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분수대

달콤한 열매

중앙일보

입력 2019.02.15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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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이동현 기자 중앙일보 기자
이동현 산업1팀 차장

이동현 산업1팀 차장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수소경제가 실현 가능한지 의문을 갖는 사람이 적지 않다. 수소전기차 대신 순수전기차에 투자하는 게 옳다는 주장도 있다. 수소연료전지는 수소를 전기로 바꾸는 장치다. 수소는 원자 수 기준으로 우주의 92%를 차지하는 원소지만 지구상에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물을 전기분해하거나 화석연료를 개질(reforming)해야 수소연료를 얻을 수 있다. 당장 이런 질문이 나온다. 전기분해에 쓸 전기로 배터리를 충전하는 게 낫지 않나. 친환경이라면서 화석연료로 수소를 만든다니 이상하지 않나. 사실 틀린 말은 아니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논란이 있다. 2016년 헬싱키 메트로폴리아대학이 에너지원 생산에서 차량을 폐기할 때까지 전(全)과정 평가를 한 결과 수소전기차가 순수전기차보다 이산화탄소를 40% 가량 더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량 운행 과정에선 배출가스가 없지만 연료인 수소를 만드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물론 반론이 있다. 수소 생산 과정에 대체에너지를 사용하면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순수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 크기가 수소전기차의 3배 가량 되는데 배터리 생산·폐기 과정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고려하면 수소전기차가 더 친환경적이라고도 한다.

수소연료전지가 가진 장점은 에너지의 보관이다. 전기를 생산해 수소로 바꾸고 다시 전기로 전환하는 과정에 효율이 떨어지긴 하지만 생산과 동시에 소비되는 전기는 소비가 없으면 버려지게 된다. 반면 전기를 수소로 바꿔 보관하면 대량의 에너지를 장기간 보관할 수 있다. 수소전기차를 넘어 수소사회가 되면 각각의 연료전지가 ‘작은 발전소’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대기업 특혜 우려가 있긴 하지만 수소전기차는 한국이 가장 앞서있는 기술이다. 현대차 넥쏘는 수소전기차 가운데 자타공인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한다. 현대차 외에 수소전기차 양산에 성공한 업체는 일본 토요타와 혼다 뿐이다. 업계에선 경쟁업체와의 기술격차가 3년 이상 될 것으로 본다. 친환경차의 대세는 순수전기차가 될 공산이 크다. 하지만 장거리를 운행하는 대형차(SUV·버스·트럭)는 수소전기차가 유리하다. 수소사회로 가면 자동차 산업을 넘어서는 장점도 많다. 순수전기차가 누구나 딸 수 있는 ‘손에 닿는 열매(the low-hanging fruit)’라면 수소전기차는 ‘높이 달린 더 달콤한 열매’다. 둘 중 하나가 아니라, 상황에 따라 둘 다 선택하는 게 맞다.

이동현 산업1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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