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산 코미디를 보면 가끔 궁금해진다. 이게 정말 웃긴 걸까, 웃기면 얼마나 웃긴 걸까. 몸이 아니라 말로 웃기는 코미디일수록 그 웃음 재료의 특징을 모르고는 따라 웃기가 쉽지 않다. 최불암을 모르는 외국인에게 ‘최불암이 가장 좋아하는 야채는? 파’ 같은 아재 개그가 안 통하는 것과 같다. 웃음 자체는 인류의 공통언어일 지 몰라도, 코미디에는 분명 장벽이 있다고 느끼는 이유다.
언어와 문화가 같더라도 남을 웃기는 건 꽤 까다롭다. 아재 개그만 해도 취향이 크게 갈린다. 차별적 유머, 비하적 농담은 웃음 대신 분노를 유발하기에 십상이다. 맥락도 중요하다. 요즘 배우 김영철이 ‘사딸라’를 외치는 햄버거 광고를 보자. 이 광고가 웃긴다면, ‘사딸라’가 나온 2000년대초 드라마 ‘야인시대’가 아니라 이 드라마 장면을 활용해 그동안 온라인에 꾸준히 만들어진 합성물이 웃음유발자가 됐기 때문이다.
이 까다로운 코미디 시장에서 ‘극한직업’이 큰일을 냈다. 대작도 아니요, 스타가 총출동한 영화도 아닌데 ‘명량’(1761만)에 이어 역대 흥행 2위에 올랐다. 사극이든 현대물이든 비극이 주는 카타르시스에 익숙했던 터에 웃음으로 거둔 성적이라 더 놀랍다. 지난 주말까지 관객 수가 1453만 명. 경쟁작들이 시원찮아 대진운이 좋았던 것도 있지만, 이 영화가 불러낸 웃음의 최대공약수가 그만큼 컸다는 얘기 같다. 머리 아플 것도, 불쾌할 것도 없는 웃음, 한마디로 뒤끝 없는 웃음이다. 이 영화의 이병헌 감독은 “코미디의 매력은 당연히 웃음”이라며 “단발적 웃음이든 여운이 남는 웃음이든 그 순간만큼이라도 웃음은 행복을 준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웃음에 만장일치는 없다. 이 영화를 먼저 보고 재미있어 설 연휴에 가족과 함께 다시 보며 더 많이 웃었다는 사람도, 가족들이 웃는 내내 혼자 이 영화가 왜 웃긴지 고민했다는 사람도 있다. “웃어라, 세상이 너와 함께 웃을 것이다/울어라, 너 혼자만 울 것이다/낡고 슬픈 이 땅에서 환희는 빌려야 하지만/고통은 그 자체만으로도 가득하기에” 19세기 미국 시인 엘라 휠러 윌콕스가 쓴 시 ‘고독’의 일부분이다. 세상은 여전히 각박하고 코미디 영화가 큰바람을 일으켰으니, ‘극한직업’을 보고 웃지 않은 이들에게도 복이 있을 터. 당신과 웃음코드가 맞는 영화도 나올 것이다.
이후남 대중문화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