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수원왕갈비통닭 홍보"…민원 성토장 된 기초단체장 간담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수원왕갈비통닭 홍보” “지진 재건 대책”…지방 현안 쏟아진 청와대 간담회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전국 시장·군수·구청장 초청 오찬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전국 시장·군수·구청장 초청 오찬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자치분권!” “균형발전!!”

문재인 정부 첫 시·군·구청장 간담회 #“현안 솔직하게 건의…편안한 분위기” #일부선 “겉핥기식 민심 챙기기 행보” #조은희 서초구청장 등 11명 불참해

8일 낮 12시 청와대에서 열린 전국 기초단체장 오찬 간담회. 정상혁 충북 보은군수가 “자치분권”이라고 건배사를 외쳤다.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이 실현되기를 기원한다”며 인사말을 한 다음이다. 정 군수의 건배 제안사에 이어 200여 명의 단체장은 “균형발전”이라고 후창했다.

이날 행사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 열린 기초단체장 간담회였다. 전체 226명의 단체장 중 215명이 참석했다. 이에 앞서 행정안전부가 주재하는 국정설명회가 열렸다. 자유한국당 소속으로 3선인 정 군수는 이날 참석한 단체장 가운데 최고령자(77)였다.

8일 청와대에서 열린 기초단체장 오찬간담회에서 정상혁 보은군수가 제안한 건배사 내용. [사진 보은군]

8일 청와대에서 열린 기초단체장 오찬간담회에서 정상혁 보은군수가 제안한 건배사 내용. [사진 보은군]

공식적인 자리에서 처음 문 대통령과 함께한 215명의 시장·군수·구청장들은 지역 민원부터 국토 균형발전, 남북 관계 개선 등 다양한 주제로 2시간가량 의견을 교환했다.

최근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통해 기초단체의 복지비 부담 완화를 호소했던 정명희 부산 북구청장은 “재정 여건이 열악한 기초단체에 대해서는 국비를 기초수급자 생계급여 수준인 90%로 상향 조정해 달라”고 건의했다. 정 구청장은 지난달 문 대통령 앞으로 기초단체의 과도한 복지비 분담 문제를 호소하는 편지를 보낸 바 있다.

헤드 테이블에 자리한 강임준 전북 군산시장은 “(한국GM 공장 철수,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동 중지 등의 여파로) 군산시가 지난해 고용·산업위기지역으로 지정된 것에 감사드린다. 하지만 여전히 지역의 고용 상태가 개선되지 않아 고용위기지역 지정 기간 연장이 절실하다”고 토로했다.

이강덕 경북 포항시장은 2017년 11월 발생한 지진 여파에 대해 호소했다. 이 시장은 “이재민 2000여 명, 시설 피해 5만5000여 건 등 직·간접 피해액은 3323억원에 달한다”며 “특히 지진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포항시민이 41.8%에 이른다. 국가 차원의 이재민 주거 안정, 재건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전국 시장·군수·구청장 초청 오찬간담회에서 정상혁 보은군수가 건배사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근 산청군수, 이낙연 국무총리, 문재인 대통령, 성장현 전국 시장·군수·구청장 회장, 정미경 부산 금천구청장, 정 보은군수. [청와대사진기자단]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전국 시장·군수·구청장 초청 오찬간담회에서 정상혁 보은군수가 건배사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근 산청군수, 이낙연 국무총리, 문재인 대통령, 성장현 전국 시장·군수·구청장 회장, 정미경 부산 금천구청장, 정 보은군수. [청와대사진기자단]

조광한 경기 남양주시장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 노선의 조기 유치를 서면 건의했다. 조 시장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GTX-B 예비 타당성(예타) 검토가 올해 상반기 중 조속히 마무리돼 개통 시기를 단축해 달라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GTX-B 노선은 인천 송도~남양주 마석을 잇는 철도 프로젝트다.

이 밖에도 “20년 가까이 주한미군(캠프워커)에 가로막혀 사업이 좌절된 대구 3차 순환도로 개통이 필요하다”(조재구 대구 남구청장) “산후조리원 부족 문제 해결에 나서달라”(이동권 울산 북구청장) “군위군이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 지역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법이 대구공항 이전이다”(김영만 경북 군위군수) 같은 지역 민원이 쏟아졌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기초단체장들은 지역 주민들로부터 의견을 수렴하고 우선 현안을 조율하는 등 꼼꼼한 준비 절차를 거쳤다.

염태영 경기 수원시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께 건의할 의견’을 물었더니 ‘수원왕갈비통닭을 홍보해 달라’ ‘신분당선 연장 사업에 대한 예타 분석을 연내에 마무리해 달라’ 등 다양한 건의가 나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런 얘기를 나중에 홍남기 경제부총리에게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서철모 경기 화성시장은 “국정설명회 자리에서 인구 50만 명 이상 대도시에 사회서비스원 설립과 구청 설치를 승인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일부 단체장 중에는 지역 현안이 주로 논의된 것에 대해 회의적인 견해도 있었다. 익명을 원한 서울시의 A구청장은 “문 대통령 취임 후 첫 단체장 면담으로 지역 리더들로부터 현안을 듣는다는 사실에서 의미가 있었지만 자신이 속한 지역 이슈만 거론하다 보니 ‘민원 성토장’ 같았다. 솔직히 다른 지역 단체장 발언에 별로 집중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B구청장은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화기애애했지만, 공통의 관심사가 될 만한 사안은 없었다”며 “차라리 청와대가 지역별로 나눠서 현안 점검을 주재했으면 더욱 실효성 있는 결론을 내놨을 것이다. 수박 겉핥기 같은 행사라는 인상이었다”며 아쉬워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전국 시장·군수·구청장 초청 오찬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전국 시장·군수·구청장 초청 오찬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한편 이날 행사에는 조은희 서울 서초구청장 등 11명이 불참했다. 조 구청장은 중앙일보와 전화 통화에서 “현재 일본 후쿠오카 도서관 출장 중”이라며 “지난주 간담회 통보를 받았으나 이미 예정된 일정을 취소할 수 없었다. 불참에 대해 양해를 구했다”고 말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간담회에서 나온 건의에 대해서는 관련 부처의 실무 검토를 거쳐 서면으로 답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상재·최모란 기자 lee.sangjai@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