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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하 발언 큰 변수 아니지만···한국당 '朴 옥중정치' 촉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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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하 변호사 [중앙포토].

유영하 변호사 [중앙포토].

수감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변인’격인 유영하 변호사가 한국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홍준표 전 대표를 공개 비판하자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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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주목 받는 건 황교안 전 총리에 대한 비판이다. 유 변호사는 7일 오후 한 방송에 출연해 “자신(황교안 전 총리)을 법무부장관으로 발탁하고 국무총리로 임명한 그 분이 수감생활을 하고 계신다”며 “그 수인(囚人)번호가 인터넷에 뜨고 있는데 그걸 몰랐다? 거기에 모든 게 함축돼 있다”고 말했다. 황 전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 시절 박 전 대통령이 머물던 책상·의자 반입이 되지 않았다는 주장도 함께 폈다.

황 전 총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였던 보수성향의 책임당원들과 친박계 의원들의 지지세를 등에 업고 있다는 게 당내 정설이다. 그런만큼 박 전 대통령과 황 전 총리의 거리감을 부각한 듯한 유 변호사 발언이 황 전 총리에게 어떤 영향을 줄 지가 관심사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8일 오전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해 상인대표와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8일 오전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해 상인대표와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8일 대구를 찾은 황교안 전 총리는 ‘대통령 권한대행 당시 박 전 대통령의 책상 및 의자 반입요청을 거부했냐’는 질문에 “저는 박 전 대통령이 어려움을 당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고 답했다. 친박이냐 아니냐는 논란을 두고도 “저를 두고 친황이라고도 말하고 친박이라고도 하지만 저의 정치적 목표는 대한민국의 정치”라며 “그런 말(친황·친박)은 적절하지 않다”고 즉답을 피했다. 황 전 총리 측 관계자는 유 변호사 발언에 대해 “당장 전당대회 치르는 데 큰 돌발변수는 아닌 것 같다”며 “일단은 하던대로 경선 준비를 계속 하는 게 맞지 않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경쟁 후보들은 황교안 전 총리 한계론을 내세우며 공세에 나섰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8일 페이스북을 통해 “당이 또 다시 진짜 친박이냐 가짜 친박이냐 논쟁에 접어들고 있다. 박근혜가 좋아하는 진짜 친박이냐는 논란에 빠져든 게 황 후보의 한계”라며 “앞으로도 이런 식의 논란에 끊임없이 시달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한민국 제1야당의 대표후보가 이런 논란에 휘둘릴 약체후보란 사실이 안타깝다”는 말도 덧붙였다. 정우택 의원 역시 “황 전 총리는 친박이 아니라 친황계를 원한다. 친박은 결국 그에게 굴레일 뿐”이라는 의견을 내며 견제에 나섰다.

일부 친박계 의원들은 이번 논란을 지렛대 삼아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분위기다. 한 친박계 중진 의원은 “유영하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은 물론 친박 입장에서 황 전 총리는 마음에 쏙 드는 후보가 아니다. 그러니까 앞으로 잘 하라’는 취지”라며 “더 세게 할 수도 있었는데 이 정도면 봐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체적으론 유 변호사 발언이 전당대회 판세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한 편이다. 당 관계자는 “유 변호사가 황 전 총리만 비판한게 아니고 홍 전 대표까지 비판했기 때문에 황 전 총리쪽에 와 있는 친박계 표가 움직일 여지는 적은 것 같다”며 “그렇다고 친박 성향표가 오세훈 전 시장쪽으로 갈리는 만무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 친박계 중진 의원은 “유 변호사가 다음 총선 때 공천 받으려고 한 발언이 아니겠냐”며 “현 시점에 그런 인터뷰를 해도 대세에는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2·27 전당대회를 코앞에 두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옥중 정치’를 개시한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는만큼, 앞으로 유 변호사가 추가 발언을 통해 정치적 메시지를 이어갈 경우 논란이 커질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한 초선 의원은 “유 변호사의 발언이 정제된 수준에서 나와 상대적으로 파장이 덜한 게 아닌가 싶다”면서도 “만약 박 전 대통령이 유 변호사를 통해 직접 본인의 메시지를 발표한다면 얘기가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영익ㆍ성지원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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