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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다니며 노부모도 부양…미국서 뜨는 새 요양 비즈니스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김정근의 시니어비즈(18)

선진국에서는 고령층과 그 자녀의 요양서비스 욕구를 모두 충족하는 비즈니스가 제공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아직 재가서비스와 시설서비스로 제한돼 있다. 사진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서울요양원. [중앙포토]

선진국에서는 고령층과 그 자녀의 요양서비스 욕구를 모두 충족하는 비즈니스가 제공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아직 재가서비스와 시설서비스로 제한돼 있다. 사진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서울요양원. [중앙포토]

우리나라의 고령층을 위한 요양산업은 노인장기요양보험에서 제공하는 재가서비스와 시설서비스로만 제한돼 있다. 그러나 선진국에선 고령층과 이들의 자녀의 요양서비스 욕구를 동시에 만족시켜주는 새 비즈니스가 등장했다.

일과 부모 부양의 해결사 ‘웰씨’

우리나라처럼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미국은 부모부양과 직장 일의 양립이 새로운 사회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베이비부머(1946~1964년 출생) 세대가 은퇴하기 시작한 2010년부터 나이든 부모를 돌보기 위해 근무 중 전화를 하거나, 조퇴·결근하는 직장인이 부쩍 많아졌다. 기업 입장에서도 직원들이 부모부양으로 자기 업무에 집중하지 못해 직원 1명당 연간 약 200만원의 생산성 손실을 경험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은 2017년 기준 약 6600만명의 가족이 비공식적으로 부모부양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직장생활과 부모부양의 이중부담을 덜어줘 균형 있는 삶을 설계해주는 요양서비스컨설팅 업체가 나타났다. 웰씨(Wellthy, https://wellthy.com)가 그 주인공이다. 쥬리스트 로즈너는 스스로 직장생활을 하면서 부모를 부양했는데, 그 경험을 살려 2015년 웰씨를 창업했다.

웰씨는 창업 1년 후 200만 달러(약 22억원)의 투자를 받아 사업 확장에 나섰다. 웰씨의 비즈니스 모델은 크게 6가지다. 부모 부양 관련 법률상담, 금융 상담, 거주지 이주 및 최적화한 요양원 소개, 건강 및 의료서비스컨설팅, 재가서비스 그리고 사회적 지원 관련 컨설팅을 포함하고 있다. 부모 부양에 따른 근로자의 생산성 감소를 우려한 400개의 기업이 고객이 됐다.

웰씨는 부모 부양 관련 법률상담, 금융 상담, 거주지 이주 및 최적화한 요양원 소개, 건강 및 의료서비스컨설팅, 재가서비스, 사회적 지원 관련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사진 웰씨 홈페이지]

웰씨는 부모 부양 관련 법률상담, 금융 상담, 거주지 이주 및 최적화한 요양원 소개, 건강 및 의료서비스컨설팅, 재가서비스, 사회적 지원 관련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사진 웰씨 홈페이지]

요양을 코디해주는 ‘케어링 트랜지션’

케어링 트랜지션은 아픈 부모와 그 가족에게 주거 이전 및 서류작업, 유픔 정리, 상목 문제 대행, 주택처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진 케어링 트랜지션 홈페이지]

케어링 트랜지션은 아픈 부모와 그 가족에게 주거 이전 및 서류작업, 유픔 정리, 상목 문제 대행, 주택처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진 케어링 트랜지션 홈페이지]

고령의 부모를 자녀는 아픈 부모를 모실 요양원은 어디가 좋은지, 주거를 옮기는 경우 기존의 집을 어떻게 처분해야 할지 등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된다. 2006년 설립된 ‘케어링 트랜지션(Caring Transition, http://www.caringtransitions.com)’은 부모가 몸이 불편해 요양서비스가 필요할 때 도움을 제공하는 ‘요양 코디’ 기업이다.

따라서 이 회사의 고객은 고령자뿐만 아니라 그의 가족들이 모두 포함된다. 자녀들이 자신의 부모가 갑자기 요양원으로 주거를 옮겨야 하는 경우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이 서비스 종사자들은 고령층과 자녀들에게 고령화로 인한 삶의 변화과정을 알려주면서 주거를 요양원으로 옮기는 경우 부동산 처분과 관련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작은 집으로 이사를 원하면 부동산 및 이사업체와 연계해 주택 매매에 따른 법적인 서류작업, 가구의 재배치 등에 관한 조언을 해준다. 또한 부모와 사별한 후엔 유품 정리 및 상속 문제를 대행해준다. 주택 처분과 관련한 서비스도 제공한다. 전국에 200개의 프랜차이즈가 있어 자녀가 부모의 거주지역과 멀리 떨어져 있어도 서비스가 가능하다.

케어링 트랜지션은 전국에 200개의 프랜차이즈가 있어 자녀가 부모와 멀리 떨어져 살아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사진은 케어링 트랜지션의 잭슨빌 지점 홈페이지. [사진 케어링 트랜지션 잭슨빌 지점 홈페이지]

케어링 트랜지션은 전국에 200개의 프랜차이즈가 있어 자녀가 부모와 멀리 떨어져 살아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사진은 케어링 트랜지션의 잭슨빌 지점 홈페이지. [사진 케어링 트랜지션 잭슨빌 지점 홈페이지]

회사의 홍보 동영상엔 어머니가 뉴욕주, 아들이 인디애나주에 거주하고 있는 사례가 나온다. 차로 7시간, 비행기로 2시간 되는 거리다. 아들은 직장에 다니고 자녀도 돌봐야 하는 상황에서 어머니의 사별에 직면하게 됐다. 장례식을 마친 후 어머니의 유품을 정리하고 집을 처리해야만 했으나, 심적으로 매우 힘든 데다 어머니 집과 멀리 떨어져 거주하고 있어 시간을 내기도 어려웠다. 결국 뉴욕주에 있는 지점에서 나서 뒤처리를 깔끔하게 해주었다. 어머님의 유품을 리스트로 만든 다음 아들이 필요한 것을 소포로 보내주고, 일부는 기부하거나 중고시장에 팔았다.

미국 갤럽조사에 의하면 부모가 요양서비스를 받는 정규직 여성 근로자는 20%, 남성 근로자는 16%에 각각 달하고 있다. 갤럽은 이들이 결근·반차를 내는 바람에  미국경제에 연간 250억 달러(약 28조원)의 생산성 손실을 끼친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도 고령화가 지속되고 여성의 경제활동이 증가하면서 요양서비스를 받는 부모를 둔 근로자의 수도 빠르게 증가할 전망이다.

직장에 다니는 성인 자녀가 경험할 부모 부양과 직장생활의 이중부담을 해소해주는 요양 비즈니스가 우리나라에도 등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단순히 고령층에만 집중되고 있는 국내의 요양산업이 이들을 돌보는 가족들로 비즈니스의 범위가 확대된다면 국가와 고령자, 가족 모두가 윈윈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정근 강남대학교 실버산업학과 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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