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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꾼 스윙 최호성,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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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낚싯대를 던지는 듯한 최호성의 스윙. [USA 투데이=연합뉴스]

낚싯대를 던지는 듯한 최호성의 스윙. [USA 투데이=연합뉴스]

‘낚시꾼 스윙’ 최호성(46)은 이번 주 내내 미국 골프계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성적에 상관없이 그의 독특한 스윙과 성공 스토리는 세계 골프 팬들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10일엔 ‘레이싱 여제’ 데니카 패트릭(37)으로부터 티셔츠를 선물로 받았다. 패트릭은 남자 드라이버들이 활약하는 자동차 경주 인디 시리즈에서 신인상을 받았던 레이싱 스타다. 미국프로풋볼(NFL)의 수퍼스타 애런 로저스의 여자친구이자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인디카 대회에서 우승했던 인물이다. 2017년엔 여성 스포츠인 수입 3위(1220만 달러)에 올랐다. 그만큼 최호성의 스윙이 인상 깊었던 모양이다. 최호성은 비록 미국 무대 첫 도전에서 컷 탈락했지만 세계 골프 팬에게 다시 한번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PGA투어 페블비치 프로암 #9오버파 공동 138위 컷 탈락 #독특한 스윙으로 강한 인상 남겨 #NYT “춤추는 듯한 폴로스루”

10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 인근 페블비치 골프장에서 벌어진 PGA 투어 AT&T 페블비치 프로암 3라운드. 최호성은 5오버파 77타를 기록했다. 3라운드 합계 9오버파로 공동 138위에 머물러 컷 탈락했다.

그러나 최호성은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큰 경험을 했다. 최호성의 파트너는 영화 ‘여인의 향기’ ‘배트맨과 로빈’과 드라마 ‘NCIS 로스앤젤레스’ 등에 출연했던 인기 배우 크리스 오도넬이었다. 최호성은 NFL 그린베이 패커스의 수퍼스타인 애런 로저스와도 함께 경기했다. 로저스가 “최호성과 한 조로 경기하고 싶다”고 말한 데 따른 것이었다.

최호성은 “실수해도 격려해주는 동반자들이 최고”라면서 2라운드를 마친 뒤 자신의 낚시꾼 스윙 실루엣이 그려진 헤드 커버를 선물했다. 그러자 로저스의 여자 친구인 레이싱 여제 패트릭이 답례로 최호성에게 티셔츠를 선물했다.

최호성은 이번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미국 땅을 처음으로 밟았다. 이번 대회 내내 최호성은 화제의 중심에 섰다. 미국의 뉴욕타임스도 9일 최호성의 스윙을 소개했다. 신문은 “클럽을 들고 댄스 파트너와 춤을 추듯 폴로 스루를 한다. 가로등에 불을 붙이는 것처럼 클럽을 높이 든 상태에서 심호흡하는 프리스윙 루틴도 매우 독특하다”고 소개했다. 신문은 또 “로프 밖에서 사람들이 최호성의 움직임에 큰 박수를 보냈다”면서 “조던 스피스마저 ‘처음부터 반했다. 사람들이 그를 보면서 즐거워할 것 같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고교 시절 참치 해체 실습을 하다 엄지손가락이 잘린 사연, 20대의 늦은 나이에 골프를 시작해 프로가 된 인생 스토리도 소개했다.

라운드를 마친 뒤 기념 촬영을 한 애런 로저스, 제리 켈리, 최호성, 배우 크리스 오도넬(왼쪽부터). [USA 투데이=연합뉴스]

라운드를 마친 뒤 기념 촬영을 한 애런 로저스, 제리 켈리, 최호성, 배우 크리스 오도넬(왼쪽부터). [USA 투데이=연합뉴스]

미국 언론은 특히 프로골프의 보수적인 분위기를 일신하는 신선한 충격을 준 ‘위대한 쇼맨’ 최호성을 집중 조명했다. 미국에서 뛰는 다른 한국 남자 골프 선수들에 대한 기사를 모두 합친 것보다 최호성에 대한 보도가 더 많았다.

최호성은 이번 대회에 출전하면서 긴장한 듯했다. 1라운드 첫 10개 홀에서 보기 4개를 했다. 이후 버디만 3개를 잡으면서 반등했지만, 2라운드에서도 3타를 잃으면서 하위권으로 밀려났다. 최호성은 3라운드에선 마지막 2개 홀에서 퍼트를 7개나 하면서 3타를 잃었다. 최호성은 “그린이 어려웠다”고 했다.

최호성은 세계랭킹 194위다. 대회 출전 선수 중에는 그보다 랭킹이 처지는 선수도 허다하다. 최호성은 낯선 곳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큰 부담을 느꼈다. 한 조에서 경기한 제리 켈리(미국)는 최호성에 대해 “단순히 흥행만을 위한 선수가 아니라 실력으로도 참가 자격이 충분하다. (우승) 경쟁도 가능하다”고 추켜세웠다.

그렇다 해도 골프의 빅리그인 PGA 투어 선수들의 수준은 높다. 최호성은 컷 통과 기준에 12타나 뒤졌다. 최호성은 11일 한국으로 돌아온다. 그는 “앞으로도 PGA 투어에서 뛰고 싶다. 불러만 준다면 고맙게 참가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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