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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시작도 못한 사드 환경영향평가…미국, 정식배치 미루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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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경북 성주에 자리한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에 대한 일반환경영향평가가 아직도 시작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한미군 측이 한국이 공여한 기지 내 부지 70만㎡에 대한 사업계획서를 아직 환경부에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반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려면 해당 부지의 활용 방안을 적은 사업계획서가 필요하다. 정부 소식통은 19일 “주한미군 측이 해를 넘겼는데도 사업계획서를 내지 않고 있다”며 “일반 환경영향평가 보고서를 작성하기로 한 K사와의 계약이 지난해 12월 끝났지만 이때문에 보고서 용역 계약을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사업계획서 제출 안해 #소식통 “펜타곤·주한미군 이견 #펜타곤, 비핵화 땐 필요 적다 입장”

당초 주한미군이 2017년 3월 성주 기지에 레이더와 미사일 발사대 2기를 배치한 뒤 박근혜 정부는 지역주민 참관, 공청회 개최 등 의견수렴 절차가 필요 없어 절차가 빨리 끝나는 소규모환경영향평가를 진행했다. 이후 문재인 정부는 그해 7월 법적·절차적 정당성을 준수한다는 원칙에 따라 일반환경영향평가로 방침을 바꿨다. 이에 따라 주한미군은 일반환경영향평가를 받기 위한 사업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그런데 2019년 2월 현재까지 계획서는 제출되지 않은 상태다.

국방부는 기술적 문제 때문에 사업계획서 제출이 늦어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한 당국자는 “주한미군에서 사업계획서가 곧 올 것이다. 주한미군 측이 ‘그동안 바빠서 준비를 제대로 못 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이미 지난해 10월 26일 국회에서 ‘일반환경영향평가는 하고 있느냐’는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의 질문에 “미국 측에서 계획서를 작성하고 있다. 거의 마무리 단계인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이 때문에 주한미군이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는 데 일부러 굼뜬 게 아니냐는 의문까지 제기되고 있다. 북·미 비핵화 협상 결과에 따라 사드의 배치에 대한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기 시작했다. 외교 소식통은 “펜타곤(미국 국방부)과 주한미군이 사드 기지를 놓고 심각하게 논의 중”이라며 “펜타곤과 주한미군 간 입장의 차이가 있다. 펜타곤은 북한의 비핵화 이후 사드를 계속 한국에 배치할 필요가 적다고 보는 것으로 안다”고도 귀띔했다. 일각에선 주한미군의 사업계획서 제출이 늦어지는 배경을 놓고 사드 비용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연관시키기도 한다.

현재 사드 기지 길목엔 시위대가 지키고 있다. 시위대의 통제 때문에 주한미군은 사드 기지의 발전소를 돌리는 유류를 매주 2~3번 헬기로 공수하고 있다. 내부 숙소와 조리시설은 보수 공사를 했지만, 미사일 발사대는 임시 패드 위에 놓여 있다. 일반환경영향평가가 끝나야 콘크리트 공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철재 기자, 대구=백경서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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