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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대한통운, 3월부터 택배비 최대 1000원 이상 올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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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대한통운 물류센터. [CJ대한통운]

CJ대한통운 물류센터. [CJ대한통운]

택배 단가가 오른다. CJ대한통운은 이달 초부터 화주와 택배 단가 인상 협의를 진행 중이며, 3월 1일부터 인상한 운임을 적용할 것으로 확인됐다. 인상 폭은 평균 100원 정도로 지난해 평균 단가 2229원(한국통합물류협회 자료)에서 5% 오른 수준이다. 일부 품목에 따라 1000원 이상 오를 것으로 보인다.

대한통운 관계자는 "이달 초 고객사에 '택배 운임 인상'에 관한 공문을 보낸 후 지난 15일까지 1차 협의를 마쳤다. 이번 주부터 본격적인 가격 조정을 진행 중"이라며 "이달까지 협의를 끝내고 내달 1일부터 새 단가에 맞춰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택배 단가 인상은 대한통운의 오픈마켓 등 기업은 물론 개인 간 택배에도 적용된다. 대한통운은 쌀·매트리스·절임배추 등 생산성이 떨어지는 품목 10개를 선정해 '신 택배 최저운임제'를 우선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대한통운과 업계에 따르면 10개의 특수 품목은 최대 1000원가량 인상될 가능성이 있다.

앞서 대한통운은 이달 초부터 모바일 앱을 통한 택배 주문에 적용하던 '1000원 할인'을 폐지해 실질적으로 가격을 인상했다. 현재 홈페이지와 앱을 통한 B2C 물량 단가는 5000원(무게 2㎏ 이하 동일권역 기준)이다.

또 한진·롯데택배도 쌀·생수 등 '이형(異形)' 택배에 대한 가격 조정에 나서는 등 업계 전체로 파급할 것으로 보인다. 한진택배 관계자는 "아직 본격적인 인상 협상 단계는 아니지만, 재계약이 임박한 일부 화주와 '택배 가격 현실화'를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대한통운의 택배 시장 점유율은 45~50%를 차지한다. 한진·롯데 등 주요 3사의 시장점유율은 70%에 달한다.

택배업계의 단가 인상 시도는 예전에도 몇 차례 있었다. 하지만 시장 과열로 인한 업체 간 과당 경쟁으로 오히려 단가는 떨어졌다. 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지난 2000년 택배 평균 단가는 3500원, 2010년 2505원, 2015년 2392원으로 줄곧 내려갔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대한통운이 선제적으로 인상 카드를 내건 이유는 단가 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풀이된다. 지난해 대한통운 택배 부문의 매출은 2조3755억인 데 반해 영업이익률 1%에 머물렀다. 한진택배도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2%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대로 가면 올해 영업이익률이 더 떨어질 것"이라며 "택배사는 한계에 몰린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반면 택배 물량은 온라인 쇼핑의 폭발적인 증가에 힘입어 꾸준히 늘었다. 지난해 전국 택배 물량은 약 25억개로 국민 1인당 50개 수준이다. 일본(1인 약 30개)의 2배에 달하는 물량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업계는 단가 인상으로 "택배기사도 50%의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한통운 관계자는 "박스당 100원이 인상되면 택배기사는 50원의 혜택을 볼 수 있다. 하루 250개의 물량을 처리하는 택배 기사의 기사 월 25~30만원가량의 수입을 추가로 가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택배 수요자인 오픈마켓과 온라인몰 판매자는 가격 부담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픈마켓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단가 인상 움직임이 있었다"며 "물량이 많은 업체는 상품 가격에 물류비용을 책정해 충격을 완화할 수 있겠지만, 소규모 소상공인은 교섭력이 없어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택배를 받는 소비자에 가격이 전가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또 다른 오픈마켓 관계자는 "택배 가격 인상은 아무래도 상품 가격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며 "일부 판매자의 경우 택배비를 이미 2500원에서 3000원으로 올린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택배업체의 상황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지만, 절충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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