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변호사 오죽 어려우면···수임료 110만원에 대법갔다

중앙일보

입력 2019.02.18 06:00

업데이트 2019.02.18 07:22

대법 “11만6000원 의뢰인에게 돌려줘야” 

대법원까지 가게 된 변호인과 의뢰인 간의 ‘수임료 110만원 반환 소송’이 결국 의뢰인의 일부 승소로 확정됐다. 하지만 의뢰인이 돌려받게 된 수임료는 11만6000원에 불과하다. 소송비용 90% 이상을 의뢰인 측에 부과한 만큼 실질적으로 의뢰인 손에 들어올 돈은 더 적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전기요금 반환 소송을 제기한 의뢰인 김모씨는 1심 패소 후 항소하면서 2017년 3월 3일 조모 변호사를 선임했다. 해당 소송의 소가는 262만원으로 소액이었고, 조 변호사에게는 수임료로 110만원을 먼저 지급했다.

하지만 소송을 진행하면서 서로 e-메일을 주고받던 중에 김씨와 조 변호사 사이에 다툼이 생겼다. 결국 조 변호사는 선임계를 낸 지 20여일 만인 그 달 22일 사임계를 제출했다. 이에 김씨는 조 변호사에게 “수임료를 전액 돌려달라”고 요구했지만 조 변호사는 “돌려줄 수임료는 없다”고 맞섰다. 김씨가 제기한 전기요금 반환 관련 항소심과 상고심은 모두 기각됐다.

김씨는 조 변호사에게 지급한 수임료를 반환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소액사건으로 진행됐던 1심에서는 김씨의 주장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고, 소송 비용도 김씨에게 부과했다.

김씨는 항소했다. 항소심은 김씨와 조 변호사의 ‘수임 계약’을 꼼꼼히 살폈다. 계약에 따르면 조 변호사는 10분당 4만원의 보수를 받도록 돼 있었다. 또 전화상담은 30분 이하일 때 5만원, 대면상담은 30분 이하일 때 7만원의 보수율이 적용됐다. 조 변호사는 “소송 준비를 위해 사용된 시간과 상담 시간 등을 고려하면 111만5000원어치의 일을 했다”고 밝혔다. 미리 지급된 수임료보다 더 많은 일을 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조 변호사가 행한 업무 중 일부의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가 인정하지 않은 업무는 기일변경 신청서 작성 및 제출에 들어간 시간 20분(8만원)과 위임계약서 및 소송위임장 작성·제출에 들어간 시간 10분(4만원) 등이었다.

재판부는 “통상적으로 기일변경 신청이나 위임장 작성 등에 10~20분 정도가 소요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민사소송이 전자소송으로 바뀌고 대다수의 서류가 매우 간단하다는 점을 반영하면 10분 이상 업무 시간이 소요됐을 리 없다는 취지다. 세 건의 전화상담 중에서도 사건 위임 계약 전 이뤄진 두 건의 전화상담 비용(10만원)은 보수에 포함될 수 없다고 밝혔다.

결국 조 변호사의 업무에 따른 보수는 부가가치세를 포함해 98만4000원으로 조정됐다. 재판부는 선지급된 보수 110만원에서 98만4000원을 뺀 11만6000원을 의뢰인에게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단 소송비용의 90%는 김씨가 물게 됐다.

불복한 김씨는 상고를 제기했지만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은 “적법한 이유가 없다”며 지난달 31일 기각했고 소송비용도 원고가 물게 했다. 11만6000원에서 약 3만원에 달하는 인지세를 제외하면 김씨가 직접 받게 되는 비용은 8~9만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최근 법률시장이 어려워지고 변호사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하면서 수임료를 놓고 의뢰인과 변호사 간 분쟁이 많이 발생하는 것 같다”며 “적은 돈은 아니지만 예전과 비교하면 크게 낮은 100만원의 수임료에도 의뢰인과 변호사가 얼굴을 붉혀야 하는 현실이 씁쓸하다”고 말했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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