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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환자가 병원 왔다갔다 하면 안 된다” 역설한 윤한덕 센터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윤한덕(51)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이 설 연휴 기간이던 지난 4일 근무 중에 자신의 사무실 책상 앞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25년간 응급의료 분야에서 외길을 걸어온 그가 황망하게 세상을 떠나 안타까움을 더한다.

보건복지부 산하 국립중앙의료원에 설치된 중앙응급의료센터는 대한민국 응급의료 시설(응급실 532곳과 권역외상센터 13곳)과 인력을 총괄하는 조직이다. 센터장은 임상의는 아니지만 24시간 전국 각지에서 발생하는 응급 상황에 대응해야 하는 막중한 자리다. 유가족과 의료원 측은 윤 센터장이 설 연휴 기간에 국민의 응급의료 공백을 막기 위해 퇴근을 미루고 초과근무 중에 과로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2012년부터 센터장을 맡은 고인은 평소에도 주 중에는 귀가하지 않고 센터장실에 놓인 간이침대에서 쪽잠을 자며 전국의 응급의료 상황에 대처해왔다고 한다. 어제 부검에서도 사인이 급성심장사로 나왔다.

전남대 의대 응급의학과를 졸업한 고인은 1994년 모교에서 ‘1호 응급의학 전공의’가 된 뒤 2002년 중앙응급의료센터 창립 때 응급의료기획팀장으로 합류했다. 2005년부터 6년간 응급의료 기본계획 수립에도 참여했다. 특히 닥터헬기와 권역외상센터 도입 등 응급의료체계 구축 과정에서 큰 역할을 했다.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은 비보를 접하자 “응급의료계의 영웅이자 버팀목”이라고 고인을 높게 평가했다.

전국의 응급의료센터를 총괄하는 중앙응급의료센터 한복판에서 센터장이 심정지로 사망할 정도로 응급의료체계의 현실은 열악하다. 고인은 생전에 환자가 의료기관을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면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일반 응급실과 외상센터 등을 통합한 원스톱 서비스를 해야 한다고 역설해왔다. 의료기관 중심이 아니라 환자 중심으로 응급 진료 시스템을 개선하자는 취지였다. 정부가 이참에 응급의료 체계의 미비점을 점검하고 개선하는 게 고인의 유지를 받드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