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내역 안 남아…전화 안 받아도 ‘보이스톡’은 받는다

중앙일보

입력 2019.02.18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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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보이스톡 무료 대화 화면엔 통화 ‘녹음 기능’이 빠져있다. 통화기록이 남지 않고 음성 녹음도 되지 않아 보안에 민감한 사람들 사이에 보이스톡이 유행하고 있다. [김기정 기자]

보이스톡 무료 대화 화면엔 통화 ‘녹음 기능’이 빠져있다. 통화기록이 남지 않고 음성 녹음도 되지 않아 보안에 민감한 사람들 사이에 보이스톡이 유행하고 있다. [김기정 기자]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에 근무하는 A 변호사는 최근 대학 동기인 검사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그런데 잠시 후 친구가 휴대전화 메신저 카카오톡의 무료통화 서비스인 ‘보이스톡’으로 전화를 걸어왔다. A 변호사가 이유를 묻자 검사 친구는 “불필요한 오해를 피할 수 있다”고 답했다.

“문 정부 들어 잇단 수사·감찰에
정치인·법조인 등 알아서 몸조심”
텔레그램 이어 메신저 전화 애용

최근 법조계와 정치권 등에서 휴대전화 메신저의 무료통화 기능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중에서도 이용자가 상대적으로 많은 카카오톡의 ‘보이스톡’이 인기다. 전화 대신 보이스톡을 사용하는 이유는 단연 보안 때문이다. A 변호사는 “보이스톡은 데이터로 통화가 이뤄져 통신사 기록이 남지 않고 녹음기능도 없다”고 말했다.

통화기록은 사정당국이 수사에 나섰을 때 피의자에 대해 가장 먼저 확보하는 내역 중 하나다. 경찰 출신인 백기종 경찰대 외래교수는 “통신영장을 발부받아 통화내역과 기지국 위치 등을 확인하는 건 수사의 가장 기본”이라며 “사건 대상자가 어디에 있었고 누구랑 통화했는지 등을 확인한 다음 수사를 진행하면 수사가 한층 수월해진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한 이재명 경기지사의 강연은 유명하다. 이 지사는 성남시장 시절인 2016년 11월 서울 광진구 청소년수련관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전화기에는 여러분의 인생 기록이 다 들어 있다”며 “이것만 분석하면 전화기를 산 이후 어디서 몇시에 뭘 했는지 다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불법 행위를 하지 않았더라도 오해를 피하기 위해 휴대전화 메신저의 데이터 통화를 쓴다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보이스톡을 자주 사용한다는 사정당국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들어 적폐청산과 관련한 검찰 수사와 공무원에 대한 감찰이 광범위하게 이뤄지다 보니 알아서 몸조심에 나서는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경찰 정보관 출신으로 국내 기업의 대관 업무를 맡고 있는 한 인사는 “국회나 정부부처 공무원과는 모든 기록이 노출될 것이란 전제를 갖고 연락을 한다”며 “불법을 저지르는 것은 아니지만 오해를 피하기 위해 보이스톡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보이스톡 사용이 늘고 있다. 야당 소속 국회의원실에 근무하는 비서관은 “정부부처 관계자들이 국회의원에게 비공식 업무보고 할 때도 보이스톡을 종종 이용한다”고 말했다.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 공식적인 기록을 남기지 않는 것이다.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이던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의 폭로전도 보이스톡 사용을 부추기는 이유가 됐다. 김 전 수사관은 민감 정보의 언론 유출과 관련해 청와대 특감반이 외교부와 기획재정부에 대해 감찰에 나서 해당 공무원의 휴대전화를 임의 제출받아 개인 정보를 대거 들여다봤다고 폭로했다.

한국법학교수회장을 지낸 정용상 동국대 법대 교수는 “걸핏하면 고소·고발전을 벌이는 등 우리 사회에 갈등과 분열이 일반화됐다”며 “사회적 대타협 등을 통해 불신의 벽을 깨는 사회적 작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이스톡이 유행하기 전엔 통화기록을 숨기기 위해 차명전화, 이른바 ‘대포폰’이 주로 사용됐다. 차명전화의 경우 외국인 명의의 선불폰을 여러 대 개통해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보안을 위한 텔레그램 등 해외 메신저 사용 역시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김태우 전 검찰수사관의 폭로로 청와대 특감반이 텔레그램을 통해 수시로 업무지시와 보고를 한 게 알려졌다. 앞서 2016년엔 수사 보안을 명목으로 강남경찰서 경정 이상 간부들이 한꺼번에 ‘텔레그램 망명’을 시도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드루킹 댓글 조작 공모’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김경수 경남지사는 드루킹 김동원씨와 텔레그램은 물론이고 미국 IT 업체가 개발한 시그널 메신저도 사용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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