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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세 래퍼’ 학사모 쓰다…그의 다음 도전은?

중앙일보

입력

75세 래퍼 임학철씨. 사진 오른쪽은 대구MBC에 출연한 임씨 모습. [사진 대구MBC 유튜브]

75세 래퍼 임학철씨. 사진 오른쪽은 대구MBC에 출연한 임씨 모습. [사진 대구MBC 유튜브]

랩을 좋아하고, 유튜브에 개인 영상을 올리고, 2019년에 대학을 졸업했다…. 언뜻 들으면 어느 평범한 20대의 일상 같지만, 이는 올해 75세가 된 임원철씨 얘기다. 1944년생인 임씨는 자신을 ‘해방둥이’라고 소개한다. 배움의 꿈을 놓지 않고 71세에 15학번 대학생이 됐던 그는 지난 15일 한남대학교 도시부동산학과를 졸업했다.

임씨는 이날 오전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입학할 때만 해도 ‘잘해낼 수 있을까’하는 불안함이 있었는데 젊은 20대들과 대학생활을 잘 보냈다. 지금은 너무 감개무량하게 졸업을 하게 됐다”며 졸업 소감을 밝혔다.

임학철씨가 랩을 하는 모습. [사진 유튜브 영상 캡처]

임학철씨가 랩을 하는 모습. [사진 유튜브 영상 캡처]

임씨는 ‘만학도 래퍼’로도 잘 알려져 있다. 2016년 방송된 Mnet 랩 오디션 프로그램 ‘쇼미더머니5’에 도전하기도 했다.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래퍼 도끼(28·본명 이준경)는 그를 따로 찾아와 “명쾌하게 잘 들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새내기 할아버지 듣보잡. 나의 볼매에 너희들은 금사빠.”

[사진 대구MBC 유튜브 영상 캡처]

[사진 대구MBC 유튜브 영상 캡처]

임씨는 20년 전 2시간이 넘는 출퇴근 거리 탓에 졸음을 쫓기 위해 랩을 자연스레 시작했다.

그는 2015년 대학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에서 자신을 “새내기 할아버지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놈)’”이라면서도 “나의 볼매(볼수록 매력)에 너희들은 ‘금사빠(금방 사랑에 빠지다)’”라는 당찬 랩을 해 주목을 받았다. 이후 대학 랩 동아리에서 활동했다.

임씨는 14일 한 방송 인터뷰에선 “해방둥이기 때문에 가난과 6·25 전쟁 폐허 속에 살았다. 어려워서 초등학교만 졸업해 배움에 한이 있었다”며 대학 진학을 결심한 계기를 밝혔다. “65세 되던 해에 딸이 정년퇴직 후 한 90세 노인이 눈물을 흘렸다는 내용이 담긴 e메일을 보내왔어요. 30년 동안 그냥 허송세월이 지나가는 거잖아요. 앞으로 사는 동안 또 생일날 후회할 것 같아서 ‘나도 해보자’ 싶어 공부를 시작하게 됐어요.”

그는 방송 진행자가 사회에 내놓고 싶은 메시지를 요청하자 다음과 같은 랩을 선보였다. “할배도 말 좀 하자. 요즘 젊은 세대들 생각 좀 해. 니네들 저절로 큰 줄 알아. 어떻게 길렀는데.”

임씨는 대학 재학 4년 내내 매달 5만원씩을 어려운 학우에게 써달라며 장학금을 맡기기도 했다. 15일 학위 수여식에선 총장 공로상도 받았다. 그의 다음 도전은 자유 여행으로 전국 일주에 나서는 것이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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