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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엉망되면 끝장난다는 위기감 속에 야유·막말 사라진 한국당 전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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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설과 막말로 몸살 앓던 2ㆍ27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합동연설회가 달라졌다. 21일 오후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ㆍ울산ㆍ경남ㆍ제주권 합동연설회에선 고성과 비난 대신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21일 오후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3차 전당대회 부산·울산·경남·제주권 합동연설회에서 당 대표, 최고위원, 청년최고위원 후보들이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오후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3차 전당대회 부산·울산·경남·제주권 합동연설회에서 당 대표, 최고위원, 청년최고위원 후보들이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이날 무대에 오르면서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앞선 대전·대구 두 차례 연설회에서 그는 “위장 우파” “빨갱이 나가라” 등의 야유를 들었다. ‘5ㆍ18 폄훼’ 논란에 휩싸인 김진태 대표 후보를 당 중앙윤리위원회에 회부한 데 대한 불만이 컸다.

하지만 이날 당원들은 박수로 김 위원장을 환영했다. 인사말 도중 “치아라 마!” 등의 고성이 객석에서 나왔지만, 파열음을 일으키지 못한 채 묻혔다. 김 위원장이 “한국당 전대가 엉망이 돼 가고 있다. 야유가 넘치고 과도한 발언이 넘친다. 이게 우리 당 모습 맞습니까. 아니죠”라며 “야유가 나올 때마다 박수 소리로 야유를 덮어달라. 이 당의 주인이 얼마나 합리적이고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지 여러분이 보여달라”고 하자 박수가 터져나왔다. 일부는 기립까지 했다.

분위기 반전엔 당 차원의 자구책과 지지자들의 자정 작용이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행사를 준비한 부산 지역 시ㆍ도당 위원회는 비당원들의 난입을 막기 위해 보안 요원을 대거 배치했고, 경찰도 출동했다. 행사 관계자는 “이번에도 태극기 부대에 휘둘리면 전대 흥행은 물론 당도 끝장이라는 절박감으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태극기 부대’ 사이에서도 “지지 후보를 위해서라도 행사 진행을 방해하지 말자”는 의견을 주고받았다고 한다.

21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컨벤션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제3차 전당대회 부산·울산·경남·제주 합동연설회에 각 당 대표 후보자들의 지지자들이 열띤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뉴시스]

21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컨벤션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제3차 전당대회 부산·울산·경남·제주 합동연설회에 각 당 대표 후보자들의 지지자들이 열띤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뉴시스]

후보도 달라졌다.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저 딴 게 대통령이냐”며 막말 논란을 일으켰던 김준교 청년 최고위원 후보는 이날 “과격한 발언으로 전대에 누를 끼쳐 죄송하다. 젊은 혈기에 한 실수라고 너그럽고 어여삐 봐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태극기 부대의 지지를 받는 김진태 후보 역시 “제 지지자분들, 다른 후보님께도 뜨거운 박수 보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당내 갈등은 줄었으나 현 정부를 향한 비판 목소리는 더욱 강경해졌다. 특히 환경부 블랙리스트를 두고 ‘체크리스트’라고 했던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의 논평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한선교 전당대회 의장은 인사말에서 “이미 문 대통령은 (환경부 블랙리스트 등으로) 그 스스로 탄핵의 길로 한발 한발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세론을 등에 업은 황교안 후보도 “김경수 경남지사는 무려 8800만개의 댓글을 조작했는데 판사를 쫓아내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헌법도 무시하고 좌파독재 하겠다는 것 아닌가. 문재인 정권의 국정농단을 끝까지 파헤치겠다”고 말했다. 황 후보는 이어 “북미정상회담에 민족의 운명이 걸려있는데, 우리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에게 전화해서 경제협력 타령만 늘어놓았다. 북한에 돈 퍼줄 궁리만 하고 있다. 대체 어느 나라 대통령이냐”고 비판했다. 황 후보는 다른 후보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김진태 후보는 자신의 존재감 부각에 주력했다. 그는 “지금 더불어민주당에서 총공세로 제1야당의 대표 후보로 나온 사람을 끌어 내리려 혈안이 돼 있다. 그 후보가 누구냐”라고 외쳤다. “김진태”라는 환호가 나왔다. 김 후보는 이어 “이제 분위기 바뀌었다. 진태가 뭔지 아나. 진짜 태풍이다. 연설회와 토론회가 계속될 수록 당심이 분명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오세훈 후보는 다른 두 후보를 겨냥했다. 오 후보는 “당이 백척간두 앞에 서버렸다. 그 이유는 다른 주자 두 분이 모두 탄핵이 잘못된 것이라고, 인정할 수 없다고 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또 “우리가 이제 와서 ‘탄핵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하면 우리는 ‘탄핵부정당’이 돼버린다. 그럼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자유한국당 심판론으로 몰고 가 우린 필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산=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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