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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인인사이트]다보스 메모① 스위스에서 기모노 걸친 아베 총리 "이제 세계화는 일본이 이끈다" 선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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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막을 내린 세계경제포럼(WEF·이하 다보스포럼)은 변화하는 세계 정치와 경제 질서를 한눈에 보여주는 장이었습니다. 글로벌 청년 대표 40인에 선정돼 다보스를 다녀온 주영민씨가 현장의 배움을 정리한 칼럼 [다보스 메모]를 연재합니다. 그는 보다 깊이있는 내용을 21일 강연 <2019 다보스 인사이트: 글로벌 리더들의 세계 경제 대전망>에서 풀어놓습니다.

아베의 영어 연설, 구성도 내용도 완벽했다

지난 1월 24일 저녁, 일본 아베 신조 총리는 전 세계 정·재계 인사 앞에서 ‘간빠이’를 외쳤습니다. 서양식 양복 위에 일본의 전통 의상 기모노의 ‘겉옷’ 격인 하오리를 걸친 채였습니다. 무대에는 미츠비시, 스미모토 미츠이, 마루베니, 도요타, 리크루트 등 50개 이상의 일본 주요 기업의 대표가 함께했습니다. 2019년 다보스포럼의 저녁 파티 중 일본이 주관한 ‘재팬 나잇(Japan Night)’에서였습니다.

지난 1월 24일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열린 &#39;재팬 나잇(Japan Night)행사에 일본의 전통 의상을 걸치고 무대에 오른 일본 총리(가운데 파란색)와 일본 정 ·재계 인사들의 모습. [사진 주영민]

지난 1월 24일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열린 &#39;재팬 나잇(Japan Night)행사에 일본의 전통 의상을 걸치고 무대에 오른 일본 총리(가운데 파란색)와 일본 정 ·재계 인사들의 모습. [사진 주영민]

다보스포럼은 매년 연초 각국의 기업인, 학자, 정치인 등 세계 경제 리더가 한 자리에 모여 범세계적 경제 문제를 토론하는 장입니다. 낮에는 빡빡한 일정의 세미나가, 밤에는 세미나에 연사로 선 각 기업과 국가가 주최하는 파티가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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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가 24일 밤 진행한 특별연설에는 포럼에 참여한 국가 정상들의 연설 중 가장 많은 인파가 몰렸습니다. 같은 장소에서 앞서 진행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연설보다도 2배 가량 많은 인원이었습니다.

관객만 많았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메르켈이 독일어로 연설한 데 반해, 아베는 영어로 전체 연설을 소화했습니다. 대본을 읽는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그야말로 '연설'이었습니다. 비전과 수사, 데이터가 탁월하게 맞물린 구성이었습니다.

"세계화를 일본이 이끈다" 본격 선언 

더 놀라운 것은 내용이었습니다. 연설은 글로벌리즘 매니페스토(globalism manifesto·세계화 선언) 그 자체였습니다. "일본이 세계화의 리더가 되겠다"는 선포였습니다. 아베는 일본이 세계화를 어떻게 추구해나가고 있는지, 또 앞으로 어떻게 세계화를 이끌 리더가 될 것인지를 다각도로 전달했습니다.

이에 숨겨진 메시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미국과 중국이 자국주의를 강화하는 와중, 영국이 유럽을 탈퇴하려는 와중, 프랑스가 반세계화 저항에 직면한 와중, 유럽의 마지막 세계화주의자 메르켈이 퇴장하는 와중, 이제 일본이 세계화를 이끌겠다.

경제적으로 내수 시장을 지향하고, 문화적으로 닫힌 사회인 일본이 이러한 적극적인 세계화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 의외였습니다. 다보스포럼의 창립자 클라우스 슈밥 교수는 아베의 옆에 앉아 든든한 우군을 얻은 것처럼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습니다.

