여겨야 한다.

인구학자 조영태 교수가 본 ‘0.98’ #“지방 청년 수도권으로 집중 #본인 생존 위해 출산 꺼려 #거점대학·광주형일자리 확대를”

남녀가 만나 두 명의 자녀를 둬야 인구의 크기가 유지된다. 저출산은 평균 1명과 2명 사이 자녀를 둘 때를 말한다. 이때도 세대 간 인구의 크기는 줄어든다. 이제 여성 한 명이 한 명의 자녀도 갖지 않게 되었다. 한 세대를 30년으로 보면 30세 인구에 비해 태어난 신생아가 반도 안 된다는 말이다.

출산율 0.98명은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하나는 현재 한국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각종 제도·법·가치관·규범 등이 이제는 바뀌어야 할 때가 되었다는 것이다. 인류 역사에서 출산율이 1명도 되지 않게 떨어진 때가 거의 없었고, 있더라도 중세 흑사병이 창궐했을 때와 같이 생존 자체가 불확실했던 시기외는 없었다. 0.98명은 현재 한국 상황이 ‘나’, 특히 청년 세대의 생존 자체가 불가능해졌음을 시사한다.

0.98명의 출산율과 줄어든 출생아 수는 이미 벌어진 일이다. 앞으로 이들이 성장하면서 제도·인프라·시장이 영향을 받게 될 터이고, 이는 ‘정해진 미래’라는 것이다. 2002~2016년 저출산이 지속되었지만 매년 40만명대의 아이들이 태어났다. 그런데 2017년 35만명, 2018년 32만명대는 그동안 40만 명대에 맞춰놓은 제도·인프라·시장이 필연적으로 다운사이징(축소)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예고된 변화를 알지 못하거나 무시해 버리면 막상 닥쳤을 때 허둥대기 마련이다. 지난해 서울시 초등교사 임용대란 같은 일이 곳곳에서 벌어질 것이다.

통계청은 2018년 합계출산율이 0.98명으로 떨어졌다고 27일 발표했다. 사진은 작년 4월 서울 시내의 한 병원 신생아실. [연합뉴스]

통계청은 2018년 합계출산율이 0.98명으로 떨어졌다고 27일 발표했다. 사진은 작년 4월 서울 시내의 한 병원 신생아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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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저출산은 2002년에 시작되어 계속되고 있고, 해를 거듭할수록 심화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악화된 주요 이유로 정책 실패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의 저출산 대응 정책은 2006년 시작되었고, 지금까지 130조원의 예산을 썼다. 정부는 초기부터 열악한 보육 환경을 저출산 현상의 원인으로 보고 여기에 예산의 거의 70%를 투입했다. 여야 할 것 없이 보육 확대에 거의 올인했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출산율이 낮아졌다 높아진 프랑스·스웨덴을 보니 보육환경이 우리와 비교도 안될만큼 좋았기 때문이었다.

자녀의 출산에는 수많은 변수들이 관련되는데, 보육환경 개선 하나로 저출산 현상이 개선되면 그것이 이상할 것이다.

정부는 약 2년 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새로 구성하고, 차관급 사무처를 두었다. 저출산 정책의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정책을 더욱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는 뜻이었다. 사무처가 생겨도 저출산 정책에 실질적으로 바뀐 것은 없다.

최근 위원회는 저출산 대응 정책의 재구조화를 표방하고 청년들의 삶의 질 개선을 저출산 대응 전략의 기조로 삼았다. 청년들의 삶의 질이 지금보다 좋아져야 당연한데 과연 그런가. 구체적인 전략이 없는데 어떻게 0.98명 상황을 극복할 수 있을까. 지난해 20대 실업률은 9.5%에 달한다. 전 연령대에서 압도적으로 높다. 20~34세 일자리는 줄고 있다. 일자리 잡기가 쉽지 않아 결혼할 여건이 점점 악화한다.

이런데다 가치관의 변화로 인해 미혼 여성의 48%는 ‘아이가 없어도 무관하다’고 여긴다. 기혼여성(15~49세)의 49.9%는 ‘자녀가 꼭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2015년 조사와 비교했을 때 10.3%포인트 줄었다(2018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 실태조사).

0.98명은 세대 간 인구가 급속히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당장 인구도 줄어들까. 2016년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총인구는 2028년(출산율 저위 기준)이나 2032년(출산율 중위 기준)부터 줄어든다.

하지만 최근 수년 간 예상보다 낮은 출산율이 지속되면서 인구감소 시점이 더 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인구학연구실이 최근 국내 거주자(내국인)를 대상으로 1.0명 이하의 합계출산율을 적용해 추계한 결과, 한국 인구가 2020년 정점(약 4999만명)에 이른 뒤 2021년부터 줄어들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예상보다 적게는 7년, 많게는 11년 이르다.

건국 이후 인구 감소는 사상 처음이다. 사회적 불안감을 야기하기에 충분하다. 그렇다고 그렇게 크게 위기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앞으로 출산율이 지난해처럼 낮더라도 국내거주 내국인은 2030년까지 약 4946만명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향후 10년 간 약 40만명 감소에 그친다. 그렇다고 그 이후 별일 없는 게 아니다. 2040년에 총인구는 약 4730만이 되어 10년 간 200만 명이 줄어들 예정이다.

인구학에서 출산율이 2.1명보다 낮으면 ‘저출산’, 1.3명보다 낮으면 ‘초저출산’이라고 부른다. 1.0명보다 낮은 출산율이 지속되면 ‘극저출산 (ultra low fertility)’이다. 인구밀도가 높아지면 쓸 수 있는 자원이 줄어 사람들이 재생산에 골몰하기보다 본인 생존에 더 힘쓴다.

한국 청년 인구의 서울(수도권) 집중도는 매우 높다. 앞으로 지방 경제가 좋아지지 않는 한 청년의 서울 집중이 심화돼 수도권의 청년 인구밀도가 높아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정부가 청년들을 위해 어떤 복지 정책을 써도 효과가 날리 없다. 본인 생존을 중시하는 출산의 근본 원리를 거스를 수 없기 때문이다.

만일 정부가 수도권 청년들이 지방으로 눈을 돌릴 수 있는 정책을 펼친다면 극저출산에서 금방 탈출할 수 있다. 지방 거점 대학 활성화, 광주형 일자리 확산, 지방 문화시설 확충 등에 전력하는 게 좋다. 지방 청년 인구 소멸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지 않고 지금처럼 모호한 청년 삶의 질 향상이나 양성 평등 강화를 주창하고, 다양한 가족 인정 같은 구호를 앞세운다면 상당시간 극저출산에서 벗어나기 힘들지 모른다.

◆조영태=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인구학) ‘정해진 미래’의 저자, 베트남 정부 인구국 정책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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