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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전 망가뜨리고 전기값만 올릴 탈원전 중단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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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에너지

박근혜 정부 당시 많게는 한 해 10조원 넘는 영업이익을 내는 등 5년 연속 흑자를 낸 초우량 기업 한국전력이 지난해 적자로 돌아선 데 이어 올해는 큰 폭의 영업적자를 낼 것이라는 암울한 진단이 나왔다. 한전은 내부용으로 작성한 ‘2019년 재무위기 비상경영 추진 계획’에서 올해 영업손실 2조4000억원, 당기순손실은 1조9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적 부진의 주 요인으로는 원전 안전 강화와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 등 환경비용 증가를 꼽았다. 한마디로 이 정부의 탈원전 정책 탓에 값싼 원전은 가급적 덜 가동하고 값비싼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늘리느라 비용부담이 크게 늘면서 한전이 급격하게 부실해질 것이라는 얘기다. 한전은 에너지 가격이 안정추세로 접어들었고 원전 가동률도 점차 높아지면서 재무개선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젠 결단이 필요한 때가 왔다

그러나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도 어렵다. 원래 스케줄대로라면 지난해 60%대로 떨어진 원전 가동률이 올해엔 2016년(79.9%) 수준으로 회복되겠지만 한빛 1, 2호기와 한울 1호기 등 예정된 원전 가동이 지속해서 연기되고 있어 가동 연기가 일상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올 하반기 원전 정비 계획이 본격화하면 가동률이 더 떨어질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다.

올해부터 매년 1%포인트씩 높아져 2024년이면 10%까지 높아지는 RPS 의무 비율도 높은 부담이다. 과거엔 유가 등 에너지 가격이 안정되면 곧바로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으나 지금은 유가 하락만으로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 실제로 총 발전량 중 신재생에너지 의무 비율(RPS)이 4.5%에 불과했던 지난해에도 한전은 1조 5000억 원의 보존액을 썼다. 이 비율이 10%로 늘어나는 2024년까지는 유가와 무관하게 전기요금 원가가 계속 더 올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김종갑 한전 사장은 전력 도매가격 연동제 등 전기요금의 현실화를 주장하고 나섰다. 이용자 부담을 늘리지 않는 요금제 개편을 내세우지만 결국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대체 정부는 무엇을 위해 우량 공기업을 망가뜨리고 그 비용을 소비자에 전가하겠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