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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고전 애플, 동영상·뉴스 서비스 기업 변신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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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애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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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애플 아이폰용 소프트웨어 ‘시리’ 사업을 이끌던 빌 스테이서 부사장이 사임했다. 2012년 애플에 영입돼 아마존의 음성인식 시스템 ‘알렉사’와 정면 승부를 펼쳤던 그의 퇴장은 정보기술(IT)업계에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매출 70% 나오는 스마트폰 부진 #아이폰 핵심인력 줄줄이 떠나 #작년 AI 등 신사업에 16조원 투입 #넷플릭스·아마존과 힘겨운 경쟁

애플의 ‘킬러 아이템’인 아이폰에 관여했던 핵심 인사가 물러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애플 스토어 사업을 담당했던 론 존슨(소매 담당) 부사장, 모바일 소프트웨어 사업을 맡았던 스콧 포스털 iOS(애플 운영체제) 부사장이 애플을 떠났다.

이 회사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기업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를 인용해 “최근 애플의 기존 주력 사업 계획들이 중단됐다. 대신 새로운 사업과 보직이 신설되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주름잡던 애플이 과감히 사업 개편에 나선 것이다. 역점 사업의 무게 중심을 제조업(아이폰)에서 서비스·인공지능(AI) 사업으로 옮기고 있다.

애플은 넷플릭스를 본뜬 동영상 서비스와 무제한 뉴스 구독 서비스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WSJ은 “애플은 유명 배우들이 출연할 콘텐츠 제작에 10억 달러(약 1조1285억원) 이상 투자했다”고 전했다. 이 서비스는 4월 혹은 5월 초에 공개될 계획이다.

한 달 구독료가 10달러(약 1만1300원)인 뉴스 구독 서비스는 내달 25일 출시한다. 애플은 모바일 최적화 등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 언론사와 계약해 이들의 콘텐츠를 집중적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미 CNBC 방송은 “애플의 뉴스 서비스는 뉴욕타임스(NYT)보다 구독료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했다”고 보도했다. NYT 월 구독료는 14.99달러다.

이 같은 사업 재편에 따른 인력 재배치도 활발하다. 애플은 최근 머신러닝·AI 전문가인 존 지아난드레아를 수석 부사장으로 임명했다. 이어 자율주행차 사업 담당 직원 200명을 감원한 동시에, 자사 엔지니어들을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개발 프로젝트인 ‘할리우드 프로그래밍’에 재배치했다.

벤처캐피털 회사 루프벤처스의 진 먼스터 애널리스트는 “각종 산업 기술이 진화함에 따라 애플 역시 사업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향후 10년을 내다본 구조개혁”이라고 평가했다.

애플이 새로운 먹거리를 찾게 된 배경은 중국을 비롯한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부진이었다. 애플의 지난해 10~12월 매출액은 전년 동기(883억 달러)보다 줄어든 843억 달러(약 94조7195억원)였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경제 둔화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WSJ은 “애플이 올해부터 아이폰 판매량 발표를 중단했다. 사실상 스마트폰 시대의 종언을 고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애플 신사업의 성공 여부는 불투명하다. 동영상·뉴스 등 투자 분야가 다른 유력 IT업체의 사업과 중복되기 때문이다. WSJ은 “애플은 넷플릭스(동영상)·아마존(AI) 등과 정면 대결을 펼쳐야 한다”고 전했다.

현재까지의 성과 역시 만족스럽지 않다. 지난해 애플은 아이폰을 제외한 비(非)주력 사업 연구·개발(R&D)에 142억4000만 달러(약 16조627억원)를 투입했다. 2017년에 비해 23% 오른 투자액이다. 하지만 아이폰에 버금갈 만한 상품을 내놓진 못했다.

WSJ은 “애플의 애플워치(시계)·에어팟(이어폰)·홈팟(AI 스피커) 판매량은 여전히 아이폰에 못 미친다”며 “애플의 아이폰 매출은 전체의 3분의 2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애플 수익원에서 아이폰에 대한 의존도가 여전히 높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애플은 자사 유료 서비스 회원을 늘린 뒤 이들이 음악·비디오 서비스를 구매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신문은 “애플은 현재 3억6000만 명인 유료 회원 수를 오는 2020년까지 5억 명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전했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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