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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기 앞두고 또 집회”…극으로 치닫는 ‘사립유치원’ 사태에 학부모들 피로감 상승

중앙일보

입력

한국유치원총연합회가 25일 정부의 에듀파인 도입을 거부하는 대규모 집회를 예고한 가운데 학부모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한유총 회원들이 지난해 12월 서울 서초구에서 열린 대의원임시총회에서 이덕선 이사장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뉴시스]

한국유치원총연합회가 25일 정부의 에듀파인 도입을 거부하는 대규모 집회를 예고한 가운데 학부모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한유총 회원들이 지난해 12월 서울 서초구에서 열린 대의원임시총회에서 이덕선 이사장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뉴시스]

“휴”

한유총 “25일 2만명 모이는 총궐기 대회” #교육부 “사립유치원 불법행위 엄정 대응” #학부모 “집회 참석 유치원 제대로 조사하길”

3·5살 딸을 둔 박모(34·서울 은평구)씨는 한국유치원총연합회가 25일 대규모 집회를 연다는 소식에 한숨부터 나왔다.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사립유치원 사태가 해를 넘기고 4개월이 지나도록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박씨의 자녀는 지난해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폭로한 비리유치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유치원에 다니고 있다. 올해 다른 유치원으로 옮기려 했지만 추첨에서 떨어지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원래 유치원을 다닐 수밖에 없게 됐다. 김씨는 “유치원에서 공지가 올 때마다 휴원이나 폐원 얘기를 꺼내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며 “지난 4개월 동안 하루도 마음 편한 날이 없었는데, 새 학기를 앞두고 또 집회를 연다고 하니 불안하다”고 털어놨다.

사립유치원 단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국가관리 회계시스템인 에듀파인 의무도입에 반대하면 25일 총궐기대회 열겠다고 밝힌 가운데, 교육부도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맞서면서 사립유치원 사태가 극으로 치닫고 있다.

24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한유총의 집회에 대비하기 위해 지난 22일 국세청·공정거래위원회·경찰청 등 관계부처와 함께 대응 회의를 개최했다. 집단 휴원이나 폐원 등 담합행위에 대해 공정거래법 위반을 검토하고, 집회에서 불법 행위가 발생할 경우 경찰의 엄정대응 등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유치원 공공성 강화를 위한 관계부처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유치원 공공성 강화를 위한 관계부처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 자리에서 “유치원 3법이 통과되면 집단 폐원을 하겠다고 선언하면서 학부모들의 불안과 분노가 컸던 것을 기억해야 한다”면서 “정부는 불법에 대해 법과 원칙대로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21일 한유총은 에듀파인 도입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사립유치원 관계자 2만 명이 한자리에 모이는 전무후무한 총궐기 대회에서 교육 당국의 변화를 촉구하겠다”고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다. 에듀파인이 개인의 재산이 투입된 사립유치원의 사유재산을 보장하지 않고, 모든 재정을 통제해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이다.

한유총은 집회에 참석하는 인원이 2만여 명이 넘을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실제 대규모 집회로 이어질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이뤄진 집회에서도 한유총은 당초 1만여명 참여를 예고했지만, 당시 참석 인원은 경찰 추산 3000명에 그쳤다.

한유총 내 온건파들이 한국사립유치원협의회(한사협)로 이동해 한유총 규모가 예전보다 줄어든 것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회원 수 800여명 규모의 한사협은 현재 에듀파인 참여를 결정했고, 집회나 휴원·폐원하지 않고 유아교육에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한사협이 에듀파인 도입을 공식화한 상황에서 한유총만 반대 시위를 예고하자 이에 대한 학부모들의 분노는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6살 아들을 둔 김모(36·서울 송파구)씨는 “일부 사립유치원에서는 에듀파인을 도입한다는데 왜 한유총만 반대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학부모들이 에듀파인에 참여하지 않는 유치원을 대상으로 보이콧 운동이라도 벌여야 사립유치원 사태가 해결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5살 자녀를 둔 또 다른 학부모는 “회계 관리를 투명하게 하는 프로그램 도입을 거부하는 것은 정부 지원금을 이전처럼 마음대로 쓰겠다는 의도로밖에 안 보인다”며 “한유총 집회에 참석하는 유치원들을 제대로 조사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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