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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려드는 불법체류 보고서]한국 들락날락 ‘메뚜기 불법취업’…“SNS서 일자리 구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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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경기도 시흥시의 한 유흥가에 있는 다문화 노래방. 이 노래방에선 베트남과 몽골 등 다양한 나라에서 온 외국인 노래방 도우미를 부를 수 있다고 한다. 박진호 기자

경기도 시흥시의 한 유흥가에 있는 다문화 노래방. 이 노래방에선 베트남과 몽골 등 다양한 나라에서 온 외국인 노래방 도우미를 부를 수 있다고 한다. 박진호 기자

베트남 국적 화이(26·여·가명)는 지난해 봄 한국에 온 뒤 페이스북을 통해 노래방 도우미 자리를 얻었다. 지금은 경남 진주시 유흥가에서 일하고 있다. 원래 공항 도착 뒤 평소 알던 한국인 지인을 통해 일자리를 소개받기로 했지만 갑자기 연락이 닿지 않았다. 화이는 페이스북에 ‘노래방 직원’ 등의 검색어를 넣어 스스로 일자리를 찾았다.

비자 완화 악용하는 외국인들 #관광 목적 입국 뒤 불법취업 반복 #페북 등에 “하루 40만원 보장” 광고 #동남아서 합숙하며 직업교육도

6개월 전 베트남에서 입국해 경남 창원시에서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고 있는 꾸잉(28·여·가명)도 비슷한 경우다. 꾸잉은 “창원의 한 공장에서 일했는데 좀 더 돈을 벌기 위해 유튜브 등을 검색해 이곳의 일자리를 알게 됐다”며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등을 통해 유흥가에서 일자리를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베트남 등 외국인 여성이 유흥업소나 성매매 업소로 가는 통로로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본지 취재팀이 페이스북 등에서 ‘베트남 노래 도우미’나 ‘베트남 노래방아가씨’ 등을 검색하면 쉽게 구인 정보를 찾을 수 있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쉽게 검색되는 베트남 노래방 도우미 구인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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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하루 40만원 이상 보장’ 등 고액을 벌 수 있다는 문구와 함께 연락처를 적어놓았다. 또 ‘F6(결혼 이민자) 비자 환영’이라는 문구와 함께 업소 위치를 표시한 지도까지 올려놓은 곳도 있었다. 베트남이나 태국 등 외국인 여성의 경우 상당수가 먼저 한국에 들어온 지인이나 브로커를 통해 유흥주점이나 성매매 업소를 소개받지만, 일부는 SNS를 통해 일자리를 찾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의미다.

특히 최근에는 불법체류자가 된 외국인 여성들이 불법 성매매 업소 중 하나인 일명 ‘오피(오피스텔)’로 들어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노래방 도우미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장소를 옮겨 다니지 않아 단속 가능성도 그만큼 적어 불법체류자가 된 외국인 여성들이 선호한다는 것이다.

취재팀이 전국 불법 성매매 업소를 소개하는 사이트를 찾아 접속한 결과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에서 태국ㆍ몽골ㆍ러시아ㆍ브라질 등 다양한 국가의 여성들이 성매매·유사성행위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 사이트 게시물에는 외국인 여성의 얼굴 사진이 모자이크 없이 그대로 노출돼 있고 나이와 키, 몸무게 등 신체 사이즈도 적혀 있었다. 한국말을 잘하는지, 현재 배우는 중인지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지난해 초 법무부가 유흥·마사지 업종 불법취업자 단속을 통해 적발한 외국인 불법체류자들. [사진 법무부]

지난해 초 법무부가 유흥·마사지 업종 불법취업자 단속을 통해 적발한 외국인 불법체류자들. [사진 법무부]

유흥업소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태국의 경우 현지에 직업교육을 하는 장소가 따로 있어 브로커가 한국에 올 여성을 합숙시키면서 외모에 따라 A·B·C 등급으로 나눈 뒤 유흥업소로 보낼지, 농장과 공장으로 보낼지를 정한다고 한다.

취재팀이 전화로 접촉한 외국인 전문 ‘오피’ 운영자는 “상당수가 교육받고 온 애들”이라며 “불법 업소에서 일하기 위해 관광비자 등으로 한국에 온 외국인 여성들은 체류 기간이 지나도 돌아가지 않고 유흥업소 등을 전전하며 불법체류자로 남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법무부 관계자는 “한국에 오려면 비자가 필요하니 어학연수 비자로 한국에 들어와 공부는 잠깐 하고 유흥업소와 농장 등으로 돈을 벌러 가는 경우가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SNS상에 떠도는 구인광고를 보고 취업하는 등 불법 취업 루트도 다양해지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위성욱·김민욱·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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