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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실 있지만 사망과 인과관계 입증 안돼"…이대병원 '신생아 사망' 전원 무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조수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실장 겸 주치의 교수가 21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업무상과실치사 등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조수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실장 겸 주치의 교수가 21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업무상과실치사 등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서울 이대목동병원에서 2017년 12월 신생아 4명이 잇달아 사망한 사건(업무상과실치사)으로 재판에 넘겨진 의료진 전원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의료진 잘못이 있지만, 이것이 신생아 사망의 원인이 됐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게 핵심 이유다.

21일 열린 재판에서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 안성준)는 숨진 신생아들의 주치의인 조수진 교수 등 의료진 7명에게 사고 당시 영양제 사용과 관련한 잘못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의료진은 신생아용 영양제 1병을 주사기 여러 개로 나눠 담아 썼는데, 이 과정에 대해 재판부가 “감염의 위험을 높인 것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고 본 것이다.

재판에서 의료진 측은 “해당 영양제에 대한 보험급여 청구가 1주일에 2병까지 밖에 인정되지 않았던 시절부터 이뤄진 관행”이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고 당시엔 처방된 영양제만큼 보험금을 인정받았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이 같은 관행을 시정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은 의료진은 감염방지를 위한 최선의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게 분명하다”고 밝혔다.

사고 당시 이 병원 신생아중환자실의 영양제는 시트로박터프룬디균으로 오염됐다. 아기들이 숨진 이유도 시트로박터프룬디균 감염으로 인한 패혈증이었다.

하지만 재판부는 영양제 오염과 신생아 사망과의 연관성은 인정하지 않았다. “의료사고에서 의료인의 과실이 인정되더라도, 그 과실과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돼야 책임을 지울 수 있다”는 이유였다.

대신 재판부는 ‘사망한 신생아들과 동일한 주사제를 투여받은 다른 아기에겐 패혈증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의료진 측 의견을 받아들였다. 검찰은 “사망 신생아가 있던 중환자실 주사준비실 내 싱크대에서 같은 균이 확인됐다”는 점을 약 오염과 아기 사망 간의 연결고리로 지적했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싱크대에 균이 확인된 때가 피해 아기들이 사망하기 전이었는지 그 시점 확인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이어 “감염관리 부실 등 과실은 인정되나 해당 주사제가 신생아 사망에 직접 작용했다는 인과관계는 증명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재판장이 "무죄"라는 말을 꺼내자 조 교수는 눈물을 흘렸다. 함께 피고인으로 재판을 받은 의료진과 껴안았고, 가족들과도 위로를 나눴다.

조 교수는 재판이 끝난 뒤 변호인을 통해 “법원이 사건 증인들의 증언을 충분히 듣고 판단한 데 대해 감사함을 느낀다”며 “다만 법원이 주사제 사용 관련 과실을 인정한 부분을 감안해 앞으로 더욱 멸균에 신경 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판결 소식을 들은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도 “명백한 증거주의에 입각해 무죄판결 내려졌다는 점에서 의료계에서는 환영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선고공판을 지켜본 유족 대표는 묵묵부답으로 재판정에서 나갔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유족 측은 무죄가 나올 거라 생각 못 해서 매우 충격을 받은 상태다"라며 "유족 측이 오늘 모이기로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또 "이런 기조라면 앞으로도 의료사고에 관해서 폐쇄회로(CC)TV 영상 같은 명백한 증거가 없다면 이기기 힘들 것 같다"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한편, 검찰은 법원의 판결에 대해 즉각 항소의 뜻을 밝혔다. 서울남부지검 관계자는 "우리는 유죄가 입증됐다고 주장했는데 법원에서는 그 정도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라며 "항소심에서 다퉈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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