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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하노이 정상회담의 본질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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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27~28일 열릴 2차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 “이번이 김정은 위원장과 마지막 만남이 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20일 말했다. 회담이 닷새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북한이 핵시설 신고 등 비핵화 조치에 합의할 뜻을 보이지 않자 일종의 출구전략으로 후속 정상회담 개최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도 “난 긴급한 시간표가 없고, 서두를 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를 종합하면 2차 북·미 정상회담은 비핵화 의제가 약화된 ‘스몰 딜’용 만남에 그치고, 미국은 북한의 핵실험·미사일 발사 동결 등 ‘상황 관리’에만 초점을 두게 될 공산이 커졌다. 우리로선 극히 우려되는 시나리오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밤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에서 “남북 간 철도·도로 연결부터 경협 사업까지 당신이 요구하면 그 역할을 떠맡을 각오가 돼 있다”고 밝혔다. 아무리 큰 비용이 들더라도 비핵화를 끌어낼 수만 있다면 대북 경제 지원에 나서는 게 맞다. 하지만 2차 북·미 정상회담 일정과 장소까지 확정된 마당에도 북한은 비핵화 합의를 완강히 거부하는 분위기다. 이렇게 북한이 비핵화의 첫발도 떼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 대통령이 비핵화가 한참 진전된 뒤에야 실현 가능한 경협 애드벌룬을 성급히 띄운다면 비핵화 허들은 낮아지고, 북한의 몸값만 높아질 우려가 커진다. 미국에도 “우리는 딜만 하고 부담은 한국에 떠넘기면 된다”는 꼼수를 부릴 여지를 줄 수 있다.

정부는 제재를 유지하면서 북한엔 비핵화, 미국엔 스몰딜 아닌 빅딜만이 해답임을 주지시켜야 한다. 마침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이 이번 주말 서울을 찾을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측과의 빈틈없는 공조를 통해 다음 주 하노이에서 열릴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하고 구체적인 조치 착수를 선언하는 역사적 장면을 끌어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