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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지나도 안 줄었네, 윤성빈 허벅지 25인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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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아이언맨 헬멧을 쓰고 얼음 위 트랙을 질주하는 윤성빈. 그는 이제 세계 스켈레톤계의 1인자이자 수퍼스타가 됐다. 윤성빈은 다음달 캐나다 휘슬러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에 도전한다. [AP=연합뉴스]

아이언맨 헬멧을 쓰고 얼음 위 트랙을 질주하는 윤성빈. 그는 이제 세계 스켈레톤계의 1인자이자 수퍼스타가 됐다. 윤성빈은 다음달 캐나다 휘슬러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에 도전한다. [AP=연합뉴스]

‘지구촌 겨울 스포츠 축제’ 평창 겨울올림픽을 치른 지 1년이 지났다. 92개국 2920명의 선수가 출전한 가운데 지난해 2월 9일부터 16일간 강원도 평창·강릉·정선 등에서 열렸던 평창올림픽은 북한의 핵 문제와 적자 운영 등의 우려를 딛고 성공적으로 끝났다. 그러나 올림픽이 끝난 뒤 빙상과 컬링 대표팀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잇따라 터져 나와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사후 활용 방안이 확정되지 않은 경기장 운영 문제는 아직도 숙제로 남아있다.

평창 올림픽 그 후 1년 #스켈레톤 금메달리스트 윤성빈 #6차 월드컵 우승하며 건재 과시 #“작년 설날 금빛 질주 기억에 생생 #2022년 베이징서도 우뚝 설 것”

평창올림픽이 낳은 최고 스타는 단연 스켈레톤 금메달리스트 윤성빈(25·강원도청)이다. 영화 아이언맨을 형상화한 헬멧을 쓴 채 경사진 얼음 트랙에서 쾌속 질주를 펼치던 윤성빈의 모습은 평창올림픽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한국 썰매 종목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딴 지 1년, 윤성빈은 여전히 스켈레톤 ‘세계 일인자’다. 평창올림픽 1주년을 앞둔 지난 1일 서울 강남구의 소속사 사무실에서 윤성빈을 만나 근황을 들어봤다.

윤성빈이 지난 1일 매니지먼트사 올댓스포츠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윤성빈이 지난 1일 매니지먼트사 올댓스포츠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윤성빈은 2018~19시즌 월드컵을 치르느라 여전히 바쁘다고 했다. 지난달 25일 스위스 생모리츠에서 열린 6차 월드컵에서 우승한 뒤 잠시 귀국했던 그는 설 당일인 5일 미국 레이크 플래시드로 출국했다. 여전히 허벅지 둘레 65㎝(25.6인치)를 유지하고 있는 윤성빈은 “올림픽 금메달을 땄으니 다음 목표는 세계선수권 금메달”이라며 “지난해 평창올림픽 당시 국민의 성원을 잊을 수 없다. 특히 홈 코스에서 벌였던 4차례의 레이스는 아직도 몸으로 생생하게 기억할 정도”라고 말했다.

윤성빈이 금메달을 딴 건 마침 지난해 설날 아침이었다. 그는 그토록 염원했던 금메달을 목에 건채 국민에게 큰절을 올렸다. 지난해 9월부터 올림픽 관련 전시회를 열고 있는 서울올림픽공원 소마미술관에 올림픽 금메달을 빌려줬다는 윤성빈은 “금메달을 실물로 본지 꽤 오래됐다. 곧 다시 메달이 돌아오는데 금메달을 액자에 넣어 소중하게 보관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2월 15일 강원도 평창군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남자 스켈레톤 2차 경기에서 대한민국 윤성빈이 얼음을 가르며 질주하고 있다. 윤성빈은 이날 1·2차 레이스에서 모두 1위에 오르며 압도적인 실력을 보였다. [연합뉴스]

지난해 2월 15일 강원도 평창군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남자 스켈레톤 2차 경기에서 대한민국 윤성빈이 얼음을 가르며 질주하고 있다. 윤성빈은 이날 1·2차 레이스에서 모두 1위에 오르며 압도적인 실력을 보였다. [연합뉴스]

윤성빈은 스켈레톤에 입문한 뒤 인생 항로가 바뀐 경우다. 평범한 인문계 고교생이었던 그는 2012년 체육 교사의 권유로 썰매를 시작했다. 그로부터 5년8개월 만에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기적을 일궈냈다. 윤성빈은 “스켈레톤에 입문한 뒤 인생의 항로가 바뀌었다면 평창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뒤엔 인생 자체가 바뀌었다. 살면서 가장 기쁜 순간이었고, 금메달을 계기로 큰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설날 아침 평창올림픽에서 따낸 금메달을 떠올리며 미소짓는 윤성빈. [김상선 기자]

