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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병원 당직실서 숨진 채 발견된 레지던트, 1주일에 110시간 일했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 1일 병원 당직실에서 숨진채 발견된 길병원 전공의 신모(33)씨가 주당 110시간 일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pixabay]

지난 1일 병원 당직실에서 숨진채 발견된 길병원 전공의 신모(33)씨가 주당 110시간 일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pixabay]

설 연휴를 앞두고 병원 당직실에서 숨진채 발견된 전공의가 일주일에 110시간을 넘게 근무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해당 병원은 정부의 수련환경평가에서도 낙제점을 받아 시정명령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는 14일 오후 ‘수련환경 개선 촉구 및 전공의 사망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지난 1일 인천시 가천대길병원 당직실에서 2년차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레지던트) 신모(33)씨씨가 숨진 사건과 관련, 이날 대전협은 숨진 신씨의 지난달 7일부터 이달 3일까지 4주간 실제 근무 기록을 공개했다. 대전협에 따르면 신씨는 이 기간 주당 110.25시간을 근무했가. 또 지난달 12~14일 주말 연속 당직을 선 후 월요일에도 출근해 59시간 연속으로 근무했다. 전대협 주장대로라면 병원 측은 1주일 최대 80시간(수련시간 포함 최대88시간), 연속 근무 최대 36시간으로 전공의 근무 시간을 제한한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이하 전공의법)을 위반한 것이다.

14일 대한전공의협의회가 공개한 숨진 신모(33)씨의 근무일지 [대한전공의협의회]

14일 대한전공의협의회가 공개한 숨진 신모(33)씨의 근무일지 [대한전공의협의회]

대전협은 신씨가 실제 당직 근무한 3일간의 기록이 병원이 제시한 근무표에서는 빠져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병원이 내놓은 1월 둘째주 근무표를 보면 신씨는 정규 54시간, 당직 33시간 등 총 87시간을 근무한 것으로 돼있다. 그러나 대전협은 “근무표에 기재되지 않은 당직 근무가 하루 더 있었고, 정규 70시간과 당직 48시간 총 118시간을 근무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병원 측은 법을 어기지 않았다고 하지만 하루 4시간에 이르는 (A씨의) 휴식시간은 서류상에만 존재한다. 길병원 뿐 아니라 수많은 수련병원이 법정 근무시간을 지킨 것처럼 휴식시간을 근무표에 교묘하게 끼워 넣거나 가짜 근무표를 작성하고, (근무시간 위조를 위해)다른 전공의 명의로 처방을 내는 등의 탈법 행위를 강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길병원 관계자는 “당직 근무표는 전공의들이 직접 짜는 것으로 병원에 제출된 근무표는 법적 기준에 맞게 짜여진 것이다. 실제 근무 기록과 다르다고 해도 병원이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라고 해명했다.

14일 대한전공의협의회가 공개한 숨진 신모(33)씨의 근무일지 [대한전공의협의회]

14일 대한전공의협의회가 공개한 숨진 신모(33)씨의 근무일지 [대한전공의협의회]

이날 보건복지부는 전공의가 있는 수련 병원 244곳을 대상으로 ‘2018년 수련환경평가’를 실시한 결과, 길병원 등 94곳(38.5%)이 전공의법을 준수하지 않아 과태료ㆍ시정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2017년 12월 전공의법 시행 이후 처음으로 내려진 행정처분이다.  이번에 적발된 수련병원은 100만∼500만원 수준의 과태료와 시정명령을 받았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환자가 몰리는 대형병원의 적발률이 높았다. 상급종합병원은 전체 42곳 중 32곳(76.2%)이 수련규칙을 준수하지 않았고, 그동안 수련환경을 개선하려는 노력도 미흡한 것으로 파악됐다. 수련 규칙 항목별로 보면 ‘휴일(주 1일)’을 지키지 않은 수련병원이 28.3%로 가장 많았고, 주당 최대 수련시간(80시간)을 지키지 않는 경우는 16.3%, 최대연속 수련시간(36시간) 미준수는 13.9% 순으로 나타났다.

복지부는 전공의법을 어긴 수련병원에 대해서는 시정명령 의무 이행 기간 3개월이 종료된 이후 전수 검사를 할 예정이다. 또 법을 개정해 수련환경평가 결과 낮은 점수를 받은 병원 명단을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곽순헌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장은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은 환자안전과 양질의 전문의 양성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라며 “법 개정을 통해 수련환경평가 결과를 공표할 수 있는 법적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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