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는 폭풍전야..."이르면 이달 중 총파업 이나 동맹 파업 고려"

중앙일보

입력 2019.02.21 03:01

대우조선 노조가 20일 조선소 내 민주광장에서 총파업을 앞두고 결의 중식 집회를 하고 있다. 위성욱 기자

대우조선 노조가 20일 조선소 내 민주광장에서 총파업을 앞두고 결의 중식 집회를 하고 있다. 위성욱 기자

 거제시가 폭풍전야다. 지난 12일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현대중공업을 대우조선해양 인수후보자로 확정하고 다음 달 8일 본계약을 체결하기로 한 것이 계기다.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이하 노조)는 18∼19일 이틀간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쟁의행위 돌입 여부를 묻는 투표를 진행했다. 그 결과 조합원 5611명 중 5242명이 참여한 투표에서 4831명(92.16%)의 찬성을 끌어내 파업을 결의했다.

20일 거제 대우조선 노조 총파업 앞두고 결의 집회
사측과 지역사회도 "현대 중 인수되면 구조조정 등 우려"

노조 관계자는 “이르면 이달 안에 총파업을 시행하고, 현대중 노조에서도 파업을 결의하면 앞으로 공동 총파업을 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과 현대중 노조는 노조 내부에서도 가장 강성으로 분류되는 집행부가 현재 조직을 맡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이번 파업 수위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우조선 노조가 20일 '동종업계 매각반대'를 외치는 중식 집회를 마치며 '악질 현대, 밀실야합, 졸속매각, 재벌특혜 등의 이름을 붙인 허수아비를 불태우고 있다. [연합뉴스]

대우조선 노조가 20일 '동종업계 매각반대'를 외치는 중식 집회를 마치며 '악질 현대, 밀실야합, 졸속매각, 재벌특혜 등의 이름을 붙인 허수아비를 불태우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오후 1시쯤 거제시 옥포동 대우조선해양 민주광장은 노조 조합원들로 꽉 들어찼다. 현대중 매각 저지를 위한 총파업을 앞두고 결의를 다짐하는 성격의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점심을 마친 조합원 3000여명 정도가 모여들어서다. 회사 측 한 관계자는 “깜짝 놀랐다. 보통 임단협 때도 300~400명 정도가 모이는데 입사 이후 이렇게 많은 인원이 모인 것은 처음 본다”며 “그만큼 조합원들이 이번 일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조는 이날 집회를 신호탄으로 앞으로 투쟁 수위를 높여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노조 하태준 정책기획실장은 “대우조선이 현대중에 매각되면 구조조정은 필연적으로 따라올 수밖에 없다”며 “우선은 다음 달 8일 본계약 체결 전에 이를 철회하도록 만들기 위해 이르면 이달 말에 총파업이나 현대중 노조와 연계한 공동 총파업도 논의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이날 회사 측 한 고위 관계자는 “지난 3년간 구조조정과 임금삭감 등 뼈를 깎는 아픔을 견디며 올해만 잘 견디면 이제 ‘보릿고개’를 넘길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는데 갑자기 현대중 인수설에 모든 직원이 큰 충격을 받은 것이 사실이다”고 말했다.

대우조선 노조가 20일 벌인 총파업 전 중식 집회 모습. 위성욱 기자

대우조선 노조가 20일 벌인 총파업 전 중식 집회 모습. 위성욱 기자

대우조선은 2015년까지만 해도 직영과 협력업체 직원을 합쳐 5만명의 인원이 일했던 대규모 사업장이었다. 그러나 조선업 침체가 심화되면서 현재는 2만8000여명으로 절반 정도가 줄었다. 같은 시기 협력업체도 194개(3만5000여명)에서 117개(1만7000여명)로 크게 감소했다.

조문석 대우조선해양 사내협력회사 협의회장은 “그동안 4년간 단가를 동결하고, 직원의 임금과 복지를 줄이는 등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자구책을 쓰며 여기까지 버텨왔는데 갑자기 현대중 매각 소식이 알려지면서 모든 협력업체가 벼랑 끝에 내몰린 기분이다”며 “인근 지역에 있는 삼성중공업도 아니고 울산에 있는 현대중에 대우조선이 인수되면 이곳의 물량은 줄어들어 자연적으로 대우조선 협력업체들이 줄도산하지 않을까 그것이 가장 우려된다”고 말했다. 현재 대우조선은 거제를 비롯해 경남과 부산 등의 협력업체로부터 각종 부품을 납품받아왔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은 상당 부분을 자체 생산하거나 울산 등의 기존 협력업체를 통해 자재를 납품받을 가능성이 커 앞으로 대우조선 협력업체들의 물량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다.

김종훈 민중당의원, 추혜선 정의당 의원과 금속노조, 조선노연 대표자들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산업은행의 대우조선 일방 매각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김종훈 민중당의원, 추혜선 정의당 의원과 금속노조, 조선노연 대표자들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산업은행의 대우조선 일방 매각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지역사회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날 오후 2시쯤 대우조선 인근에 있는 거제시 옥포동 상가 거리는 한산했다. 수년 전만 해도 이곳은 거제에서 가장 잘 나가는 ‘핫플레이스’였다. 그러나 지금은 각종 회식 등이 사라지면서 횟집이나 식당 등을 찾는 손님들이 급격히 줄어들었고, 곳곳에 문을 닫은 가게들이 늘면서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마저 들고 있다. 정영식 옥포동 상가번영회장은 “수년간 대우조선 위기로 이곳의 가게들 대부분이 매출의 절반이 줄어들었다”며 “최근에도 2~3곳이 문을 닫았는데 대우조선이 현대중으로 인수돼 일감이 더 줄어 구조조정이 되면 이곳 가게는 그야말로 줄도산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거제시는 조선업이 장기 침체하면서 미분양 아파트가 속출하고 전셋값이 집값보다 비싼 역전세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또 다른 악재가 발생한 것이어서 우려가 더욱 크다.

20일 거제시 옥포동 중심 상가 모습. 점심 시간인데도 지나다니는 사람이나 차량이 별로 없다. 위성욱 기자

20일 거제시 옥포동 중심 상가 모습. 점심 시간인데도 지나다니는 사람이나 차량이 별로 없다. 위성욱 기자

변광용 거제시장은 “13조원 이상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대우조선해양의 매각이 국내 조선산업의 합리화와 재도약을 위한 조치라고 한다면 거스를 수는 없다고 본다”며 “그러나 거제 경제의 40%를 책임지는 대우조선이 동종사인 현대중공업에 매각되면 구조조정 등 거제뿐 아니라 경남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해 여론 수렴 절차를 거쳐 대응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거제지역은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조만간 대책위를 꾸려 공동 대응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거제=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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