아베는 '일본에 대한 패배주의는 패배했다(Defeatism about Japan is now defeated)'라는 인상적인 제목과 함께, 지난 6년간 총리로 재임하며 이룬 성과를 언급했습니다. 고령사회 진입으로 활력을 잃은 일본 경제를 어떻게 집권 이후 '희망이 이끄는 경제(hope driven economy)'로 변화시켰는지 자랑했습니다.

2019년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주영민씨 [사진 주영민]

2019년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주영민씨 [사진 주영민]

특히 여성의 경제참여 확대, 이민 유연화, 교육 복지에 이르는 '신자유주의 패키지 3종 세트'를 강조했습니다. 고령화에 처한 경제가 세계화 구조 속에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신자유주의적 처방을 정답 읊듯이 말한 것입니다. 올해 화두를 '세계화 4.0'으로 던진 다보스포럼과 코드를 맞추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아베는 이어서 올해 열릴 오사카 G20 정상회담을 선전했습니다. 이 회담을 계기로 일본이 세계화를 이끌 것이라는 메시지였습니다. 여기에 덧붙여 2020년 도쿄 올림픽과 2025년 오사카 월드엑스포를 자연스럽게 홍보했습니다. 세계화 세일즈의 정점이었습니다. 세계화에 대한 긍정주의가 꽉 찬 연설은 청중들에게 매우 뜨거운 박수를 받아냈습니다. 국가대표전에서 상대팀이 너무 잘할 때 느끼게 되는 부러움과 긴장감을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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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대한 뜨거운 관심은 아베 연설에서만 끝나지 않았습니다. 같은 날 오후 일본 재무상과 산토리홀딩스 등 주요 기업 대표가 패널로 참석한 '일본 경제 전망(Japanese Economy Outlook)' 세션은 인파가 몰려, 많은 관객들이 강연장 밖에 서서 내용을 들었습니다. 이 세션은 파이낸셜 타임즈가 직접 진행했습니다. 영국의 정통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즈는 2015년 닛케이 신문이 인수했습니다. 일본이 주도하는 세계화의 큰 그림이 보이는 느낌이었습니다.

아베의 일본은 다르다. 제대로 지켜봐야 

영미권 언론은 아베의 연설을 흥미롭게 다룬 데 반해, 국내 언론은 별로 다루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제가 현장에서 느낀 분위기와 국내 언론의 보도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아베의 연설과 일본의 글로벌 행보는 한국이 매우 주의깊게 볼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중국의 행보에는 지나치게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관심에는 동경 또는 호의가 섞여있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일본의 행보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관심이 적고, 그조차 대부분 감정적 반감에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베 이후 일본은 이전의 일본과 다른 일본이 되어가는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이제 아베노믹스가 ‘맞냐 틀리냐’ 하는 수준의 논의에서 벗어나, 그들의 행보를 신중하고 분석적으로 지켜봐야 합니다.

기고 = 주영민, 정리 노희선 폴인 에디터 noh.heesun@joongang.co.kr

다보스포럼에서 오간 글로벌 리더들의 세계 경제 전망과 주영민씨의 해석을 담은 강연 <2019 다보스 인사이트>가 2월 21일 서울 봉은사로 슈피겐홀에서 열린다. [사진 폴인]

다보스포럼에서 오간 글로벌 리더들의 세계 경제 전망과 주영민씨의 해석을 담은 강연 <2019 다보스 인사이트>가 2월 21일 서울 봉은사로 슈피겐홀에서 열린다. [사진 폴인]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글로벌 리더들의 세계 경제 전망과 주영민씨의 해석을 담은 강연 <2019 다보스 인사이트 : 글로벌 리더들의 세계 경제 대전망>이 2월 21일 서울 봉은사로 슈피겐홀에서 열립니다.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가 글로벌 청년 대표들에게 전한 메시지 등이 독점 공개됩니다. 지식플랫폼 폴인의 웹사이트(folin.co)에서 참가 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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