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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가 말하는 트럼프 공략법 "한번에 하나만 말해야"

중앙일보

입력

“트럼프 대통령에겐 한 번에 하나만 말해야 된다”

전화회담서 '납치 문제'에 대부분 할애 #소식통이 밝힌 '트럼프와 잘 지내는 비결' #"무조건 잘 들을 것, 짧게 얘기할 것"

지난 20일밤 아베 신조(安倍信三)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화 회담을 가진 뒤 주변 인사들에게 한 말이라고 한다.

그동안 수차례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회담 등 정상회담을 가지며 친밀한 관계를 쌓아온 아베 총리가 터득한 ‘트럼프 공략법’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6월 워싱턴 백악관에서 만난 아베 신조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웃고 있다.[AFP=연합뉴스]

지난해 6월 워싱턴 백악관에서 만난 아베 신조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웃고 있다.[AFP=연합뉴스]

22일 산케이 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두 정상은 지난 20일밤 약 30분간 전화통화를 했는데, 회담의 3분의 2정도를 북한 납치문제에 할애했다고 한다. 이번 전화회담에서 아베 총리가 강조한 ‘한 가지’는 납북자 문제였던 셈이다.

아베 총리는 전화 회담 뒤 주변인사들에게 “나와 트럼프 대통령이 얼마나 밀접한지 저 쪽(김정은 위원장)은 알고 있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 번에 여러가지를 말하면 안된다. 지금까지 경험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과 최소 25회 이상 전화회담을 포함한 정상회담을 했다. 아베총리가 가장 공들이는 해외 정상이 바로 트럼프 대통령이며, 트럼프 대통령 역시 아베 총리를 ‘신조’라는 부를 정도로 친근하게 대하는 몇안되는 해외 정상이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 도쿄 아카사카 궁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 도쿄 아카사카 궁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미일관계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실제로 다른 외국 정상들이 아베 총리에게 “어떻게 하면 트럼프 대통령과 좋은 관계로 지낼 수 있느냐”고 노하우를 묻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럴 때 아베 총리의 답변은 “무조건 잘 듣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고 한다. 무슨 말을 하더라도 일단 “당신 말이 맞다”고 추켜세운 뒤 이야기를 시작하면 대화가 잘 통한다고 한다.

두번째 비결은 “짧게 얘기하는 것”. 트럼프 대통령은 장시간 대화에 익숙하지 않아 얘기가 길어지면 불편해 한다고 한다.

이 소식통은 중앙일보에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영어권 국가 정상과 대화하던 도중, 대화가 길어지자 전화를 끊어버린 경우도 있다. 통역도 없었는데 그랬다”고 소개했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 아카사카궁을 산책한 트럼프 대통령이 연못에서 잉어에게 먹이를 주고 있다. 조금씩 먹이를 주던 아베 총리는 시간이 촉박하자 남은 사료를 연못에 털어 넣었고 트럼프 대통령도 따라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만 먼저 공개되면서 그에게 ’먹이도 제대로 못 준다“는 비난이 쇄도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AP=연합뉴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 아카사카궁을 산책한 트럼프 대통령이 연못에서 잉어에게 먹이를 주고 있다. 조금씩 먹이를 주던 아베 총리는 시간이 촉박하자 남은 사료를 연못에 털어 넣었고 트럼프 대통령도 따라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만 먼저 공개되면서 그에게 ’먹이도 제대로 못 준다“는 비난이 쇄도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AP=연합뉴스]

이번 전화회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3번 정도 “신조의 문제는 나의 문제다”라고 반복했다고 한다. “반드시 신조의 생각을 전하겠다. 약속하겠다”라는 말도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나왔다고 한다.

산케이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납치문제를 다루겠다는 확약을 받은 배경엔 외국 정상과 밀접한 신뢰관계를 구축한 아베 총리의 전략이 있다”고 분석했다.

아베 총리는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재 완화에 대한 속도 조절을 당부했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 일본 정부 내부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성과에 치중한 나머지 대북 제재 완화를 허용해줄 지 모른다는 우려가 퍼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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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비핵화 이전에 대북 제재를 완화해선 안된다는 게 일본 정부의 속내다. 고노 다로 외상은 21일 마이크 폼페오 미국 국무장관과 전화회담을 하고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가 필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도쿄=서승욱 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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