지난해 설날 아침 평창올림픽에서 따낸 금메달을 떠올리며 미소짓는 윤성빈. [김상선 기자]

윤성빈은 이제 세계 스켈레톤계의 ‘수퍼스타’다. 영화 주인공을 형상화한 헬멧 덕분에 ‘아이언맨’이란 별명으로 불린다. 윤성빈은 “라트비아의 스켈레톤 황제 마르틴스 두쿠르스는 ‘수퍼맨’, 러시아의 알렉산더 트레티아코프는 ‘러시안 로켓’으로 불린다”면서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인 아이언맨이란 별명을 얻게 돼 기쁘다. 아이언맨은 확실한 나의 상징”이라고 밝혔다. 별명 덕분에 그는 지난해 4월 아이언맨이 나오는 영화 어벤저스에 출연한 배우들과 만나기도 했다.

지난해 평창올림픽에서 5위에 그쳐 메달을 따지 못했던 마르틴스 두쿠르스. [중앙포토]

지난해 평창올림픽에서 5위에 그쳐 메달을 따지 못했던 마르틴스 두쿠르스. [중앙포토]

지난해 평창올림픽 금메달 획득 이후 세계 스켈레톤계에서 윤성빈의 위상도 달라졌다. 9년간 세계 1위를 지켰던 ‘황제’ 두쿠르스(35)도 이제 그를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올림픽 이전까지만 해도 아는 체도 안하던 그가 이제 윤성빈을 만나면 반갑게 인사를 한다. 두쿠르스는 지난해 평창올림픽에선 5위에 머물러 메달을 따지 못했다. 윤성빈은 “평창올림픽 이후 두쿠르스가 달라졌다. 요즘은 이야기도 먼저 걸고, 평소엔 머리를 툭툭 치면서 장난도 건다”고 말했다.

그만큼 윤성빈이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결과다. 윤성빈은 "올림픽 2년 전까지만 해도 다른 나라에선 두쿠르스를 이기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그가 항상 잘 하는 선수면서도 왜 1등을 하는지 이유가 궁금했다. 그걸 알아보고, 우리끼리 생각하면서 연구하고 덤벼본 결과가 올림픽 금메달"이라고 말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평창올림픽이 끝난 뒤에도 윤성빈은 멈추지 않는다. 그는 6일 현재 스켈레톤 세계랭킹 1위에 올라있다. 올 시즌 4차례 월드컵에서 3위 이내(3위-3위-2위-2위)에 입상했던 윤성빈은 6차 월드컵에서 마침내 시즌 첫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실전 훈련을 하지 못한 채 시즌을 시작해 초반엔 주행 감각이 떨어졌다. 그래서 6차 월드컵에서야 우승을 차지했다”면서도 “꾸준히 실력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나름대로 올 시즌 결과에 만족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8일 열린 스켈레톤 월드컵 1차 대회에서 경기 후 헬멧을 벗는 윤성빈. [AP=연합뉴스]

지난해 12월 8일 열린 스켈레톤 월드컵 1차 대회에서 경기 후 헬멧을 벗는 윤성빈. [AP=연합뉴스]

그의 시선은 이제 다음 달 7~8일 캐나다 휘슬러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으로 향한다. 캐나다 휘슬러는 윤성빈이 국제대회 첫 금메달(2013년 12월 대륙간컵)을 땄던 장소다. 날마다 머릿속으로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꿈꾼다.

그러나 평창올림픽은 국민의 기억 속에서 점차 사라지는 분위기다. 윤성빈은 “평창올림픽이 나 혼자만의 기억이 아닌 모든 사람에게 오래 남는 좋은 추억이 됐으면 좋겠다”며 “나로서는 일회성이 아니라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게 국민 여러분께 보답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윤성빈의 다음 목표도 분명하게 정해졌다. 2022년 베이징 겨울올림픽에서 스켈레톤 2연패를 달성하는 것이다. 그는 "요즘 시합에서 중국 선수들을 보면 내가 올림픽을 처음 준비할 때가 떠올려진다. 그만큼 새로운 동기 부여도 생긴다"면서 "보통 홈 트랙 이점을 안은 개최국 출신 선수가 올림픽 금메달을 땄다. 그 역사를 베이징 땐 내가 끊어보이겠다"고 당차게 말했다.

다음달 세계선수권 우승을 목표로 힘찬 질주를 준비하는 윤성빈. 김상선 기자

다음달 세계선수권 우승을 목표로 힘찬 질주를 준비하는 윤성빈. 김상선 기자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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