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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일디쉬 감비노부터 BTS까지…화이트 그래미는 없었다

중앙일보

입력

제61회 그래미 시상식에서 올해의 노래 등 4관왕에 오른 차일디쉬 감비노. [사진 소니뮤직]

제61회 그래미 시상식에서 올해의 노래 등 4관왕에 오른 차일디쉬 감비노. [사진 소니뮤직]

‘화이트 그래미’가 변했다. 10일(현지시간) 미국 LA 스테이플스센터에서 열린 제61회 그래미 시상식은 성별ㆍ인종ㆍ장르 등 다양성을 최우선 순위에 뒀다. 앞서 여성ㆍ유색인종ㆍ39세 이하 중 한 가지 이상 조건을 충족하는 900명이 투표인단에 새롭게 합류했다는 소식을 전한 만큼 달라진 분위기를 여실히 느낄 수 있는 무대였다. 그래미 수상자는 전미 레코딩 예술과학아카데미(NARAS) 회원 1만 3000여명의 투표로 선정된다.

흑인 래퍼 최초로 ‘올해의 노래’ 등 4관왕 #BTS 베스트 R&B 시상하며 “꿈 이뤄졌다” #성별ㆍ인종ㆍ장르 다양화로 새 변화 꾀해

본상 수상자부터 파격의 연속이었다. 5개 부문 후보에 올랐지만 시상식에 불참한 래퍼 차일디쉬 감비노(36)에게 본상 격인 ‘올해의 노래’ ‘올해의 레코드’ 등을 비롯해 4개의 트로피를 안긴 것. ‘디스 이즈 아메리카(This is America)’는 총기 소유와 흑인 인권 문제를 다룬 곡으로, 랩 음악이 ‘올해의 노래’ 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각각 7개, 8개 부문 후보에 오른 켄드릭 라마와 제이지가 본상 수상에 실패한 것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2011년 데뷔 이후 지난해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 첫 정상을 차지한 감비노는 영화ㆍ드라마계에선 본명 도널드 글로버로 이미 유명하다. 뉴욕대에서 극작을 전공, 2006년 NBC 드라마 ‘30 락’ 작가로 데뷔한 그는 기획·연출·연기를 겸한 FX 드라마 ‘애틀랜타’로 2017년 골든글로브 작품상·남우주연상을 동시에 거머쥐었다. 이 드라마로 흑인 최초로 에미상 감독상을 받은 데 이어 그래미에서도 또 한 번 역사를 만든 셈이다.

컨트리 가수 케이시 머스그레이브스도 올해의 앨범 등 4관왕에 올랐다.[사진 AP=연합뉴스]

컨트리 가수 케이시 머스그레이브스도 올해의 앨범 등 4관왕에 올랐다.[사진 AP=연합뉴스]

여성 뮤지션의 선전도 돋보였다. 케이시 머스그레이브스(31)은 지난해 발표한 앨범 ‘골든아워(Golden Hour)’로 컨트리 부문을 휩쓴 데 이어 ‘올해의 앨범’까지 4관왕에 올랐다. 코소보 출신 영국 가수 두아 리파(24)는 가장 격전지로 꼽힌 ‘올해의 신인상’을 수상하며 “쟁쟁한 여성 아티스트들과 함께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영광”이라며 “여러분도 나만의 이야기가 있다면 출신과 배경에 상관없이 할 수 있길 바란다. 모든 사람의 꿈은 특별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시상식은 흑인 여성 최초로 진행을 맡은 얼리샤 키스를 필두로 다양한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부인 미셸 오바마는 깜짝 등장해 “모타운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모든 음악 덕분에 제가 하고 싶던 이야기를 표현할 수 있었다”며 “음악은 우리가 아픔을 극복하거나 희망과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다”고 밝혔다. 함께 무대에 오른 레이디 가가는 “사람들이 제 노래나 외모가 이상하다고 했지만 음악은 제게 그런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말라고 말해줬다. 덕분에 이 자리에 섰다”고 고백했다.

각 분야에서 성공한 여성으로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출연진. 왼쪽부터 레이디 가가, 제이다 핀켓 스미스, 얼리샤 키스, 미셸 오바마, 제니퍼 로페즈. [사진 AP=연합뉴스]

각 분야에서 성공한 여성으로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출연진. 왼쪽부터 레이디 가가, 제이다 핀켓 스미스, 얼리샤 키스, 미셸 오바마, 제니퍼 로페즈. [사진 AP=연합뉴스]

팝의 다양한 뿌리를 인정하는 작업도 잊지 않았다. 1959년 설립된 모타운레코즈 60주년을 맞아 다이애나 로스, 스모키 로빈슨 등의 공연을 마련하는 한편 ‘하바나(Havana)’로 라틴팝 열풍을 이끈 카밀라 카베요와 리키 마틴이 합동 무대를 꾸미기도 했다. 컨트리 가수 최초로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돌리 파튼에 대한 헌정 무대도 같은 맥락이다.

'베스트 R&B 부문' 시상자로 나선 방탄소년단. [사진 그래미 어워드 트위터]

'베스트 R&B 부문' 시상자로 나선 방탄소년단. [사진 그래미 어워드 트위터]

지난해 ‘러브 유어셀프’ 시리즈로 두 차례 빌보드 앨범 차트 정상에 오른 방탄소년단은 ‘베스트 R&B 앨범’ 부문 시상자로 나서 한국 가수 최초로 그래미 무대에 올랐다. 리더 RM은 “한국에서 자라면서 그래미 무대에 서는 것을 꿈꿔왔다. 그 꿈을 이루게 해준 팬들에게 감사하다. 다시 돌아오겠다”며 수상자로 싱어송라이터 H.E.R.를 호명했다. 허스키폭스가 디자인한 ‘전 티어’ 앨범으로 후보에 오른 ‘베스트 레코딩 패키지’ 부문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다음에는 수상자 혹은 공연자로 무대에 서겠다는 다짐을 보여준 것이다.

그래미 시상식에 앞서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한 방탄소년단. [사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그래미 시상식에 앞서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한 방탄소년단. [사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2017년 빌보드 뮤직 어워드를 시작으로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등 미국 3대 시상식에 모두 초청된 방탄소년단은 시상식 전 레드카펫에서 “곧 새 앨범이 나올 예정”이라고도 밝혔다. 자세한 내용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컬래버레이션 곡이 있을 수도 있고 솔로 곡이 있을 수도 있다. 현재 작업 중”이라고 답했다. 앞서 9일 그래미 아티스트 쇼케이스에는 블랙핑크가 미국 데뷔 무대를 가져 현지의 관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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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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