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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환경부의 괴이한 인사, 누구 지시인지 규명해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한국환경공단 임원 인사와 관련해 괴이한 정황을 포착했다. 지난해 상임감사 선정 때 서류심사를 통과한 7명이 면접을 보고도 모두 탈락했는데, 친정부 성향의 언론사 출신 A씨가 서류심사를 통과하지 못하자 전형 자체를 무효화한 것으로 추정케 하는 단서가 드러났다고 한다. 이후 A씨는 환경부 산하 회사의 사장에 임명됐다. 환경공단 상임감사 자리는 재공모를 거쳐 유성찬 전 노무현재단 기획위원이 차지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 후보 환경 특보였다.

이런 수상한 인사는 도처에서 발견된다.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공모에서 ‘민중미술 대부’라 불리는 윤범모 동국대 교수가 역량평가 낙제점을 받았는데, 문화체육관광부가 요청한 재평가를 거쳐 결국 관장이 됐다. 첫 역량평가에서 우수 등급을 받은 후보가 있었는데도 문체부는 인사혁신처에 재평가를 요구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EBS 사장 채용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펼쳐졌다. 1차 공모에서 후보 4명을 선정해 최종 면접까지 하고도 합격자를 발표하지 않고 재공모를 했다. 방송가에서는 노무현 정부 때 KBS 사장 비서실장이었던 이를 그 자리에 앉히려 했으나 여의치 않아 벌어진 일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문제는 상식에서 벗어나는 이 같은 인사의 배경에 누가, 무엇이 있느냐다. 부처가 자체적으로 했다고 보기가 어렵다. ‘우리 편’이 아니라고 판단되는 공직자를 압박해 찍어 내고, ‘자기 네’ 편을 그 자리에 앉히기 위해 ‘전원 탈락’이라는 무리수까지 둘 수 있는 곳이 과연 어디겠는가.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은 지난해 국회에서 산하 기관 인사에 대한 질문에 “임명 권한은 사실 제게 없다”고 말했다. 검찰에 불려간 환경부 공무원 중에 환경공단 인사에 청와대 측이 관여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이가 있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직권남용이다. 검찰의 진상 규명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