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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눕터뷰]서울대 박사 마다하고 초콜릿 만드는 김형규 쇼콜라티에의 밸런타인데이 초콜릿 만들기 비법 전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월 14일은 밸런타인데이다. 길거리 가판대 곳곳에는 연인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할 초콜릿이 가득하다.

밸런타인데이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존재한다. 고대 로마 황제 클라우디우스 2세는 군인들의 군기 문란을 우려해 결혼을 금지했다. 로마 가톨릭교회의 성 발렌타인 주교는 황제의 명령을 어기고 혼배성사를 집전했다가 순교했다. 2월 14일은 성 발렌타인 주교의 축일로 세계 각지에서 남녀가 서로 사랑을 맹세하는 날로 자리 잡았다. 지금처럼 여자가 남자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는 밸런타인데이는 1958년 일본에서 시작됐다. 도쿄의 한 초코 과자점에서  "일 년 중 단 하루만이라도 여성이 사랑을 고백할 수 있는 날”이라는 마케팅을 기획하면서 여자가 남자에게 선물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달콤한 초콜릿으로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다고 말하는 김형규 쇼콜라티에. 장진영 기자

달콤한 초콜릿으로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다고 말하는 김형규 쇼콜라티에. 장진영 기자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달콤한 한 조각을 만들고 싶습니다.”

서울 봉천구 신림동에서 초콜릿 샵을 운영하는 김형규 씨(36)는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그는 서울대학교에서 운석전공 박사과정을 수료했고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에서 광물을 연구하기도 했다.

김형규 쇼콜라티에가 생 초콜릿을 만드는 '트뤼프' 작업을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김형규 쇼콜라티에가 생 초콜릿을 만드는 '트뤼프' 작업을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오랜 공부로 지친 김 씨에게 슬럼프가 찾아왔다. ‘이 길이 맞나’라는 생각과 ‘내가 진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을 계속했다. “그때 여자친구에게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수제 초콜릿을 선물 받았어요. ‘세상에 이런 맛도 있구나’ 하면서 처음 맛본 달콤한 보석에 매료되고 말았죠.” 이후 학원에서 초콜릿 공부를 시작했고 1년여의 준비를 거쳐 초콜릿 샵을 열었다.

초콜릿의 역사는 기원전 메소아메리카의 올맥·마야·아스텍 문명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카카오 열매를 재배해 왕족과 신을 위해 바쳤는데 이때 초콜릿은 고체가 아닌 액체 형태였다. 이후 15세기에 콜럼버스에 의해 유럽으로 전파되었고 우리가 흔히 접하는 초콜릿의 형태는 1874년에 영국에서 개발되었다.

초콜릿은 카카오나무 열매에 들어 있는 씨앗(카카오빈)으로 만든다. 카카오빈은 초콜릿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초콜릿을 만들기 위해 빈을 발효, 로스팅, 분쇄하는 과정은 커피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판 초콜릿.

판 초콜릿.

초콜릿을 만드는 과정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빈투바(bean-to-bar)로 산지에서 채취한 카카오빈을 선별하고 분리, 발효, 건조 등의 과정을 거쳐 판 형태의 초콜릿으로 만드는 방법이다. 초콜릿의 모든 공정에 관여하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초콜릿은 카카오의 함유량에 따라 세 종류로 나뉜다. 카카오매스(카카오빈에서 카카오 버터를 분리한 것으로 초콜릿의 원료)에 카카오 버터 70%와 설탕이 들어가면 다크 초콜릿, 다크 초콜릿에 카카오 버터 함량을 줄이고 전지분유를 첨가하면 밀크 초콜릿, 카카오 버터와 설탕만으로 만들면 화이트 초콜릿이 된다.

두 번째는 가공된 커버추어(couverture, 가공된 초콜릿 원료)를 이용해 만드는 방법이다. 김 씨는 “압축된 원료로 다양하고 색다른 맛을 내는 방식으로 수제 초콜릿이라고도 합니다. 부재료와 향을 첨가하기도 하죠. 쇼콜라티에는 이런 방법으로 초콜릿에 새로운 시도를 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다양한 모양의 가나슈들.

다양한 모양의 가나슈들.

르 보 테네브르, 카페에리, 바질리크앵스탱, 크런치 로셰, 시트로네트… 이름만 보고 진열대에 놓인 초콜릿을 선뜻 주문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초콜릿은 달다라는 인식이 강한데 단맛이 전부는 아닙니다. 초콜릿 안에 충전된 재료로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과일, 견과류 등이 씹히는 재미와 심지어 술의 풍미까지도 경험할 수 있죠”

‘가나슈’는 다크 초콜릿과 크림이 섞인 것으로 과일·허브·홍차 등을 첨가해 산뜻한 향이 특징이다. ‘프랄리네’는 밀크 초콜릿에 견과류를 갈아서 넣은 것이다. ‘트뤼프’는 생 초콜릿, ‘오랑제트’는 당 절임 한 과일에 초콜릿 코팅을 한 것이다. 이것들을 큰 분류로 생각하고 각 분류에서 세분화된 초콜릿을 고르면 된다.

오랑제트.

오랑제트.

아몬드크런치

아몬드크런치

사람마다 단맛을 느끼는 강도가 다르기 때문에 맛있는 초콜릿을 한 가지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이에 김 씨는 “다 먹었을 때 깔끔하게 입 안에 남는 것이없는 게 좋은 초콜릿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맛은 다음 초콜릿을 부르거든요”라고 말했다.
온도는 초콜릿의 맛에 큰 영향을 준다. 보관은 15~18도가 적당하다. 입안에 들어갔을 때 사르르 녹으며 향이 잘 풀어지는 정도의 온도다.

김형규 쇼콜라티에와 함께 만드는 ‘나만의 밸런타인데이 초콜릿-망디앙’

재료 : 시판 초콜릿, 견과류와 건포도 등, 짤주머니

1. 전자레인지에 30초 단위로 끊어서 녹이며 저어준다
2. 잘 저어주며 식힌다
3. 초콜릿을 갈아서 넣는다. (이 과정이 포인트, 초콜릿을 빠르게 굳히는 역할을 한다)
4. 짤주머니에 넣는다
5. 500원 동전보다 큰 크기로 모양을 잡는다
6. 견과류와 건포도를 올린다
7. 완성

사진·글·동영상 장진영 기자 artj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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