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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왜 택시요금 인상엔 비판이 많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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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김다영 기자 중앙일보 기자
김다영 사회팀 기자

김다영 사회팀 기자

“서비스 질만 좋아진다면야 더 비싸도 타지.” 오는 16일 오전 4시부터 서울 시내 택시 기본요금이 3000원에서 3800원으로 인상된다는 소식을 들은 한 지인의 말이다. 1년에 3~4번은 일본을 방문하는 지인은 평소 한국과 일본의 택시 서비스 차이에 대해 자주 지적했다. 일본 택시는 노약자 탑승 시 택시기사가 직접 차 문을 열어 주고, 승객의 여행용 가방은 직접 트렁크에 실어준다. 일본 택시요금이 한국 요금의 1.5~2배 가까이 되지만, 일본에서 택시를 탔을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국내 택시요금은 일본보다 저렴하다. 하지만 서울시의 택시 요금 인상 발표 이후 서울시나 국내 택시기사를 향한 시선은 그리 곱지만은 않다. 집단이기주의라는 비판도 나왔고, “인상을 철회하라”라고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올라왔다. 문득 취재를 위해 만난 한 택시기사의 말이 떠올랐다. “하루에 12시간씩 주 6일을 꼬박 운행해야 사납금 빼고 한 달 생활비로 집에 250만~300만원을 가져갈 수 있어요. 주 52시간이나 최저임금 적용은 상상도 못 하는 직종이라니까.”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그의 말을 속으로 어림해봤다. 시간당 최저임금 8350원을 적용해 하루 12시간씩 주 6일, 한 달에 4.3주를 일한다 치면 258만원이 나오니 최저임금 언저리를 받는 것은 사실이다. 택시기사들의 노동 강도를 생각하면 택시요금 인상이 과하다고 보긴 어렵다.

문제는 서비스의 질이다. 택시를 타면 시트에 절어 있는 담배 냄새 때문에 한겨울에도 울며 겨자 먹기로 창문을 열어야 했다. 휴식을 취하고 싶은 순간에도 “직업이 뭐냐”며 사생활 묻기를 시작으로, 각종 정치 현안에 대해 욕설을 섞어가며 설교를 시작하는 기사들로 인해 자는 척을 해야 했던 순간이 적지 않다. 운전을 하면서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본다든가 게임을 하는 기사에 대한 제보도 제법 받아봤다.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의 격렬한 저항으로 카카오 카풀도 중단됐다. 소비자에겐 택시를 대신할 대안 중 하나가 사라졌다.

이런 상태에서 한 번에 기본요금이 27% 오른다. 소비자 입장에선 요금 인상액만큼의 서비스 개선을 기대하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과연 요금 인상과 함께 서비스를 개선할 대책이 마련돼 있는지 궁금하다. 요금이 오른 후에도 택시가 ‘고급 교통수단’으로 거듭나지 않고 기존의 ‘저급 교통수단’ 수준에 머물러 있다면 더 큰 비판에 직면할 것이다.

김다영 사회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