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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3·1절 특사, 코드 사면 말고 민생사범 위주로 단행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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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문재인 대통령이 곧 선택할 ‘3·1절 100주년’ 기념 특별사면·복권의 대상·범위·명단을 놓고 혼선이 커지자 어제 청와대가 일부 윤곽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이 대선 때 공약한 뇌물·알선수재·수뢰·배임·횡령 등 5대 중대 범죄에 대한 사면권 제한 약속은 여전히 유효하며 시위·경제사범에 대한 특사 여부는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한정우 청와대 부대변인)는 가이드라인이었다.

5대 범죄 배제 원칙을 재확인한 것은 마땅한 일이다. 문제는 시위 사범들이다. 청와대가 언급한 시위 사범은 한·일위안부 합의, 사드(THAAD) 배치, 밀양송전탑 건설, 제주해군기지 건설 등의 반대집회, 세월호 추모, 광우병 촛불집회 등 6대 시위 사건으로 처벌된 사람을 의미한다. 이 중엔 과잉 폭력 시위자도 있고 재판이 끝나지 않은 피고인들도 있다. 무더기로 사면의 특혜를 베풀기보다는 최대한 옥석을 구분해 결정해야 할 일이다. 더 우려스러운 건 청와대가 정치인·노동 사범의 사면·복권 여부에 대해선 “차후에 밝힐 예정”이라며 은근슬쩍 넘어갔다는 점이다. 내란선동죄로 수감 중인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사면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등의 복권은 신중해야 한다. 현 정부와 정치적·이념적 동지이거나 정부 출범에 기여한 사람들 일색이라서 ‘정치 사면’ ‘코드 사면’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면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지만 국민이 납득할 만한 명확한 원칙과 기준에 따라 제한적으로 행사하는 게 옳다. 그 경우에도 공정성이 생명이다. 사법부의 판결을 무효화하는 특사(特赦)를 남발할 경우 법 집행의 공정성이 의심받고 법적 안정성이 무너진다. 삼권분립 등 민주주의 시스템도 위협받는다. 진정한 국민통합 차원의 특사라면 2017년 12월의 첫 특사 때처럼 민생사범 위주로 단행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