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재연된 적폐’ 환경부 블랙리스트…청와대측 개입 여부도 밝혀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환경부의 ‘블랙리스트 작성 및 실행’ 의혹이 사실일 개연성이 높아지고 있다. ‘문재인 캠프’ 출신의 낙하산 인사를 위해 지난해 1월께 8개 산하기관의 임원 동향 문건을 작성하고 찍어내기했다는 증거와 진술들이 확보되면서다. 특히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이었던 김태우 수사관이 지난해 말 이런 의혹을 폭로하자 “김 수사관의 요청에 따라 자료를 준 것일 뿐이고 윗선에 보고된 바 없다”던 환경부측의 설명이 거짓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공무원들의 도덕적 불감증이 밑바닥까지 떨어진 것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검찰은 환경부 압수수색을 통해 김은경 당시 환경부 장관 등 윗선의 개입 정황을 보여주는 물증을 확보해냈다. 감사관실 컴퓨터의 ‘장관 보고용 폴더’에 담긴 ‘산하기관 임원 조치사항’이라는 제목의 문건이 그것이다. 해당 문건에는 임기 만료 전 사퇴를 거부했던 환경공단 경영기획본부장 등에 대해 ‘사퇴할 때까지 무기한 감사’, ‘거부시 고발 조치 예정’‘관련 부서 직원에게도 책임 추궁 가능’ 의 내용이 적혀 있다. 이는 김은경 전 장관에게까지 보고됐다고 한다. 물론 김 전 장관은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퇴 동향을 보고받은 적은 있으나 ‘표적 감사’가 진행된 사실은 몰랐다”고 혐의를 부인한다. 환경부 전 장관이나 관련된 해당 공무원들이나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습은 다를 바가 없어 눈쌀이 찌푸려질 뿐이다.

현 정부의 적폐 수사를 통해 박근혜 정부의 문체부는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장·차관급 인사들이 줄줄이 구속돼 실형을 선고받는 참사를 겪었다. 그런 교훈에도 불구, 환경부는 발뺌에만 급급하니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라 아니할 수 없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공기관 임원들을 몰아내고 새 정부의 낙하산을 꽂는 적폐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 검찰은 표적 감사 지시자는 물론, 청와대 관계자의 개입 여부까지 밝혀 상응한 엄벌에 처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