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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만찬' 내비친 트럼프, "마지막 회담 아닐 것" 의미는?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6월 12일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산책 중인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지난해 6월 12일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산책 중인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 27일 만찬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할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트럼프, "김정은과 이틀 간에 걸쳐 만남 가질 것" 강조 #'장기전 불사' 통해 북 압박, 국내 비판론 사전 차단 노려 #"제재 풀어주고 싶지만 뭔가 내놓아야" '플러스 알파' 촉구 #지난해 10월 팽행선 달릴 때도 같은 발언, 협상 난항 시사한 듯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우리는 김 위원장과 이틀에 걸쳐 만남을 가질 것(We will be meeting with Chairman Kim for two days)이며 우리는 많은 걸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26일 밤 하노이 현지에 도착할 것으로 알려진 트럼프 대통령은 이튿날인 27일 베트남 정부 수뇌부와 회담을 할 것으로 전망돼 왔다.
28일 김 위원장과 회담 후 하노이를 떠날 경우 정작 회담은 싱가포르 때와 마찬가지로 28일 단 한 번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이틀에 걸쳐 만난다"고 한 것으로 미뤄 아직 공식 발표는 않고 있지만 27일 오후에 확대회담 혹은 만찬을 겸한 회담이 있을 것을 상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번 (하노이) 회담이 마지막은 아닐 것"이라며 또 다시 '장기전' 카드를 내밀고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로이터=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로이터=뉴스1]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전화통화를 마친 뒤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관계는 매우 견고하다. 매우 좋은 관계"라며 "이번이 행여 마지막 회담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현 시점에서 추가 정상회담 이야기를 굳이 꺼낸 이유는 크게 두가지로 해석된다.

먼저, 최근 연이어 강조하고 있는 "서두르지 않을 것"이란 발언과 같은 맥락으로 "시간은 우리 편"이란 인식이다.

북한이 핵, 미사일 실험을 동결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둘러 양보를 하지 않을 것이란 일종의 경고 메시지를 북한에 던진 것이란 해석이다. 북한은 지난 6일부터 2박 3일 동안 평양을 방문했던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에게 대북 제재 해제 혹은 완화를 강하게 요구하면서 "제재 해제가 없으면 우리는 영변 핵 사찰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때문에 정상회담을 코전에 둔 막판 비건-김혁철 실무협상을 앞두고 북한 측에 타협을 촉구하는 의미가 강하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럼프 미국 대통령

또 하나는 미국 국내를 의식한 발언일 수 있다. 미 의회에선 민주당 뿐 아니라 공화당 내부에서도 "비핵화의 구체적 조치 없이 섣불리 제재를 완화해 줘선 안 된다"는 강경론이 우세하다. 워싱턴 조야도 '하노이 회담'에 대한 회의론이 지배적이다.

"비핵화 협상은 어차피 장기전"이란 발언을 통해 회담 후 쏟아질 수 있는 비난을 사전에 차단, 내지 완화하려는 목적일 수 있다.

사실 트럼프의 이 같은 발언은 처음이 아니다.

트럼프는 지난해 6월 12일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이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회담 결과에 알맹이가 없다"는 기자들의 지적에 "우리는 다시 만날 것이다. 우리는 여러 번 만날 것"이라며 후속 정상회담을 여러 번 개최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지난해 6월 12일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공동합의문에 서명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6월 12일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공동합의문에 서명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장기전 불사' 를 밝히면서 "북한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고 싶지만 북한이 무언가 해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북한의 제재완화 요구에 맞서 우라늄농축시설 폐기 및 핵시설 리스트 신고 등 이른바 '영변 플러스 알파(+α)'를 압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는 지난해 10월 9일에도 "난 그것들(제재)를 해제하고 싶다. 하지만 그러려면 우리는 무언가를 얻어야 한다"며 제재완화를 위한 북한의 '플러스 알파'를 촉구한 바 있다. 당시도 양측 간에 '북한의 비핵화 조치 대 미국의 상응 조치'를 둘러싸고 한 치의 양보 없이 평행선을 달리던 상황이었다.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일주일 앞둔 20일 오후 베트남 하노이에 위치한 한 헤어샵을 찾은 시민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같은 헤어스타일로 머리카락을 다듬고 있다. 이 헤어샵은 회담이 끝나는 28일까지 '트럼프-김정은 무료 헤어 서비스'를 실시한다. 뉴스1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일주일 앞둔 20일 오후 베트남 하노이에 위치한 한 헤어샵을 찾은 시민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같은 헤어스타일로 머리카락을 다듬고 있다. 이 헤어샵은 회담이 끝나는 28일까지 '트럼프-김정은 무료 헤어 서비스'를 실시한다. 뉴스1

한편 트럼프는 이날 또 "북한이 비핵화를 꺼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북한은 한국과 중국, 러시아 사이에 위치한 엄청난 지리적 입지를 갖고 있고, 김 위원장이 이를 가장 잘 알고 있을 것" 등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유인하는 '당근성 발언'도 내놓았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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