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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게임 베끼던 중국 텐센트, 넥슨 주인 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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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마화텅. [로이터=연합뉴스]

마화텅. [로이터=연합뉴스]

#넥슨은 2006년 10월 중국의 텐센트를 상대로 중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넥슨의 온라인게임 ‘크레이지 아케이드 비엔비’를 텐센트가 표절해 손해를 입었다는 이유였다. 문제가 된 게임은 텐센트가 서비스하던 게임 ‘QQ탕’. 넥슨은 게임 그래픽과 운영 시스템 등이 비엔비와 유사하고, 이름도 비엔비의 중국명인 ‘파오파오탕(泡泡堂)’과 비슷한 ‘QQ탕’이란 점을 지적했지만 소송은 이렇다 할 결론 없이 마무리됐다.

한때 네이버의 인수 대상 기업에 #게임·메신저 등 공격적 사업 확장 #시총 476조원, 삼성전자의 1.7배 #부사장 곧 방한 … 인수전과 관련설

#2003년 게임포털 한게임을 운영하는 NHN(현 NHN엔터테인먼트)은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현지에서 인수할 기업을 물색했다. 텐센트도 후보 중 하나였다. 당시 텐센트는 QQ메신저로 인기몰이를 시작한 업체였지만 NHN은 텐센트 대신 해홍공고유한공사의 게임포털(아워게임)을 인수했다. NHN은 아워게임을 선택해 1억 달러를 투자하고 이후 지분율을 55%까지 늘렸지만 수백억 원대의 손해를 보고 소득 없이 끝났다.

‘짝퉁 게임’ 업체란 비아냥을 받고 한때 국내 기업의 인수 목록에 올랐던 텐센트가 국내 1위 게임업체 넥슨을 인수할 강력한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 10여년 만에 전세가 역전돼 이미 국내 게임사의 지분을 다수 확보한 데 이어 이번엔 표절했던 기업을 되사겠다고 덤벼들고 있다. 특히 샤오미 마 텐센트 홀딩스 부사장이 이달 말 크래프톤(전 블루홀)의 이사회 참석차 방한 예정이어서 넥슨 인수를 위한 사전방문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텐센트는 크래프톤의 2대 주주(지분율 10.5%)고 국내 2위인 넷마블의 지분 17.6%(3대 주주), 카카오의 지분 6.7%(2대 주주)를 각각 보유 중이다. 국내 게임업계에서는 ‘카피캣(copycat·잘 나가는 제품을 그대로 모방해 만든 것)이 호랑이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텐센트는 1998년 중국 선전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마화텅(馬化騰·47) 회장이 창업했다. 선전대, 중국과학기술대, 화중과학기술대 출신과 미국 미시간대나 뉴욕대를 나온 이들이 경영진의 주축이다. 출발은 인스턴트 메시징 서비스인 QQ였다. 이후 게임과 메신저뿐 아니라 페이와 뉴스, 방송, 인공지능(AI) 등 크게 7가지 분야 33개 사업으로 확장했다. 국내로 치면 ‘네이버+카카오+넥슨’ 같은 회사다. 텐센트의 시가총액은 476조6211억원, 삼성전자의 시가총액 275조505억원을 훌쩍 넘는다. 지난 3년간 매출과 이익이 연평균 44%씩 증가했다.

성장의 발판은 QQ였다. 여기에 ‘돈벌이가 되는’ 게임을 얹었다. 대부분의 중국인이 QQ 메신저 아이디를 갖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텐센트가 서비스하는 모든 온라인 게임은 별도의 계정 없이 QQ메신저 아이디로 로그인할 수 있도록 했다. 공격적인 인수합병 전략은 성장의 날개가 됐다. 라이엇 게임즈과 슈퍼셀, 액티비전 블리자드 같은 글로벌 주요 게임사들을 인수하거나, 지분을 확보했다.

텐센트 사업 확장은 공격적이다. 음식배달 앱 ‘메이투안 디앤핑(Meituan-Dianping)’의 최대주주가 되어 중국 음식배달 시장 40.8% 점유했고, 미국 음식배달로봇 스타트업인 마블(Marble)에도 1000만 달러(108억원)를 투자했다. 방송 산업에도 진출해 텐센트TV가 tvN 드라마 ‘시그널’을 리메이크해 방영한다. 텐센트뮤직엔터테인먼트는 JYP와 합작한 아이돌그룹 ‘보이스토리’를 지난해 중국에 데뷔시켰다.

하지만 텐센트도 중국 정부의 게임 관련 규제는 부담이다. 한때 640조원(2018년 1월 기준)을 넘었던 시가총액 역시 중국 정부의 게임관련 규제가 강화되면서 현재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텐센트의 최대 주주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미디어 기업인 내스퍼스의 자회사인 MIH TC(지분율 33.17%)다. 마 회장은 자회사 보유분 등을 합쳐 10%가량의 지분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수기·편광현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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