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정정 불안을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의 화폐 볼리바르화(貨)가 이웃 나라 콜롬비아에서 휴지취급을 받고 있다. 베네수엘라 국경에 가까운 콜롬비아 도시 쿠쿠타에서는 볼리바르 돈으로 만든 새와 뱀, 가방 등이 팔리고 있다.
베네수엘라 화폐는 볼리바르화다. 남미 독립영웅 시몬 볼리바르(1783~1830)의 이름을 땄다. 시몬 볼리바르는 베네수엘라 태생 백인으로 스페인 유학 중 프랑스혁명에 고무돼 1807년 남미로 돌아와 독립에 매진했다. 짧은 생애 동안 베네수엘라를 비롯해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 볼리비아 등 5개국을 스페인 지배에서 해방했다. 나라 이름 볼리비아부터 베네수엘라의 통화, 헌법, 공항 등 곳곳에 그의 이름이 남아 있다. 이런 영웅의 이름을 딴 화폐가 욕된 대접을 받는 것이다.
볼리바르화가 더는 화폐 대접을 받지 못하고 공예품이 되어 팔리고 있는 콜롬비아 쿠쿠타에는 베네수엘라를 돕기 위한 원조 식량과 의약품이 쌓여가고 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정부가 '우리는 거지가 아니다'며 구호 물품 반입을 거부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야당과 미국은 국경 지역의 베네수엘라 군인들이 구호품 반입 금지명령을 거부하길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블라디미르 파드리노 베네수엘라 국방부 장관은 19일 국영 TV로 중계된 기자회견에서 마두로 정권에 대한 충성과 결사 항전을 재다짐했다.
베네수엘라 국민이 20일 콜롬비아로 건너가기 위해 '시몬 볼리바르 다리'를 건너고 있다. 다리에도 영웅의 이름을 붙였다. 뒤에 보이는 벽화의 인물이 시몬 볼리바르다.
마두로 정부는 카리브 해로 통하는 바닷길, 하늘길도 봉쇄해 생활고에 시달리는 베네수엘라 국민은 국경을 걸어 이웃 나라로 탈출할 수밖에 없다.
최정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