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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도, 버스도…출근길 눈발에 서울은 '거북이 걸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5일 오전, 미처 우산을 준비하지 못한 시민들은 모자를 쓴 채 종종걸음으로 출근했다. 김정민 기자

15일 오전, 미처 우산을 준비하지 못한 시민들은 모자를 쓴 채 종종걸음으로 출근했다. 김정민 기자

우산 못 챙긴 시민들…대중교통도 거북이걸음

15일 오전 8시 30분, 패딩 모자를 눌러쓴 시민들이 노량진 역 앞을 걸어 나왔다. 흩날리는 눈발에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은 상가 처마 밑으로 모여들었다. 눈이 내리는 걸 모르고 빈손으로 나섰다가 발길을 돌리는 시민들도 있었다. 일산에 사는 박기남(50)씨는 "우산 가지러 집에 다시 들렀다"며 "보통 승용차로 출근하는데 보통 눈이 아닌 거 같아서 버스를 탔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다인(31)씨의 검은색 패딩과 긴 머리에는 온통 눈송이가 붙었다. 김씨는 "눈이 올지 몰라 우산을 못 챙겼다"고 말했다.

도로 곳곳이 얼어붙으면서 정체돼 버스도 느린 속도로 이동했다. 숭실대 인근에 사는 정모(72)씨는 "차가 막히면서 평소보다 버스가 너무 늦게 도착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눈 쌓인 골목길에서 출근 준비하는 시민들 

15일 오전 눈쌓인 주택가 이면도로에는 눈이 덜 녹아 차량들이 속도를 낮췄다. 119구급차량도 눈길에 바퀴에 미끄럼 방지 장치를 달고 운행했다. 이수정 기자

15일 오전 눈쌓인 주택가 이면도로에는 눈이 덜 녹아 차량들이 속도를 낮췄다. 119구급차량도 눈길에 바퀴에 미끄럼 방지 장치를 달고 운행했다. 이수정 기자

주택가 이면도로는 대로보다 눈이 더 쌓였다. 사람이나 차량의 통행이 별로 없어 쌓인 눈이 천천히 녹았기 때문이다. 골목길로 접어들던 119구급 차량은 길 한편에 차를 세우고 바퀴에 미끄럼 방지 도구를 달았다. 양천소방서 소속의 한 소방관은 "본부에서 눈이 많이 내리니 모든 현장에서 미끄럼 방지 장비를 장착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전했다.

좁고 가파른 눈 쌓인 골목길을 오르내려야 하는 야쿠르트 배달원들도 전동기 바퀴에 미끄럼 방지 스프레이를 뿌리느라 바빴다. 한 배달원은 "평소보다 천천히 가도 배달은 가야 한다"며 보급소를 나서면서 스프레이 한 통을 따로 챙겨 나갔다. 아침부터 내린 눈에 시민들이 불편할까 인도를 쓸고 눈을 치우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눈쌓인 골목길 곳곳을 누벼야 하는 배달 전동기는 바퀴에 눈 스프레이를 임시 방편으로 뿌렸다. 이수정 기자

눈쌓인 골목길 곳곳을 누벼야 하는 배달 전동기는 바퀴에 눈 스프레이를 임시 방편으로 뿌렸다. 이수정 기자

시민들 집 나선 오전 7시 예보 수정…눈길 곳곳 교통사고

15일 오전 9시까지 서울에는 2cm의 눈이 쌓였다. 이병준 기자

15일 오전 9시까지 서울에는 2cm의 눈이 쌓였다. 이병준 기자

앞서 기상청은 오늘 새벽 4시 10분에 발표한 기상 정보에서 서울·경기지역에 1㎝ 내외 눈이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하지만 예보가 나온 지 3시간도 안 된 오전 7시에 서울에는 이미 0.8㎝의 눈이 공식 집계됐다. 기상청은 오전 7시 10분 "눈 구름대가 발달해 수도권으로 들어오고, 지속 시간도 길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서울·경기도 지역의 예상 적설량을 1~3㎝로 올려 수정했다. 기상청은 오전 9시까지 서울에 2㎝가량의 눈이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출근길에 쏟아진 눈에 서울시내 도로 곳곳에서는 교통사고도 잇따랐다. 서울시 교통정보과 교통정보팀은 "오전 5시부터 10시 20분까지 서울시 450여개 C폐쇄회로(CC)TV에 집계된 교통사고 건수는 32건"이라고 밝혔다.

이수정·김정민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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