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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꼭 해야 한다고?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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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23면

영화에서 가짜 결혼 소동을 벌이는 두 주연 배우 고성희(왼쪽)와 김동욱. [사진 CGV아트하우스]

영화에서 가짜 결혼 소동을 벌이는 두 주연 배우 고성희(왼쪽)와 김동욱. [사진 CGV아트하우스]

연애는 결혼으로 완성된다? 새 영화 ‘어쩌다, 결혼’(27일 개봉)은 이런 인식에 반기를 든 로맨틱 코미디다. 주인공은 재벌 2세 성석(김동욱)과 전직 육상 스타 해주(고성희). 성석은 재산 상속을 위해, 해주는 시집가라는 가족의 간섭에서 벗어나기 위해 결혼이 필요하다. 딱 3년만 결혼한 ‘척’하기로 계약한 두 사람. 그러나 성석의 과거 애인들, 해주의 별난 세 오빠가 끼어들며 결혼 작전은 꼬이기 시작한다.

발칙한 코미디영화 ‘어쩌다, 결혼’ #서로 물고 물리는 풍속화 보는 듯

판타지 같은 설정이지만, 결혼에 대한 요즘 남녀의 현실적 고민을 담은 대목들은 제법 와 닿는다. 가령 결혼은 원해서 하는 걸까, 꼭 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하는 걸까. 지난해 통계청 사회조사에서 결혼을 꼭 해야 한다고 응답한 국민은 48.1%. 사상 처음으로 절반을 밑돌았다. 젊은 세대일수록 결혼은 ‘선택’이란 인식이 강해졌다. 영화는 이런 변화상도 반영했다. 얼렁뚱땅 사랑에 빠지며 해피엔딩으로 귀결됐던 여느 로맨틱 코미디들과 사뭇 다른 결말이 흥미롭다.

눈길을 사로잡는 건 주연 배우들의 톡톡 튀는 호흡. 영화 ‘신과함께’, 드라마 ‘손, the guest’ 등 지난해 흥행 스타로 떠오른 김동욱은 의외의 순정을 감춘 바람둥이 성석을 넉살 좋게 소화했다. 드라마 ‘마더’에서 어린 딸을 방치한 젊은 엄마, 이어 ‘슈츠’에선 똑 부러진 커리어우먼으로 변신을 거듭해온 고성희는 이번이 첫 영화 주연. 발랄함과 진지함을 겸비한 매력으로 일촉즉발의 소동극을 이끈다.

단란한 가정을 꾸린 부부, 성석의 재혼한 부모, 겉만 번지르르한 쇼윈도 부부 등 다양한 인물군상도 등장한다. 해주를 돕는 절친 미연(황보라)은 급기야 신혼여행에서 이혼을 결정한 극단적 사례다. 이런 캐릭터 묘사가 고루 입체적이라고 하긴 어렵지만, 현대판 결혼 풍속도를 가볍게 구경하는 재미는 뚜렷하다.

이 영화는 극 중 해주의 큰오빠로 출연한 배우 한성천이 제작사에 제안한 짧은 줄거리가 출발점이 됐다. 여기에, 이 영화가 장편 데뷔작인 남녀 신인 감독 두 사람이 각각 성석과 해주 입장에서 대사와 장면에 살을 붙이며 공동 각본, 공동 연출로 작품을 완성했다. 박호찬 감독에게는 “웨딩플래너인 지인이 들려준 상상 이상의 센 에피소드”, 박수진 감독에게는 “아직 미혼이거나, 이미 이혼한 또래 친구들의 경험담”도 자양분이 됐다. 순제작비 4억원의 저예산 영화이지만 정우성·이정재·염정아·조우진 등 카메오 출연진이 화려하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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