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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진 징역 2년6월…“주권자인 국민의 의사 왜곡” 재판부 질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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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사이버사령부의 정치관여 활동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21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에서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재판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군 사이버사령부의 정치관여 활동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21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에서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재판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군 사이버사령부의 정치관여 활동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관진(70) 전 국방부 장관이 1심에서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법정 구속은 면해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김태업)는 김 전 장관의 군형법상 정치관여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다만 “애초에 김 전 장관의 구속적부심에서 불구속 재판 선언을 했고, 예상되는 항소심도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인다”며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앞서 검찰은 김 전 장관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다.

함께 기소된 임관빈(66) 전 국방부 정책실장에겐 금고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김태효(52) 전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에겐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정치관여·댓글수사 은폐 인정…문건에 'V표시' 결정타

재판부는 김 전 장관의 정치관여 혐의에 대해 유죄라고 판단했다. 사이버사령부가 대통령 옹호나 제주해군기지, 광우병, 한일정보보호협정 등에 대한 대응을 정리한 문건을 1~2개월 단위로 김 전 장관 등에게 보고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김 전 장관은 대응 문건에 ‘브이(V)’ 표시를 하거나 의견을 포스트잇 등에 적어서 돌려주기도 했다.

재판부는 김 전 장관이 댓글 사건 수사에도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봤다. 그러면서 “김 전 장관은 당시 백낙종 조사본부장에게 사실상 수사를 축소·은폐하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고, 백 본부장은 수사 과정을 김 전 장관에게 상세히 보고하며 실행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 전 장관이 사이버사 군무원 채용 당시 박근혜 정부 등에 우호적인 사람을 채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1급 신원조사를 시행하게 한 혐의(직권남용)에 대해선 “그런 지시를 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면접에서 호남 등 특정 지역 출신을 배제하도록 한 혐의에 대해서도 “김 전 장관이 이를 직접 지시한 사실은 없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 “자유민주주의 가치 훼손…용납할 수 없다” 

재판부는 김 전 장관에게 "피고인의 범행은 주권자인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왜곡함과 동시에 정당과 정치인의 자유경쟁 기회를 침해하는 결과를 야기했다"며 강하게 질타했다.

이어 “군의 정치적 중립 의무는 6월 항쟁 이후 명문화된 규정으로 누구보다 강하게 요구되는데도, 이를 정면으로 위반한 건 헌법을 중대하게 침해한 것”이라며 “북한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활동이라고 주장하지만, 정작 자유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를 훼손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또 “수사가 시작되자 이를 방해한 건 법치주의를 훼손한 것으로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며, 이 때문에 수사를 진행하지 못한 조사본부원들은 심한 내적 갈등을 겪었을 것”이라며 “건전한 민주주의의 발전을 꾀하고 국민의 신뢰를 다시 세우기 위해서라도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김 전 장관은 재판 내내 표정 변화 없이 선고를 들었다. 실형이 선고되자 잠시 고개를 떨구기도 했다. 판결 이후 법정 밖에서는 “북한 사이버 대응은 어떻게 하느냐” “나라를 말아먹었다”는 김 전 장관 지지자들의 고성이 퍼졌다. 김 전 장관은 선고 이후 기자들과 만나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항소에 대해서는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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