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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생산적 회담 고대” 김정은 “3000㎞ 달려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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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북·미 정상회담 일정을 하루 앞둔 26일(현지시간) 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서양을 건너 베트남 노이바이 공항에 도착한 뒤 손을 흔들며 전용기에서 내리고 있다. 두 정상은 오늘(27일) 만찬을 시작으로 이틀간 최소 다섯 차례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APF=연합뉴스]

2차 북·미 정상회담 일정을 하루 앞둔 26일(현지시간) 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서양을 건너 베트남 노이바이 공항에 도착한 뒤 손을 흔들며 전용기에서 내리고 있다. 두 정상은 오늘(27일) 만찬을 시작으로 이틀간 최소 다섯 차례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APF=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현지시간)부터 1박2일간 베트남 하노이에서 두 번째 핵 담판을 벌인다.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한 지 260일 만이다. 미국은 1994년 10월 제네바합의에 포함됐던 북한 영변 핵시설의 사찰과 동결·해체와 함께 영변 외에 추가적 비핵화까지 목표로 했다. 김 위원장이 회담 현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어떤 비핵화 보따리를 꺼낼지에 따라 한국전쟁 종전선언, 북·미 관계 정상화를 위한 연락사무소 설치,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남북 경협 추진 여부 등이 확정된다.

트럼프·김정은 260일 만에 재담판 #김, 68시간 걸려 하노이 입성 #트럼프도 지구 반바퀴 돌아 도착 #오늘 저녁엔 단독회담 이어 만찬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하노이로 향하는 전용기 에어포스원 내에서 트윗을 통해 “매우 생산적인 정상회담을 고대하고 있다”고 적었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두 정상이 27일 저녁 첫 번째 회담을 한다”며 싱가포르와 달리 1박2일 정상회담이 될 것을 재확인했다. 첫날 회담은 짧은 1대1 단독회담에 이어 3대3 ‘친교 만찬(social dinner)’을 하는 형식이다. 미국 측에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믹 멀베이니 비서실장, 북한 측에선 김영철 부위원장과 김여정 제1부부장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두 정상은 28일에도 단독 및 확대 정상회담, 하노이 공동성명 조인식 등 이틀째 회담을 이어간다.

평양에서 출발한 지 65시간 만인 26일 오전 베트남 랑선성 동당역에 도착해 열차에서 내리고 있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두 정상은 오늘(27일) 만찬을 시작으로 이틀간 최소 다섯 차례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VNA=연합뉴스]

평양에서 출발한 지 65시간 만인 26일 오전 베트남 랑선성 동당역에 도착해 열차에서 내리고 있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두 정상은 오늘(27일) 만찬을 시작으로 이틀간 최소 다섯 차례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VN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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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은 26일 오전 8시22분 중국과 접경한 랑산성 동당역의 레드카펫을 밟으며 베트남에 먼저 입성했다.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이 1964년 베트남을 방문한 지 55년 만에 베트남 공식 방문이다. 또 김 위원장이 지난 23일 오후 평양역을 출발한 지 65시간 만이다. 김 위원장은 이어 벤츠 리무진 전용 차량을 타고 이동해 오전 11시 하노이 숙소인 멜리아 호텔에 도착해 여장을 풀었다. 하노이까지 항공기로는 네 시간 걸리는 거리인 약 3800㎞를 68시간을 걸려서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보다 열 시간 뒤인 오후 8시57분 하노이 노이바이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팜빈민 베트남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영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전용 차량인 캐딜락 원에 탑승해 숙소인 JW 메리어트 호텔로 이동했다.

김 위원장은 여섯 시간가량 호텔에서 휴식을 취한 뒤 숙소에서 1.4㎞ 떨어진 북한 대사관을 약 50분간 방문했다. ‘최고지도자’가 등장하자 대사관 직원들은 만세를 외치며 환호했다. 현지 소식통은 “김 위원장은 베트남 방문 기간 중 베트남의 첫 완성차 제조업체인 ‘빈패스트’가 있는 하이퐁 산업단지와 유명 관광지 할롱베이를 찾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동당역에선 여동생 김여정 제1부부장이 전면에서 움직였다. 김여정이 먼저 5호차 문으로 하차해 준비 상황을 점검한 뒤 김 위원장이 김창선 국무위 부장의 안내를 받아 레드카펫 위로 내려섰다. 이어 보반트엉 공산당 선전담당 정치국원, 마이띠엔중 총리실 장관 등 영접을 나온 베트남 정부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눈 뒤 역사를 빠져나와 전용 차량에 탑승했다. 현지 언론 Vn익스프레스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베트남 인사들에게 “3000㎞ 이상을 달려 베트남에 왔는데 따뜻하고 열렬히 환영해 줘서 감사하다”며 “우리는 매우 기쁘다”고 밝혔다.

김정은 첫 일정은 북한 대사관 방문 … 트럼프 숙소 방 200개 통째 예약

김 위원장은 전용 차량에 탑승한 후에도 창밖으로 손을 내밀어 인사했다. 김여정은 김 위원장을 바라보며 서 있던 김영철 부위원장을 전혀 개의치 않고 밀치며 앞으로 나서기도 했다. 베트남 입성 현장에선 이수용·김평해·오수용 부위원장과 이용호 외무상, 노광철 인민무력상, 최선희 외무성 부상도 함께 움직였다.

김 위원장은 중국·베트남 국경을 넘기 전인 이날 오전 3시30분쯤 중국 최남단 난닝역에서 하차해 담배를 태우고 수행원들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방송 카메라에 잡혔다. 일본 TBS방송 화면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오랜 기차 여행에 피로한 듯 손가락으로 눈두덩을 지그시 누르거나 천천히 걷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담배를 태우자 김여정 부부장이 물을 채운 재떨이를 두 손으로 받쳐 들고 꽁초를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저녁 에어포스원을 타고 대서양 항로로 지구 반 바퀴를 돌아 노이바이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전날 낮 12시30분 앤드루스 공군기지를 출발한 뒤 영국 북동부 마일던홀 기지와 카타르 도하에서 두 번 재급유를 받았다. 에어포스원에는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스티븐 밀러 정책보좌관, 샌더스 대변인, 대니얼 월시 부실장, 댄 스캐비노 SNS 담당 보좌관 등이 동승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앞서 오전 8시 국무부 전용기 편으로 입국했고,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은 하루 전 입국해 트럼프 대통령의 숙소인 JW 메리어트 호텔에 투숙했다. 대북 매파인 볼턴 보좌관은 당초 백악관이 출입기자단에 알렸던 정상회담 수행원 명단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전날 대통령이 묵는 호텔에서 목격됐다는 점에서 미국이 북한을 의식해 볼턴의 수행을 공개하지 않은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날 JW 메리어트 호텔에는 보안검색대가 설치되고 병력이 배치됐다. 인근 건물에서의 촬영까지 금지됐다. 미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 경호를 위해 대통령의 방이 있는 이 호텔의 5층은 물론 위아래층인 6층·4층의 객실 200여 개를 예약해 외부인 출입을 원천 봉쇄했다.

하노이=정효식 특파원, 동당=이근평 기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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