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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 기업도 은행 결제망 참여한다…금융업 영역 파괴 시동

중앙일보

입력

핀테크(금융+기술) 사업자가 제공하는 '앱(애플리케이션)' 하나면 모든 은행 계좌로 돈을 보내거나, 본인 계좌의 잔액을 조회할 수 있게 된다. 00페이 등 각종 간편결제 플랫폼에 월 50만원 안팎의 후불결제와 교통카드 기능을 넣는 방안도 추진된다.

중장기적으로는 핀테크 업체가 은행처럼 고객의 계좌를 직접 관리할 수 있도록 허용된다. 전통적으로 은행·증권 등 구분이 엄격했던 금융업에서 기술의 혁신과 함께 '업무영역의 파괴'가 일어나는 셈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25일 금융지주사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25일 금융지주사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25일 발표한 '금융결제 인프라 혁신 방안'에는 '금융결제 시스템의 혁신적 개방'이 첫 번째 전략 과제로 포함됐다.

금융위는 올해 안에 1단계로 공동 결제시스템(오픈뱅킹)을 구축할 계획이다. 핀테크 기업이 개별 은행과 일일이 업무제휴를 하지 않아도 표준화된 방식(API)으로 은행의 자금이체 기능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오픈뱅킹에는 모든 은행과 핀테크 결제사업자 등이 참여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핀테크 업체와 은행들이 자신의 앱을 이용하는 고객에 대해 다른 은행 계좌의 결제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예컨대 A은행 계좌를 가진 고객이 B은행 앱을 통해 A은행 자금의 출금이체도 가능해진다.

이용료는 현재 건당 400~500원에서 10분 1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다. 규모가 작은 신생기업(스타트업)에 대해선 더 낮은 수수료를 적용한다.

금융위는 참여기관 실무협의회를 구성해 다음 달까지 세부 방안을 확정한 뒤 올해 안에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은행이 아닌 핀테크 업체가 오픈뱅킹을 이용해 결제서비스를 제공하는 '지급지시 서비스업'(My Payment 산업)도 도입한다. 고객이 핀테크 기업의 앱을 통해 본인의 모든 계좌와 연동해 결제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된다. 핀테크 기업을 이체처리 순서나 처리시간, 비용 등에서 차별하는 것도 막는다.

금융위는 오는 9월까지 전자금융거래법을 개정해 지급지시 서비스업의 법적 근거를 만들기로 했다.

핀테크 업체에는 소액 신용 기능도 허용된다. 현재는 후불결제가 불가능해 선불 충전이나 계좌 연동 방식으로 결제해야 하는 어려움을 개선한 것이다. 현재 200만원인 충전 한도는 최대 500만원까지 늘리는 방안이 추진된다. 고가의 가전제품이나 항공권, 여행상품 등도 간편결제로 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해외 여행이나 온라인 직구(직접구매)를 할 때 간편결제로 외화를 결제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금융위는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거쳐 연말정산시 간편결제에 대해 신용카드보다 더 큰 공제 혜택을 주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중장기적으로는 핀테크 업체가 은행과 등등한 자격으로 금융 결제망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다만, 결제망의 안정성을 고려해 일정한 자격을 갖춘 핀테크 업체로 제한된다. 고객의 돈을 관리하는 데 문제가 없도록 전산 처리 역량이나 기업의 건전성 등이 충분하다고 인정받는 경우다.

금융위는 한국은행과 협의를 거쳐 핀테크 업체에 '종합 지급 결제업'을 허용할 계획이다. 핀테크 업체가 종합 지급 결제업자가 되면 자금결제 기능에선 은행과 사실상 차이가 없어진다. 은행 계좌 없이도 핀테크 업체가 고객이 맡긴 돈을 보관하거나 이체할 수 있어서다. 핀테크 업체가 금융상품을 중개하거나 판매하는 등 종합자산관리도 가능해진다.

송현도 금융위 금융혁신과장은 "영국에서는 비은행 결제업체의 금융결제망 참여를 허용한 사례가 있다"며 "국내에선 은행 외에 증권사가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 과장은 "중장기적으로 제도를 마련한 뒤 충분한 여건을 갖춘 핀테크 사업자가 결제망에 직접 참여를 희망할 경우 검토 후 선별적으로 허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정완 기자 jw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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