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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으로 분쟁위 가도 손해배상금 29만5750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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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날씨와 미세먼지 때문에 아이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층간소음 갈등도 커지고 있다. 천권필 기자.

추운 날씨와 미세먼지 때문에 아이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층간소음 갈등도 커지고 있다. 천권필 기자.

#아래층에 사는 A씨는 위층에서 내는 소음 때문에 다섯 달째 고통을 겪고 있다.
새벽 2시까지도 아이들이 뛰거나 대화하는 소리가 들린다.
아침에도 층간소음 때문에 일찍 잠에서 깬다.
대학생 딸은 시끄러워서 공부를 못 하겠다며 도서관으로 피신한다.
A씨는 “위층 애들이 쿵쿵거리는 소리 때문에 집안이 너무 시끄러워서 약을 사 먹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중앙일보 ‘층간소음 번역기’ 공개 #직접 대처보다는 중재 요청해야

#위층에 사는 B씨도 아래층의 항의 때문에 괴롭기는 마찬가지다.
아이들만 있을 때 아래층 할머니가 올라와 욕을 하고 간 적도 있다.
이런 위협적인 항의가 잦아지면서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
B씨는 “아래층의 항의로 아이들에게 화풀이하고, 괜히 아이만 잡는 것 같다”고 호소했다.

최근 고농도의 미세먼지로 인해 아이들이 집 안에서 노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층간소음 갈등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가 최근 5년간 층간소음 민원 건수를 분석한 결과, 실내 활동이 증가하는 겨울철(12월~3월)에 민원이 가장 많았다.
특히, 1월에 접수된 평균 민원 건수(80건)는 여름철의 두 배에 달했다.

서울시 층간소음상담실의 박종구 상담위원은 “요즘에는 귀가 아플 정도로 하루에도 수십 건씩 상담 전화를 받고, 직접 찾아오는 사람도 많다”며 “방학 기간인데도 미세먼지 때문에 애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아이 뛰는 소리 때문에 시끄럽다는 민원이 제일 많다”고 말했다.

 중앙일보가 ‘층간소음 번역기(https://www.joongang.co.kr/digitalspecial/343)’ 디지털스페셜을 7일 공개했다. 사진을 클릭하면 페이지로 바로 연결됩니다. [중앙일보]

중앙일보가 ‘층간소음 번역기(https://www.joongang.co.kr/digitalspecial/343)’ 디지털스페셜을 7일 공개했다. 사진을 클릭하면 페이지로 바로 연결됩니다. [중앙일보]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따르면, 층간소음 갈등의 70.6%는 ‘아이들 뛰거나 발걸음’으로 인한 바닥충격음 때문에 발생했다.
망치질(4.1%), 가구를 끌거나 찍는 행위(3.4%), 가전제품(3.4%)이 뒤를 이었다. 그만큼 아이들로 인한 층간소음 갈등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7살과 5살 자녀를 둔 C씨는 “거실 전체에 매트를 4장이나 설치했는데도, 아이들이 뛰지 않은 때에도 항의한다”며 “주말에는 아래층의 항의가 듣기 싫어서 가까운 친정으로 대피한다”고 말했다.

층간소음 갈등은 주로 위층과 아래층 사이의 인식 차이에서 발생한다.
위층은 아래층이 작은 소리에도 예민하다고 생각하는 반면, 아래층에서는 위층이 소음 공해를 일으킨다고 여긴다.

이에 중앙일보는 8일 층간소음의 실제 영향과 상황별 대처 요령 등을 알아보는 ‘층간소음 번역기-위층 소리 아래층 소음’ 디지털스페셜을 제작했다.
유형별 층간소음의 실제 소리를 들어보고, 소음 정도를 시각화해 그에 따른 영향을 비교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의 ‘주택 층간소음 기준의 실생활 적용 실태 조사(II)’ 보고서에 따르면, 아파트에서 아이(14~19㎏)가 뛰어다니면 37.8㏈(데시벨)의 층간소음이 발생했다.
야구공을 튀기거나 절구질을 하면 각각 45.5, 45.8㏈의 소음도를 기록했다.

소음도가 40㏈을 넘으면 수면의 깊이가 얕아지고, 50㏈ 이상이면 호흡과 맥박수가 증가하는 등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층간소음 갈등은 어떻게 풀어야 할까.
직접 만나서 해결하려다가는 자칫 더 큰 갈등이 생길 수 있다.
보복 소음으로 맞대응하는 것도 폭행죄로 처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자제해야 한다.

대신 관리사무소나 서울시 층간소음상담실,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 등 제3의 기관에 중재를 요청하는 것이 좋다.

민사나 형사 소송을 통해 해결하는 방법도 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

민동환 법무법인 윤강 변호사는 “재판을 진행하면 이웃집도 소음을 측정하는 것을 알게 돼 소리를 내지 않기 때문에 피해를 입증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어렵게 승소해도 손해배상금액이 많아야 200만 원 정도라 변호사 선임 비용이 더 많이 든다”고 말했다.

천권필·김나현 기자, 김소연 인턴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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