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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 당진공장서 외주업체 근로자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일 오후 외주업체 소속 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한 충남 당진시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정문. [연합뉴스]

20일 오후 외주업체 소속 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한 충남 당진시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정문.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던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씨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데 이어 이와 유사한 사고가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발생했다.
20일 충남 당진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30분쯤 충남 당진시 송악읍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근로자 이모(51)씨가 원료를 나르는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졌다. 이씨는 컨베이어벨트 정비를 전문으로 하는 한 외주업체 소속 비정규직 근로자다. 그가 소속된 회사는 현대제철 당진공장과 1년 동안 계약해 환승탑과 컨베이어벨트 유지ㆍ보수 업무를 맡아왔다.

동료 3명과 함께 작업하다 컨베이어벨트에 빨려들어가 #사고 현장 2개 컨베이어벨트 1m 간격으로 작동

이 공장은 현대 자동차 그룹의 계열사로 제철과 각종 중장비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장소는 철광석을 옮기는 15층 높이 컨베이어벨트였다. 이씨는 이날 다른 근로자 3명과 함께 철광석을 옮기는 컨베이어벨트의 표면 고무 교체 작업을 하러 현장에 들어갔다가 변을 당했다. 이씨와 함께 현장에서 일하던 동료로부터 사고 신고를 접수한 공장 측은 해당 컨베이어벨트 가동을 즉시 중단했다. 추가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씨의 동료는 경찰에서 “공구를 가지러 갔다 오니 이씨가 보이지 않았다. 현장을 둘러보니 다른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있었다”고 진술했다. 당시 현장에는 1m 간격을 둔 컨베이어벨트 2개 평행인 상태에서 작동하고 있었다. 컨베이어벨트 사이에는 안전 펜스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관계자는 “이씨가 왜 펜스를 넘어 다른 컨베이어벨트에 빨려들어갔는 지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제철 측은 “이씨가 쇳물 생산 과정에 쓰이는 부원료를 운송하는 컨베이어벨트에서 부품 교체작업을 하던 중 잠시 뒤쪽으로 이동했다가 옆에 있는 다른 컨베이어벨트에 빨려 들어가 숨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해 매우 죄송하다”며 “현재 경찰 조사가 이뤄지고 있어 경찰의 정확한 사고원인 파악 후 재발방지대책을 포함한 회사의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현장에 함께 있던 다른 노동자 등을 대상으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이날 사고는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사고로 목숨을 잃은 고 김용균씨의 유족을 만난 지 이틀 만에 발생한 사건이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8일 유족 면담에서 “앞으로 더 안전한 작업장, 차별 없는 신분보장을 이루는 큰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꼭 그리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면담 이후엔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이번 사고와 관련한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같은 사고의 재발을 막을 법 제정 등 김씨 가족의 당부 사항을 전하면서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컨베이어벨트 부품 교체작업 중 숨진 이씨가 외주업체 소속으로 밝혀지면서 기업의 외주화 문제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현대제철을 비롯한 대다수 대기업은 많은 분야에서 외주업체를 활용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노동자 일부를 일용직으로 투입하기 때문에 안전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고 김용균 씨 사고 이후 안전이나 보안 등 중요하거나 위험한 분야에서 외주업체를 쓰지 말고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외주업체 근로자의 사고 소식은 해마다 끊이지 않고 있다. 2016년 5월 서울 지하철 구의역 내선 승강장에서 혼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외주 업체 직원 직원이 전동열차에 치여 사망한 사고가 발생했다. 2인 1조로 수리작업을 해야 하는데,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은 탓이다. 이 밖에 2016년 6월 울산 고려아연 황산 유출 사고, 2017년 8월 경남 창원 STX 선박 폭발사고, 2017년 12월 서울 지하철 온수역 선로 정비 중 사고, 2018년 1월 포스코 포항제철 가스질식 사고 등이 대표적이다.

당진=최종권 기자, 오원석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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